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과 흉년이 오직 하늘의 뜻인 줄만 알던 시절, 농민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하늘도 무심하시지”였을 것이다. 대자연의 힘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성행하는 지금 K-농업 또한 글로벌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각국의 식량 문제는 공통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식량난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 농업의 고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한 발짝 뒤처진다. 농업을 혁신해 생산성과 자급률, 경쟁력을 올리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농업기술이 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를 넘어 해외에 전수되는 K-농업기술은 식량난으로 어려운 나라들을 구제하는 측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국의 첨단 농업기술은 세계 각국에 굵직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종자, 비료, 농약 분야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스마트팜 분야에서의 K-농업기술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는 가히 독보적이다.
K-농업이 지원하고 있는 각국의 사례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필리핀은 벼 우량 종자 생산 및 보급으로 농가 소득이 증가했고, 케냐에서는 바이러스가 없는 건전 씨감자 보급으로 감자 농가의 생산성이 크게 올랐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오렌지 생산 및 품질 향상 기술을 개발해 생산성과 소득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으며, 세네갈에서는 땅콩 우량 품종 보급과 병해충 관리를 통해 생산성을 증가시켰다. 파라과이의 참깨 재배 시범마을에 참여한 농가 역시 기존 소득 대비 1.7배 소득이 느는 등 K-농업기술의 성과는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생산성의 증대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갖고 왔다. 다양한 품종 수출은 물론, 선진 농자재 및 기계, 인력교육 등으로 연계되면서 글로벌 농업산업 분야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떨까? 현재 한국형 스마트팜은 1세대(편리성 증진), 2세대(생산성 향상)를 거치고 수용하면서 3세대(글로벌 산업화-플랜트 수출형)를 구축하고 있다. 노동력과 농자재의 사용을 줄이고, 생산성과 품질을 높임으로써 농가소득을 높이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의 애로사항이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목적인 3세대 스마트팜은 1세대, 2세대와 구별되는 특징을 가진다.
1세대 스마트팜이 ICT 기술을 이용,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로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2세대 스마트팜이 생육이나 생장상태를 빅데이터화해 지능형 정밀생육관리로 생산성을 높였다면, 3세대 스마트팜은 한국형 스마트팜을 기술적으로 완성하는 시스템의 최적화와 로봇을 활용한 무인화·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해 스마트팜 전 과정의 통합제어 및 생산관리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 농업은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기기를 농사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ICT 분야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농업인들의 편리성과 생산성을 높일뿐더러 수출의 새로운 효자상품으로 우리 농업기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다.
지난 1월,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UAE) 사막 한복판에는 한국형 스마트팜 온실이 최초로 문을 열었다. 물을 20% 이상 절약하고 복합 냉방패키지 기술로 휴작 기간을 단축해 25% 이상의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 K-농업기술 스마트팜의 귀중한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이다.
글로벌 제패(制霸)를 꿈꾸는 K-농업기술의 실현은 이제 시작이다.
글 이아도(농축산 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