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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시골 구석구석 발길 머무는 곳

동해의
뜻밖의 발견

북평민속시장

겨울 별미 도루묵과 양미리는 칼칼한 찌개와 조림을 해 먹으라고 알려주고, 토실토실 살 오른 생태는 시원한 탕도 좋다며 손짓한다. 몇 년 동안 ‘금징어’로 불리던 오징어도 수조에서 힘차게 헤엄친다. 제철 맞은 재료를 담다 보면 어느새 장바구니는 무거워지고, 찬거리 걱정하던 마음은 가벼워진다. 겨울 별미와 푸른 동해가 펼쳐진 북평민속시장으로 향했다.

220여 년 전통의 최대 민속장

전국에서 ‘최고의 오일장’을 한곳만 뽑으라면 망설임 없이 강원도 동해시 북평민속시장을 뽑을 것이다. 평수를 따져보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북평동 전체가 장터인 북평민속시장은 시장의 규모부터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큰 데다, 끝없이 이어지는 좌판에 올려지는 상품 종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북평민속시장은 예전부터 이름난 장터였다. 정선과 태백, 울진과 강릉에서 오는 길이 모두 이곳 동해에서 만나다 보니 동해는 물론 인근 삼척·강릉에서도 장을 보러 오고 멀리 정선·태백에서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각 지역의 특산물이 장터에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기를 220여 년,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동해시의 작은 마을은 난리라도 난 듯 한바탕 떠들썩한 판이 벌어진다. 장터로 진입하는 초입인 북평오거리는 차들로 꽉꽉 들어차고 골목마다 거나한 난전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인근 대형마트 매상이 뚝 떨어진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유명한 북평오일장은 1796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강원도 최대의 재래시장이다.
시장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북평민속시장’이라고 적힌 시계탑이다. 탑에는 민속시장이 매달 숫자 ‘3’과 ‘8’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오일장임을 알려주기 위해 ‘3일, 8일’이라는 글자도 함께 적혀있다. 그래서인지 지역주민들은 북평민속시장을 ‘38백화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없는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터이다. 북평동과 구미동에 걸쳐 펼쳐져 있는 북평민속시장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장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일대의 골목골목이 시장 아닌 곳이 없고 난전을 펼치지 않은 거리가 없을 정도다. 메밀묵 거리, 국밥 거리, 채소 거리, 의류 거리, 벽화 거리, 뻥튀기집, 야외 공연장, 잡화 거리, 과일 거리, 어물전 거리 등 다양한 즐길 거리에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고 향을 맡으며 오감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3배의 인심 8배의 행복

오랜 전통의 오일장을 보유한 시장답게 북평민속시장에는 손맛으로 단골들을 사로잡아 오래도록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포들이 많다. 시장 입구에 있는 북평오일장 안내도에 따라 길을 걸으면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거리는 메밀묵 거리다.
하지만 메밀묵만 팔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 이곳에서는 메밀묵을 비롯해 메밀부침과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잔치국수 등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인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한껏 달아오른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메밀부침과 그 옆에서 돌돌 말려가는 메밀전병을 보고 있자면 군침이 절로 나온다.
먹을 게 지천인 북평민속시장에서 대표 음식을 꼽아보자면 역시 소머리국밥이 아닐까. 무, 파와 깨, 양념장으로 맛을 낸 소머리국밥은 건더기가 푸짐하고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겨울철 몸을 뜨뜻하게 덥힐 수 있는 맛있는 한 그릇으로 손색이 없다. 북평민속시장에는 소머리국밥을 판매하는 ‘국밥 거리’가 있어 언제든 배고픈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전 우시장이 있던 무렵부터 성업했던 4~5개의 소머리국밥집이 여전히 구수하고 칼칼한 맛으로 시장통 한 끼를 재빠르게 책임진다.

귀하신 몸이 가득한 수산물 백화점

동해의 오일장이니 당연 어물전이 으뜸일 터, 시장의 많은 거리를 지나쳐 곧바로 어물전을 찾는 이들도 많다. 생선 내장을 씻어낸 비릿한 물이 바닥에 흥건해진다.
여기저기서 반가운 인사로 수런수런해진다. 4차선 도로에서부터 뒤뜰마당 양쪽 골목까지 ㄷ자 모양으로 길게 펼쳐진 수산물 좌판엔 동해 바다 특산품인 문어·오징어는 물론 물메기·가자미·불볼락·임연수어·갈치·꽁치·망상어·고등어 같은 생선류며, 지역민들이 백골뱅이라 부르는 고둥류와 대하, 건어물까지 그야말로 수산물 백화점이다. 게다가 어물전은 상인들의 호객 소리도 적극적이어서 장 분위기를 더욱 달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 골라 보세요. 싸게 싸게 줍니다.”
어떤 집은 파란색 방수포로 커다랗게 만들어 놓은 간이 수조 안에 싱싱한 오징어들을 풀어놓고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회를 떠 주고 있다. 한 마리에 만 원이나 하는 귀하신 몸의 오징어 회를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소주와 함께 즐기는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문득 바다가 궁금해진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바다를 보고 철썩이는 파도 소리 들으며 올해도 수고한 자신을 토닥이고 싶어진다. 바다 내음 물씬한 밥상을 자신에게 선물해도 좋겠다. 소박한 생선탕이든, 거한 회 차림이든 상관없다. 동해로, 동쪽의 아무 바다가 아니라 강원도 동해시의 바다로 떠나는 이유이다. 북평민속시장에서 도루묵이며 곰치며, 제철 오징어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 한 해의 수고를 위로받는 기분일 것이다. 훌쩍 동해로 떠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동해시청

한섬해변

망상해수욕장이나 추암해수욕장 등 큰 규모의 해수욕장이 인근에 있어 비교적 눈길을 덜 받는 한섬해변은 이른바 ‘아는 사람만 아는’ 동해의 숨은 명소다. 한섬해변은 오른편으로는 감추산이, 왼편으로는 한섬방파제가 해변을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해변 양끝에 추암 촛대바위와 비슷한 원통 모양의 바위가 하나씩 서 있어 신비한 느낌도 든다.

Ⓒ동해시청

논골담길

묵호진동 논골마을은 1941년에 개항해서 성업을 이루었던 묵호항의 역사와 치열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긴 마을이다. 세월의 더께가 앉은 벽화 그림은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한다. 만선의 기쁨과 고단함을 막걸리 한 잔에 푸는 어부의 술상, 생선 좌판에서 싱싱한 문어를 손질하는 아낙네 등 담벼락의 그림만으로 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성큼 다가온다.

이봄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