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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시골 구석구석 발길 머무는 곳

알싸하게
익어 가는 가을

강화풍물시장

땅의 기운이 힘찬 고장으로 소문난 인천 강화도엔 요즘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초지, 선두 등의 포구에선 싱싱한 숭어를 맛볼 수 있고 농가에서 재배한 순무, 속이 노란 고구마 등을 판매하는 농민 직판장이 길가에 널려 있다. 가을의 맛을 찾아 강화도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농특산물의 보고 강화풍물시장

강화도를 여행하다 보면 의외로 큰 규모에 놀란다. 많은 섬을 품고 있는 한반도에서 강화도는 제주, 거제, 진도 다음으로 큰 섬으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강화도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문화유적 같은 장터가 있다. 바로 주말마다 강화도를 북적이게 하는 곳 중의 하나인 강화풍물시장이다.
강화풍물시장은 강화도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으로 상설시장뿐만 아니라 매월 2일과 7일이면 오일장도 함께 열린다. 장날이면 풍물시장 공터와 도로변에 300여 개의 노점들이 조성되며, 지역의 농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모인 상인들이 각종 농산물과 특산물을 판매한다.
강화도 주민들이 다 나온 듯 너른 장터가 시끌벅적하다. 오일장을 가득 메운 좌판과 노점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물건 파는 일은 제쳐두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안부를 주고받는다. 몇 푼 돈보다 사람이 그리워 채소, 호박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들이 장터 구석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오일장을 지킨다.
뒷산에서 따왔다는 으름에서부터 대추 몇 봉지와 고운 색깔의 꽈리 몇 줄기, 짚으로 엮은 달걀과 오리알, 호박 몇 덩이와 이름 모를 풋콩을 손으로 까면서 손님을 붙잡는 할머니까지… 시장 골목마다 눈길을 끄는 품목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중 열리는 오일장이지만 강화풍물시장의 최대 성수기는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라고 봐야 옳다. 가을걷이를 끝낸 곡식류는 물론 특산품인 순무와 고구마, 고추 등이 시장에 나오고 김장철을 앞두고 각종 젓갈류와 해산물이 풍성하기 때문이다.

톡 쏘는 맛이 매력인 ‘강화 순무’

강화풍물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강화 순무다. 강화 순무는 기후와 토양 때문에 황해도와 강화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데, 뿌리로 김치를 담그면 특유의 쌉쌀하고 달콤한 맛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야외 오일장 터에서는 순무를 쌓아 놓고 팔고 있는 반면 풍물시장 안쪽에는 즉석에서 동그란 순무를 듬성듬성 썰어 양념을 버무려 만드는 풍경이 눈길을 끈다.
순무 농사를 지으면서 순무김치 가게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풍물시장 안 ‘자매김치’ 가게의 박정애 씨는 “순무김치가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아준다는 것은 다 알 테고, 소화 잘되고 피부에 좋고… 효능이 워낙 많으니 일일이 말해 뭐하냐”고 자랑했다. 이어 “순무 자체도 약성이 강하지만 강화에서 나는 질 좋은 고춧가루와 새우젓, 밴댕이젓 등이 합쳐졌기 때문에 맛이 더 좋다”며 직접 버무린 순무김치를 입에 넣어준다. 순무김치는 바로 무친 것도 겉절이처럼 먹을 수 있고, 익으면 익을수록 곰삭은 매력이 있다. 강화풍물시장에서 순무김치 한 점 얻어먹으면 0.03초 내로 밥 생각이 난다. 먹어 보면 안 사고는 못 배긴다. 금방 담은 순무김치를 내놓자 지나가던 손님들이 발길을 멈추고 하나씩 먹어 보기 시작한다. “역시 이 맛이야”를 외치며 감탄하더니 이내 이곳저곳에서 “이거 한 봉지 주세요”, “저는 두 봉지 주세요” 등 주문이 쇄도한다.

아는 만큼 맛있어지는 ‘강화산’

강화풍물시장에 왔다가 출출해진 이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 있으니 2층의 식당가다. 구수한 냄새가 발길을 끄는 식당가에는 보리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색깔의 찐빵, 아바이 순대, 머리 고기를 파는 국밥집과 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칼국수, 수제비를 파는 분식집까지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1층 수산물 코너에서 생선이나 새우를 사서 2층 식당에 갖고 가 회 또는 구이를 해달라고 할 수도 있다. 취향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이곳에서 봄철 여린 쑥을 채취한 것을 말렸다가 떡으로 만들어 파는 ‘소문난떡집’의 떡도 꼭 맛을 보시라. 이곳은 쌀이나 콩까지 강화산만 고집한다.
풍물시장과 밖에서 펼쳐지는 오일장 터를 몇 바퀴 돌다 보면 다양한 강화의 특산품과 먹을거리가 풍성한 것만큼이나 시장 상인들의 넉넉한 인심과 정겨운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살아 꿈틀거리는 수산물과 곰삭은 젓갈, 아삭거리는 순무김치와 속이 노랑 달콤한 호박고구마 같은 미각을 돋우는 먹을거리들이 주는 시각과 후각적 자극은 물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옛 물건과 토종 특산물이 주는 궁금증은 장을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 기름진 들판과 바다, 갯벌에서 거둬들인 맛과 영양, 또는 약효와 매력이 넘치는 강화의 농특산물을 맛보러 가볼 일이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진희수

연미정

한강과 임진강이 합해진 물줄기가 강화도 동북단에 이르러 서쪽과 남쪽으로 나뉘어 흐르는데, 이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고 해서 정자 이름을 연미정이라 했다. 언제 처음 지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나 고려 고종이 사립교육기관인 구재(九齋)의 학생들을 이곳에 모아 놓고 공부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강화군

동막해변

동막해변은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의 갯벌은 무려 1천8백만 평이며 물이 빠지면 직선 4km까지 갯벌로 변한다. 가족 단위의 여름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인근 분오리돈대에 오르면 강화의 남단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봄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