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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어낸 마을

충북 단양



해외여행은 그저 바람이 된지 오래된 요즘. 그래서인지 시간과 여유만 허락된다면, 언제고 떠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도 많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루 동안 주어진 여유에, 충북 단양으로 떠났다. 남한강과 어우러진 읍내 전경은 발길을 멈추게 하고, 어느 곳을 향해도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 눈에 담는 것 밖에는.





하늘 위를 걷는 짜릿함 만천하스카이워크


충북 단양군은 백두대간의 소백산과 소백산맥을 따라 군 지역을 북에서 남으로 관류하는 남한강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남한강을 끼고 있어서인지 위에서 바라보면 웅장함이 느껴진다. 그 절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만천하스카이워크.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남한강 절벽 위에서 80~90m 수면 아래를 내려다보며 하늘을 걷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서 말굽형의 만학천봉(만 개의 골짜기와 천 개의 봉우리, 해발 320m 높이) 전망대에 오르면 길이 15m, 폭 2m의 고강도 삼중 유리 밑으로 흐르는 남한강이 보인다.

사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를 걷는 게 재미로 다가 오겠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발 아래로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는 느낌은 꽤나 무서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의 공포심에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남한강 뷰가 장관인지라,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잠깐의 공포심은 잊고 전망대에 올라 남한강을 끼고 있는 단양의 절경을 눈에 담기 바빴다.



하늘을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만천하스카이워크




소원을 들어주는 옷바위


전망대 바로 밑에는 짚와이어와 알파인코스터 체험을 하는 곳이 있는데 춥지 않은 계절에는 꽤 많은 사람이 체험을 하기 위해 찾는다고 한다. 바람이 차디찬 겨울에 이곳을 찾아 스릴만점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지만, 스릴과 상쾌함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를 둘러본 후에 내려와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이 있다. 예로부터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옷바위 절벽에 새겨진 포효하는 듯한 호랑이 문양은 남한강의 물 흐름을 꺾는 기가 있다하여 신성시 여겼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이 옷바위가 만천하스카이워크의 만학천봉 전망대에 있어 오랜 세월동안 불자들이나 무속인, 일반인들이 소원을 빌어주고 자아를 성찰하던 장소로 유명하다고. 이야기를 알고 나니, 다가오는 새해에 해돋이를 보며 소원을 빌러 이곳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 속에서도 빛난 도담삼봉


단양에는 수려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여덟 가지나 있다고 하여 ‘단양 팔경’이라는 말이 전해진다. 도담삼봉은 단양 팔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담삼봉이 있는데,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삼봉’에 왜 이 곳이 도담삼봉이라 이름 붙여졌는지 알아챌 수 있었다. 도담삼봉은 남한강이 크게 S자로 휘돌아가면서 강 가운데에 봉우리 세 개가 섬처럼 떠 있어 삼봉이라 했고, 섬이 있는 호수 같다고 하여 도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연이 지켜온 세월만큼이나 역사적으로도 유래가 깊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겸재 정선, 호생관 최북, 진재 김윤겸, 단원 김홍도, 기야 이방운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과 화가들이 도담삼봉을 예찬했기 때문이다.



삼봉 정도전 시비


절벽 위에서 남한강의 절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도담상봉 위에 지어진 정자


단양 팔경 중에서도 첫 번째로 꼽히는 도담삼봉




마고할멈의 전설을 품은 석문


도담삼봉에서 상류로 200m 정도 거슬러 올라가면 왼쪽 강변에 석문이 있다. 석문 역시 단양팔경의 하나로 자연이 만들어낸 구름다리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다. 아주 오래전에 이곳은 석회동굴이었는데 동굴 천장의 일부가 남아 지금의 구름다리 모양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문까지 올라가는 산길이 꽤 가팔라서 오르지 말까 잠시 고민했던 게 후회될 정도로 석문의 모습은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눈앞에서 봤지만 자연이 만들어 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도담삼봉처럼 석문에는 재미있는 ‘마고할멈 전설’이 전해진다. 석문 왼쪽에 석굴이 있고 석굴 안에는 신선이 살았다는 옥답이 있다. 이 옥답의 주인공이 바로 옛날에 하늘나라에서 물을 기르러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멈이다. 할멈은 비녀를 찾으려고 흙을 손으로 파서 99마지기의 논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주변 경치가 하늘나라보다 더 좋아 이곳에서 평생을 농사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좌)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석문
(우) 동양 최고의 아름다운 고수동굴



동양 최고의 아름다운 동굴 고수동굴


점심을 먹고 단양에 오면 꼭 찾는다는 고수동굴을 찾았다. 고수동굴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이번 단양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고수동굴은 ‘동양 최고의 아름다운 동굴’로 소개될 만큼 가치를 인정받은 곳이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가 고수동굴을 카메라에 담아 갔다고 한다. 물과 시간이 빚어낸 석회암동굴이 지금까지도 천연의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했으니까.

기묘한 모양의 종유관과 석순, 유석, 동굴진주, 동굴산호, 석화가 만들어내는 신비롭고 웅장한 풍경은 다른 세계를 걷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이 느낌은 고수동굴을 실제로 봐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5억 년의 시간이 창조해낸 신비한 지하 동굴의 모습. 단양에 왔다면 반드시 찾아볼 것을 추천한다. 석회암동굴로서 학술적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43년간 약 2,200만 명이 다녀간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고수동굴을 찾았던 날도 가족단위, 연인, 친구 등 다양한 연령층의 관광객들을 마주쳤는데, 개인적으로는 어린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생생한 자연학습교육이 될 것 같아서다.








글 : 최하나
사진 : 정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