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미래의 발견

전통 가옥으로 미래를 잇는이탈리아 알베로벨로 마을

하늘에 닿을 듯한 원뿔형 지붕의 가옥이 즐비한 마을, 이탈리아 알베로벨로.
선사시대 건축 기술에 바탕을 둔 이 건축물은 마을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잇는 밑거름이다.
글 임산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주거지, 트룰리
지중해가 펼쳐진 듯 새파란 하늘 아래, 이트리아 계곡 언덕에 자리한 이탈리아 알베로벨로(Alberobello).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반도 뒤꿈치 부근, 풀리아(Puglia)주에 위치한 이곳은 고도가 높으면서도 평탄한 지역이다. 주변으로 해안평야를 따라 넓은 농업지대가 이어져 포도, 잎담배, 올리브 등 재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해 농업이 발달한 이곳은 또 다른 가치를 보존하고 있다. 바로 전통 가옥 트룰로(Trullo)다.
알베로벨로를 이국적 분위기의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데에는 트룰로의 영향이 크다. 트룰로는 원통 모양의 벽 위에 납작한 돌을 원뿔 형태로 얹은 형태의 가옥으로, 한 개의 방마다 한 개의 지붕을 올려 한 채의 트룰로를 완성한다. 지붕은 원뿔형뿐 아니라 피라미드나 둥근 모양 등 다양하며, 여러 채의 트룰로가 모인 주거지를 트룰리(Trulli)라 부른다. 지금은 옛 시가지를 중심으로 1,000여 채가 모여 있는데, 마을 주변에 자리한 선사 주거지의 영향을 받아 돔 모양 무덤 양식인 톨로스(tholos)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형태의 주거지가 만들어진 기원은 14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오늘날까지 잘 보존한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 이름은 ‘알베로벨로의 트룰리(The Trulli of Alberobello)’라 불린다.
마을 전경
풀리아주의 포도나무
전통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들어
마을 주민을 넉넉하게 품어주는 전통 가옥 트룰로는 관광객들에게도 특별한 공간이 되어준다. 선물 가게나 숙박 시설로도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지역 주민의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어제의 유산을 널리 알리고, 그 역사와 전통을 보전하기 위한 마음.
트룰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회암을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석회암 지대에 자리한 지역의 특성을 살린 것. 그런데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 것에 더해 지역민의 애환이 깃든 유산이라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오래전 향토 귀족이었던 콘베르사노 백작 가문은 새로운 거주지를 정해 왕의 인가를 받고자 했다. 이때 왕에게 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빠르게 짓고 해체할 수 있는 트룰로가 필요했다. 농민들은 땅을 빼앗겨 임시 거처에 살게 되었고 그곳에서 집을 헐었다 다시 세우기를 반복했는데, 접착제의 일종인 모르타르 대신 지역의 석회암으로 가옥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견고함이 남달랐다. 무려 4세기나 유랑민처럼 살던 주민들은 1797년 나폴리 왕 페르디난드 4세에게 호소해 자신들의 거주 방식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고난 속에서도 삶을 지탱한 마을 주민의 의지가 만들어낸 알베로벨로의 트룰리. 그리고 선조들의 어제를 기억하고자 하는 진심이 알베로벨로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관광객의 모습
트룰로를 본뜬 기념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