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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확행 라이프

리틀 포레스트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

두머리부엌 이창신 씨

예쁘지 않아 팔지는 못하지만 멀쩡하니 맛있는 수확물들, 조금은 흠집 난 농산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다.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 지역 농부가 지은 친환경 농산물로 밥을 지어 손님을 가족처럼 맞이하는 공간, 소박한 밥 한 끼로 행복을 나누는 두머리부엌의 이창신 씨를 만나 보았다.

가장 시골스러운 곳에서 찾은 행복

‘우리 동네 농부가 농사 지은 곡식 채소로 끼니를 때우면 좋겠다. 꼬부라진 오이도, 벌레 먹은 감자도 버리지 않고 나누어 먹으면 좋겠다. 소박하게 적당히 먹는 게 좋겠다’로 시작되는 예쁜 현판은 ‘두머리부엌’의 철학을 온전히 보여준다. 이곳은 이와 같은 생각을 함께하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 2014년 10월에 문을 연 협동조합 식당으로 최대한 지역 농부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밥을 짓고, 지역민이 조리해 손님을 맞이한다. 두머리부엌의 ‘두머리’는 두물머리를 일컫는 말이지만, 두 개의 머리로 다양한 생각들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더욱 성숙해 나가자는 의미도 담았다.

“2015년 조합인가 설립이 나던 시점에 지역의 한 어르신이 지역 농민들과 주민들이 소박하게 밥을 먹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며 투자하셨어요. 그러면서 휜 오이, 흠집 난 감자, 상처 난 가지 등 판매하지 못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조리해 소비할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데 조합원들과 의견이 모아졌고 지금의 두머리부엌이 생겨났죠.”

두머리부엌은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하고 수급이 어려울 땐 지역 일반 농산물을 국내산 재료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메뉴가 달라진다.

“우리 두머리부엌이 지키고 있는 건 김치를 직접 담그고 있다는 점이에요. 깍두기, 열무김치, 배추김치 외에도 된장도 직접 만들고 있죠. 준비하는 시간이 당연히 오래 걸리고 몸은 힘들지만 두머리부엌의 정신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하고 있어요.”

두물머리, 또 다른 인생 이야기

두머리부엌은 조합의 직접 운영을 거쳐 2019년 이창신 씨가 개발한 양평 관광프로그램 ‘두물머리 인생이야기’ 해설팀이 위탁 운영을 맡았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금은 해설자 1명과 이창신 씨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창신 씨는 14년 전 아이의 교육 문제로 양평에 내려왔다. 그는 <TV는 사랑을 싣고>, <좋은 나라 운동본부>, <생로병사의 비밀> 등 20년 넘게 공영방송의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수리 국화축제’, ‘산나물축제’ 등을 기획하며 문화기획자로도 양평에서 활동했다.

“‘두물머리 인생이야기’는 양평군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개발한 인문학·생태여행 프로그램이에요. 해설이 많지 않아 별도의 수익 사업이 필요한 상황에 우연찮은 기회에 두머리부엌 운영을 맡게 되었죠. 무엇보다 두머리부엌의 정신이 저희와 잘 맞았고요.”

이창신 씨는 현재도 활발하게 방송작가 일을 하면서도 새벽 6시면 일어나 식당 메뉴를 짜고, 재료 주문을 한다. 그렇게 양평쌀로 지은 밥과 그날그날 다른 국과 7가지 반찬이 식당을 찾은 손님들에게 제공된다. 엄마의 밥상처럼 맛깔스러운 백반이 차려지는 것.

“저희 백반 이름이 ‘시시백반’이에요. 누군가를 초대했을 때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는 말을 하잖아요. 누구한테는 시시해 보일 수 있지만 정성은 가득하고 비싸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일 손수 만든 정갈한 밥상이라는 걸 말하고 싶어 그렇게 이름을 지었어요.”

가격 또한 조합원은 식구 같은 마음으로 7,000원, 손님들에게는 ‘예쁜 손님’이란 이름으로 8,000원에 제공된다. 식재료 값이 폭등해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누구나 부담 없이 와서 밥 한 끼를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혼자 와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밥집

무농약 깐 감자가 균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키가 자란 시금치가 포장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지가 꼬부라졌다는 이유로, 열무가 출하 시기를 놓쳤다는 이유로 마트에서 거절 당하고 학교 영양사 선생님들이 반품한 농산물이 두머리부엌으로 들어온다. 예쁘지 않아 판매가 어렵거나 벌레가 조금 맛본 흠집 난 농산물은 건강한 음식이자,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된다. 환영받지 못했던 친환경 농산물이 건강한 음식이 되자 지역 주민들에게 되려 환영을 받고 있다. 현재 두머리부엌은 도서관, 아파트 공사 현장, 동네 부동산 등에서 정기적으로 찾을 정도로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 2020년, 양수역 인근으로 식당을 옮겨 시즌2를 시작한 두머리부엌은 단순히 밥을 파는 곳이 아닌 음식을 매개로 한 공생과 나눔의 공간이다.

“저희가 하는 사업 중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반찬을 만들어서 배달하고 있어요. 양수리 성당에서 의뢰해 성당 내에 어려운 분들에게도 곧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려고 해요. 이런 사업들이 계속해서 두머리부엌에서 일어나면 좋겠어요.”

이창신 씨는 누군가 편하게 두머리부엌을 찾아 기분 좋게 밥 한 끼의 행복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그런 밥집으로 오래오래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밥 한 끼 때문에 인생이 초라해질 수 있잖아요. 누구나 편하게 와서 먹을 수 있는 부담 없는 식당이 되고 싶어요. 결국 두머리부엌이 추구하는 것은 혼자 와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 누군가에게는 일자리이자 누군가에게는 친근한 밥집이 되는 것이죠.”

두머리부엌이 밥 짓는 냄새로 가득하다. 절로 마음이 따스해진다. 소박한 밥 한 끼로 공생과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곳에서는 계급도, 신분도, 직업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건강한 밥을 짓고, 건강한 밥을 먹는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그 밥 한 끼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특권만이 있을 뿐이다.

두머리부엌

경기 양평군 양서면 용담5길 23 A동 101
031-771-9091

이봄 사진 홍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