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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비우고

그들이 사는 세상

사진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작가 한상무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진 한 장이 어떤 이의 마음을 움직여 지구촌 반대편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유니세프와 함께 지구촌 어린아이들의 다양한 삶을 담아내 희망을 만드는 한상무 작가의 사진 이야기를 들어 봤다.

유니세프 현장 방문하며 재능기부

2019년 유니세프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유니세프 사진(UNICEF Photo of the year 2019)’에 한국인 최초로 한상무 작가의 사진이 특별상(Honorable Mention)으로 선정됐다. 한상무 작가는 ‘혹독한 삶의 배움터’라는 제목으로 방글라데시에 있는 금속 공장의 아이들을 담아냈다. 방글라데시 다카에 사는 알라프는 하루 종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쇳가루를 뒤집어쓴 채로 공장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삶의 혹독함을 배운다.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위험한 기계를 다루고, 공장 바닥에서 점심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 그런데 사진 속 아이들의 표정이 마냥 어둡지 않다.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방글라데시의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2014년 처음으로 유니세프와 미얀마에 가서 아이들을 촬영했어요. 아이들이 있는 환경은 너무 열악한데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밝은 거예요. 사실 아이들은 행복을 비교할 대상이 없어요. 그래서 그 안에서도 진짜 행복을 느끼더라고요. 방글라데시에 있던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을 뿐이죠.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는 힘이 있어요. 저는 사진작가로 아이들의 삶을 알리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죠.”

그는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만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 또한 카메라에 담았다. 환경이 다를 뿐 그 환경에서도 행복은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건 물질적 풍요가 주는 행복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한상무 작가는 아이들의 행복이 조금 더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2014년부터 재능기부로 유니세프 사업 현장을 방문하며 사진을 통해 지구촌 어린이의 상황을 알리고, 아동 권리 보호 활동에 함께하고 있다.

모든 어린이에게 행복한 세상

현재 한상무 작가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연세의료원에서 주관하는 <모든 어린이에게 행복한 세상>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전은 식수 위생, 아동 보호, 교육이란 주제로 라오스, 모리타니아,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차드 등 지구촌 어린이들의 다양한 삶을 다루고 있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고된 노동의 현장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어린이들의 생생한 순간을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아무리 행복해 하더라도 그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고민은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교육과 식수 문제 그리고 아동 노동이에요. 아동 노동은 정말 없어져야 하고요.”

그럼에도 한상무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웃음과 행복에도 시선이 닿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 웃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으면 한다고.

“8년 정도 유니세프와 함께 전 세계를 다니며 아이들을 찍다 보니 조금씩 제 생각과 가치관도 변하더라고요. 전에는 아이들의 겉모습을 담기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아이들의 행복한 순간을 찍게 돼요. 아이들의 웃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요. 더운 나라에 가면 저도 힘들고 지쳐요. 그런데도 계속해서 아이들을 찾아가 셔터를 누르고 있으니 뭔가에 홀린 거 같아요.”

사진으로 답하는 삶에 대한 질문

수많은 매거진과 캠페인 광고 등에 참여하고 있는 한상무 작가가 처음으로 카메라를 든 것은 중학교 2학년 특별활동으로 사진부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그 후 그의 삶에서 ‘사진’이 떠난 적이 없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사진부에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대학은 사진과를 선택하며 사진가로서의 삶을 이어갔다. 사진이 숙명이 된 그는 왜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그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작업이라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신령스럽다는 티베트 카일라스를 찾은 적이 있어요. 티베트인과 주변의 민족은 한 달간 산 둘레에 걸쳐진 순례길 ‘코라’를 밟는 고행을 거치는데, 그들에겐 일생 중 가장 중요한 과업이래요. 그 실상(實像)을 담고 싶어, 카일라스산을 카메라에 담았죠. 그때 찍은 사진을 전시했는데 4점 빼고는 전부 판매가 되었어요. 제 사진에서 어떤 신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대요. 그 사진을 찍었을 때의 상황과 기운이 사진에도 담겼다고 생각해요.”

티베트 불교에서는 카일라스(Kailas, 수미산)를 세계의 중심이라 생각하며 ‘강린포체(Gangrinpoche, 소중한 눈의 보석)’라고 부른다. 힌두교·자이나교·티베트 본교에서도 순례의 고향으로 여기는 영산 카일라스는 카메라 앞에 너그럽지 않다. 사방이 가파른 석벽에 거대한 눈덩이를 이고 있어 몰아치는 눈바람과 너풀거리는 안개구름으로 시선이 가로막힌다.

10번 넘게 가도 담기 어렵다는 카일라스를 한상무 작가는 단 한 번에 담았으니 산도 그의 마음을 읽은 것이리라. 온 마음을 담아, 온 기운을 담아 사진을 찍는 한상무 작가의 사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이라는 것은 현실의 대상을 통해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 거 같아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사진이 현실을 넘어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요. 그걸 위해 계속 사진을 찍을 수밖에요.”

1. 한국인 최초 ‘올해의 유니세프 사진(UNICEF Photo of the year 2019)’ 수상작인 ‘혹독한 삶의 배움터’. 한상무 작가는 방글라데시 금속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아이들을 담아내며 아동 권리 보호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2.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연세의료원에서 주관하는 한상무 작가의 <모든 어린이에게 행복한 세상> 사진전 전경.

3. 쇳가루를 뒤집어쓴 채 금속 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의 알라프.

4. 유니세프에서 지원하는 모리타니아의 학교. 작은 칠판 하나로 행복해 하는 아이들.

5. 등하교 자체가 즐거운 모리타니아 어린아이들.

6. 왕복 4시간 이상을 걸어야 식수(食水)를 구할 수 있는 모리타니아의 아이들.

7.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고무 냄새가 나는 방글라데시의 신발 공장.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이선영 사진 홍승진 사진 제공 한상무, 유니세프한국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