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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 문화예술플랫폼으로

인문학창고 정담,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



군산 하면 매콤한 짬뽕과 갓 구운 단팥빵, 그리고 따끈한 중동호떡을 떠올린다. 하지만 먹방의 도시 군산에서 빼놓으면 서운한 것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먹방이’다. 프렌치 불도그 캐릭터 ‘먹방이’를 중심으로 군산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인문학창고 정담’과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을 소개한다.



(좌) 인문학창고 정담,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 입구
(우) 1908년 지어진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좌) 프렌치 불도그 캐릭터 상품이 가득하다
(우) 건물의 옛 모습을 간직한 기록물들


군산세관 옆 파란 대문


군산역에서 금강을 따라 차로 10분 정도 내려오면 근대 건축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군산세관이 나타난다. 그 옆으로 자리한 건물이 바로 ‘인문학창고 정담’이다. 붉은 벽돌과 파란 대문이 눈길을 끄는 이곳은 방문객을 반기듯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근대건축물에 카페라니.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른다.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방문객들이 탄성을 터뜨린다. 놀이동산에서 봤음직한 캐릭터 인형 매대가 우리를 반기기 때문.




귀여운 먹방이와 친구들


사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인문학창고 정담×카페 먹방이와 친구들’이다. 먹방이는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의 손에서 탄생한 지역 마스코트인데 1900년대 초 군산세관사로 부임한 프랑스인 라포트를 모티프로 스토리텔링해 만든 프렌치 불도그 캐릭터다. 프렌치 불도그는 납작한 코가 마치 돼지 코 같아서 먹성 좋은 개 먹방이로 이름 붙였다고. 이 밖에도 근대 시기에 군산에 머물렀던 다양한 민족들을 캐릭터로 만들었고 시바견 시바이(일본), 차우차우 차이(중국), 코카스파니엘 코카이(미국), 삽살개 삽살이(한국)가 생겨났다.




위기 극복을 위해 뭉친 시민들


이렇게 캐릭터가 먼저 구상된 이유는 2016년도에 현대중공업 철수와 GM자동차공장의 폐쇄 등으로 지역에 위기가 찾아와 시민들의 힘으로 지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뜻을 모았기 때문. 일본의 구마모토현을 다시금 관광도시로 떠오르게 한 곰 캐릭터 구마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지역캐릭터인 먹방이와 친구들이 탄생했다.




카페와 공연 장소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좌) 목재로 뼈대를 구성한 트러스 구조가 멋을 더한다
(우) 다양한 촬영장소로 활용되는 인문학창고 정담




1908년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


군산에서는 심심치 않게 근대시대 건물을 볼 수 있다. 인문학창고 정담은 그중에서도 1908년에 지어진 근대 이후 가장 오래된 트러스 구조의 건축물이다. 목재를 삼각형 형태로 구성해 건물의 뼈대를 구성했는데 그 덕에 쉽게 변형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된 형태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군산세관의 밀수품 보관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은 2002년부터 세관 직원들이 배드민턴과 탁구를 하는 장소로 쓰였다. 100여 년 전 유럽 양식으로 건축된 역사적 건물이 의미 있게 사용되길 원했던 군산세관은 이 창고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했고, 군산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군산문화협동조합 로컬아이가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금의 인문학창고 정담으로 재탄생시켰다.




1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창고의 변신


특별한 점은 관세청의 국유재산인 건물의 특성 때문에 단 하나의 못질도 불가능했다는 점. 내부를 구성한 인테리어는 철저하게 건물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꾸며졌다. 높은 층고와 트러스 구조물을 기반으로 목제 책장들과 테이블이 멋스럽게 깔려 전체적으로 따스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완성됐다. 인문학 행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해서 다양한 책들로 가득해 마치 도서관에 들어온 기분도 든다. 이런 세심함 덕분이었을까. 인문학창고 정담은 TV 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과 삼성전자 휴대폰 광고 등 촬영장소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추억을 선물하는 문화예술플랫폼


인문학창고 정담은 군산대학교의 주최로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마다 음악, 과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강연과 콘서트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90여 차례의 인문학 강의와 콘서트가 열렸고 토요일 낮에는 먹방이가 등장하는 포토타임이 열려 군산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재미있는 추억을 선사하기도 한다. 지역캐릭터의 거점이자 지역사회의 문화예술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 그동안 문화예술플랫폼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인문학창고 정담’을 통해 군산지역 주민들도 가까운 곳에서 색다른 경험이 가능해졌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다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운 책과 테이블들




달콤한 ‘먹빵’과 고종황제 커피


더불어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에서는 캐릭터 저작권을 지역민과 업체에게 무료로 공유해 개발된 상품을 판매하고 매출의 일부를 지역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카페 내부에는 인형, 볼펜, 마그넷 등의 캐릭터 상품부터 울외장아찌, 수공예소품까지 다양하게 판매 중이다. 그중에서도 먹방이와 친구들 얼굴 모양으로 구워진 ‘먹빵’은 단연 인기다. 군산의 흰찹쌀보리로 반죽하고 이성당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군산 팥앙금을 넣어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 카페 음료 메뉴로는 군산의 자주적 개항을 기념한 고종황제 커피도 추천한다. 커피잔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것도 매력 포인트. ‘평범한 카페가 아닌 콘텐츠다’라는 슬로건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메뉴 하나하나에 온정이 묻어난다.




여기도 가보세요~
역사는 미래가 된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인문학창고 정담 X 카페 먹방이와 친구들’에서 3분만 걸으면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 나온다. 근대 역사의 성지답게 옛 군산의 모습과 국제 무역항인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3시간 동안 구 세관과 근대미술관, 초원사진관과 동국사 등을 돌아보는 근대거리 동행 투어와 3·1운동 100주년 기념관과 채만식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를 둘러보는 금강권 투어도 인기. 군산근대역사박물관뿐만 아니라 주변 박물관을 관람할 예정이라면 박물관 통합권을, 금강권 코스까지 구경한다면 금강통합권을 추천한다.

위치 : 전북 군산시 해망로 240
시간 : 09:00~17:00(월요일 휴무)
전화 : 063-454-7870

글 : 정재림
사진 : 정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