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절기로 읽는 농어촌

소만(小滿)
보리가 익어가고 모내기를 하는 시기

소만(5월 20일)은 본격적으로 농사일이 바빠지는 시기다.
밭에서는 밀과 보리가 익어가고, 논에서는 모내기 준비에 한창이다.
글 이정은
소만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로 ‘농작물이 자라서 약간의 곡식이 여무는 때’라는 뜻이다.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작지만(小) 가득 찬다(滿)’는 의미가 있다. 소만은 입하와 함께 초여름이 시작되는 날로 여겨진다.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중 ‘4월령(양력으로는 5월 무렵)’에 소만에 대한 당시 농촌 풍습을 전하는데 “4월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고 했다. 이때부터 여름이 시작되고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지만, 조상들은 소만을 ‘보릿고개’라고 여겼다. 봄철 기근을 가리키는 말로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쌀이 바닥나고 올해 농사지은 보리는 여물지 않은 5~6월, 농촌의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워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해서 생긴 표현이다.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나라가 보릿고개에서 벗어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 벼 품종개량, 농약과 비료 공급 등으로 수확량이 늘어나면서 비로소 보릿고개라는 말이 사라졌다.
소만 무렵에 행했던 풍속으로는 ‘봉선화 물들이기’가 있다. 봉선화가 피면 꽃과 잎을 섞어 찧은 다음 백반과 소금을 넣어 손톱에 얹은 뒤 호박잎이나 헝겊으로 감아 붉은 물을 들이는 풍속이다. 원래 이 풍속은 오행설에 붉은색(赤)이 사귀(邪鬼)를 물리친다는 데서 유래했다.
소만 무렵 우리 조상이 즐겨 먹었던 별미로는 죽순과 냉잇국이 있다. 이 시기 모든 산야가 푸르지만,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가을을 만난 듯 잎이 누렇게 변한다. 이는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인데,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라고 한다. 이때 나온 죽순을 채취해 고추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구수하다.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이 가장 많고 칼슘과 철분, 비타민 A가 풍부하며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많이 먹는다. 씀바귀, 쑥갓, 시금치도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소만과 연관된 속담으로는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소만 추위에 소 대가리 터진다’ 등이 있다. 소만 무렵에 부는 바람이 매우 차고 쌀쌀하다는 의미다.
소만에 준비하는 농사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이다. 모판을 만들면 모내기하기까지 모의 성장 기간이 예전에는 40~50일 걸렸으나, 지금의 비닐 모판에서는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라기 때문에 소만에 모내기가 시작되어 1년 중 제일 바쁜 계절로 접어든다. 또 밀과 보리가 누렇게 익기 시작해 이른 곳에서는 밀과 보리를 베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가 줄을 이어 농사일로 바빠지기 시작한다.
소만 농사력
식량작물 ㆍ못자리 병해충 관리: 모잘록병, 뜸모, 키다리병 등
ㆍ모내는 날 육묘 상자에 입제 농약 처리
ㆍ적기 모내기
ㆍ직파재배 파종
ㆍ논보리 물 뺄 도랑 정비
ㆍ콩, 참깨 파종
ㆍ옥수수 파종(산간 고랭지) 마무리
ㆍ고구마 싹 심기(중·북부), 보리뒷그루 고구마 모판 관리
원예·
특용 작물
ㆍ고추 아주 심기
ㆍ마늘, 양파 비대기에 물 주기
ㆍ일찍 가꾸기용 열매채소 아주 심기
ㆍ배, 복숭아 열매솎기 및 봉지 씌우기
ㆍ포도 눈 따기
ㆍ봄철 느타리버섯 폐상 소독: 포르말린, 증기열 등
ㆍ마늘 잎마름병 방제
ㆍ각종 열매채소 순지르기
ㆍ열매채소 받침대 설치
축산 ㆍ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 전염병 예찰 및 예방 관리
ㆍ축사 내외 차단 방역 및 소독 철저
ㆍ모기 등 매개 전파 질병 예방을 위한 예방접종
ㆍ가축 발정 관찰 및 적기 수정
ㆍ축사의 환기 및 온도 관리
ㆍ미생물 제제 활용 발효(부숙) 촉진 및 냄새 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