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절기로 읽는 농어촌

청명(淸明)
날씨가 온화하면서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

청명은 농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좋은 날씨를 염원하는 절기다.
날씨가 맑고 온화하며 비가 자주 내려 대지가 촉촉이 젖으면 풍년이 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글 이정은
청명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로, 말 그대로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이다. ‘오동나무에 꽃이 피고, 들쥐는 사라지며, 종달새가 날고,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는 점점 대기의 기운이 따뜻해지고 왕성해지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만큼 날씨가 좋아 농사나 고기잡이 같은 생업 활동을 하기 수월한 시기다. 또 청명과 한식은 매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찾아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매일반”이라는 속담도 있다. 올해 청명은 4월 4일, 한식은 4월 5일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의 기록에 따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킨 뒤 임금에게 바치고,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개 고을의 수령에게 나눠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고 한다. 수령들은 한식 날에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눠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한다. 또 한식은 잡귀들이 꼼짝없이 묶여 있다고 해서 ‘귀신 맨 날’, 즉 손 없는 날이라 했다. 그래서 왕실에서는 종묘 제향을 지냈고, 민간에서는 성묘를 하거나 허물어진 묘를 보수했다.
청명에는 진달래 화전과 어리고 부드러운 쑥으로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여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청명주(淸明酒)였다. 청명 앞뒤에는 찹쌀로 술을 빚어 7일 뒤 위에 뜬 것을 걷어내고 맑은 것을 마시는데, 이를 청명주라고 한다. 조선 말 농업 기술서 <농정회요(農政會要)>에는 “술을 빚을 때는 물이 맑고 달아야 하는데, 청명이나 곡우 때 빚으면 특히 맛과 색이 좋다”고 쓰여 있다.
청명에는 날씨와 관련한 속신이 많다.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가 잘되고, 좋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점을 쳤다. 바닷가에서는 청명과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어종이 많아져 어획량이 증가한다고 여겼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이 시기에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나중에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줄 요량으로 나무를 심기도 했다.
청명에 준비하는 농사
청명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고 가래질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다. 농사에 가장 중요한 볍씨를 소독하고 물에 담가 싹을 틔운다. 예전에는 볍씨를 담근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지내고, 초상집에 다녀오거나 부정한 일을 당한 사람은 볍씨를 보거나 만지지 못하게 할 정도로 온갖 정성을 쏟았다. 볍씨가 부정을 타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4월에는 농사지을 때 사용할 농기계 사전 점검도 필수다. 특히 이앙기는 유압 작동 상태와 식부 장치를 점검하고, 콤바인은 배터리 충전, 트랙터는 브레이크 작동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청명 농사력
식량작물 ㆍ논두렁 손질 및 논물 가두기
ㆍ못자리 설치와 관리
ㆍ규산질비료와 퇴비 주기, 논갈이
ㆍ평야지 옥수수 심기
ㆍ고구마 온상 관리(싹 나오기 전)
ㆍ봄 감자 아주심기와 본밭 관리
ㆍ고구마 육묘 관리(싹 나온 후)
ㆍ참깨, 땅콩 파종 전 종자 소독
원예·
특용 작물

ㆍ시설 채소 환경 관리
밤: 열매채소 12℃, 잎채소 8℃ 이상
낮: 25~28℃ 유지

ㆍ고추 이랑 만들기
ㆍ마늘, 양파 생육 관리
ㆍ배, 복숭아 인공가루받이
ㆍ사과와 배 꽃봉오리 솎기 및 높이 접품종개량
ㆍ느타리버섯 재배 관리
ㆍ표고버섯 원목 관리 및 균사 배양
축산

ㆍ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전염병 예찰 및 예방 관리

ㆍ축사 내외 차단 방역 및 소독 철저
ㆍ가축의 내부 기생충 구제
ㆍ가축에게 비타민과 무기물 등 추가 급여
ㆍ축사 환경 관리 시설 점검 보완,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