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미래의 발견

관광자원이 된 소금 폐광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 광산이 있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이 마을은 광산의 역사를 보존하고 이를 자원으로 활용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중이다.
글 임산하
투명한 호숫가에 자리한 할슈타트
소금 채굴 역사를 간직한 마을
유리알처럼 맑은 호수를 따라 전통 가옥이 모여 있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Hallstatt)는 첫인상이 동화 속 마을 같다. 할슈타트는 지상낙원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 지역 가장 안쪽에 자리하며 ‘잘츠카머구트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이런 낭만적인 수식어를 갖게 된 배경에는 할슈타트의 자연환경도 한몫했지만, 이곳의 진짜 가치를 드높인 힘은 소금 광산에 있다. 세계 최초의 소금 광산으로 1997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소금 광산의 역사는 마을 이름에도 새겨져 있다. 할슈타트의 ‘statt’는 고대 켈트어로 ‘정착지’를, ‘hal’은 ‘회색 황금’을 뜻한다. 여기서 ‘회색 황금’은 소금을 의미한다. 소금 덕에 마을이 유명해지고 지역 경제가 돌아갔지만, 위기도 겪었다. 점차 소금 산업의 중심지가 타지로 옮겨갔고, 1965년에는 소금 광산이 폐광된 것. 마을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기로에 섰다. 이때 할슈타트 주민들이 찾은 해법은 폐광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박물관을 열어 소금 채굴 역사를 전시하고, 소금 광산을 둘러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열차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거나 터널 벽을 직접 만질 수 있으며, 소금 채취 장비 등 전시품도 감상할 수 있다. 소금 광산을 체험 관광자원으로 설계한 것이다.
마을 정경을 감상하는 스카이워크 전망대
소금 광산 내부의 나무 계단
과거를 현재의 관광 명소로 보존하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은 소금 광산에 머무르지 않았다. 이 마을의 소금 광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희고 높은 산’ 닥슈타인(Dachstein)에 올라야만 한다. 이 구간에 케이블카와 푸니쿨라(산악 기차)를 설치해 관광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물했다. 또 가파른 산을 오르는 짜릿함을 즐기고 나면,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만날 수 있게 동선을 짰다. 전망대의 정식 명칭은 벨테르베블리크(Welterbeblick)로 ‘세계유산 전망’을 의미한다. 하늘이 담긴 듯한 아름다운 호수의 정경에서 그 옛날 광부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문화유산 투어인 셈이다.
할슈타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1181년에 지은 성당이다. 옛 고딕 양식을 잘 보존한 이 성당의 건립에도 사연이 있다. 소금 광산은 마을에 풍요를 가져다주었고, 탄탄한 경제적 기반이 ‘할슈타트 문화(유럽 초기의 철기문화)’를 탄생시켰지만, 지하 광산에서 소금을 캐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에 마을에서는 광부들의 불안을 달래주기 위해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이 성당은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 길을 알려주는 북극성 같은 역할을 한다. 할슈타트처럼 과거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내일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하다.
소금 광산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