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미래의 발견

전 세계 농촌 관광 롤모델 네덜란드 히트호른

도로가 없어 배를 타고 이동하는
네덜란드의 시골 마을, 히트호른.
이곳은 어떻게 세계적 관광 명소가 됐을까?
글 이인철 사진 히트호른
수로의 불편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160km가량 떨어진 히트호른은 인구 2,800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의 베네치아’, ‘북쪽의 베네치아’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머프 마을’로 유명하다. 추억의 TV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온 스머프 마을과 비슷해 붙은 이름이다. 히트호른은 치유 농업, 경관 농업의 선두 주자 네덜란드에서도 대표적 관광형 농촌 마을로 꼽힌다. 자연경관이 빼어난 데다 도로가 없는 불편을 관광자원으로 바꾼 것이 성공 비결이다. 이 마을에 도로가 없는 이유는 마을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히트호른은 1230년 대홍수와 페스트, 종교 박해 등으로 지중해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세운 마을이다. 당시 이곳에서 홍수로 죽은 산양의 뿔이 다량 발견되면서 네덜란드어로 ‘염소 뿔(geytenhoren)’을 의미하는 헤이테호런으로 불리다 히트호른(Giethoorn)으로 바뀌었다. 이주민들은 이곳 습지대에서 석탄의 한 종류인 이탄을 채굴했다. 이로 인해 습지대는 넓은 호수로 변해갔고, 주민들이 이탄을 운반하기 위해 작은 운하를 만들면서 마을 곳곳에 작은 섬이 만들어졌다. 운하의 깊이는 1m 정도로 퓐터르(punter, 히트호른의 전통 배)를 이용해 이탄 등 물자를 실어 날랐다. 그러나 이탄 채굴이 멈추면서 마을은 변화의 갈림길에 선다. 주민들이 선택한 것은 빼어난 자연경관과 마을의 가치를 관광 상품화하는 것이었다.
매년 1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
주민들은 마을의 운하 시스템과 조경을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 마을이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어 대부분 개인 섬에 살고 있다는 점에 착안, 도로 대신 수로를 이용하는 관광 코스를 만들었다. 그래서 히트호른에는 섬과 섬이 연결된 다리가 176개나 있다. 이동 수단은 시끄럽지 않은 소형 전기모터 보트를 활용한다. 관광객 역시 마을 입구에 차를 두고 배를 타고 마을을 관광한다. 관광객이 마을 사람들의 삶에 맞춰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또 네덜란드 자연보호 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오래된 가옥과 전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실제 마을에는 옛 네덜란드 시골집을 그대로 보존한 곳이 많고, 100년 전 히트호른의 생활상을 재현한 생활사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에서는 건초 더미와 이엉으로 지붕을 만드는 과정, 나막신 제작 과정, 네덜란드식 전통 타일 만들기 등 네덜란드 사람들의 전통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마을 홈페이지를 만들어 숙박과 투어 상품, 카페,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을 홍보하는데, 모두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이렇듯 주민들의 노력으로 히트호른에는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다. 자연경관과 마을의 가치를 통해 세계적 관광 명소로 거듭난 히트호른의 성공 사례를 배우기 위해 전 세계 농어촌 관계자들도 끊임없이 이곳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