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절기로 읽는 농어촌

입추(立秋)
가을의 시작, 곡식이 알차게 여무는 시기

가을이 시작되는 입추에는 곡식이 빠르게 익어간다.
이 무렵의 날씨가 한 해의 풍작을 좌우하기에, 선조들은 맑은 날씨를 기원하며 농사의 성패를 점쳤다.
글 임산하
입추(立秋)는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때다. 음력 7월에 드는데, 양력으로는 보통 8월 8일경이지만 올해는 8월 7일이다. 아직 말복이 지나지 않아 소뿔이 꼬부라든다는 삼복더위의 기세가 꺾이지 않은 때지만, 밤에는 비교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농가의 풍속을 담은 조선 시대 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의 ‘7월령’에서는 입추 날씨를 이렇게 서술했다. “칠월이라 맹추(孟秋, 이른 가을) 되니 입추 처서 절기로다 (중략) 늦더위 있다 한들 계절을 속일소냐/빗소리도 가볍고 바람끝도 다르도다.”

입추 무렵이면 과일과 곡식이 대부분 여문다. 들녘에는 알갱이가 꽉 찬 옥수수가 지천이고, 늦여름의 햇살 아래 벼가 누렇게 익어간다. 벼의 생장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고 그 소리까지 들린다 해서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예부터 이 무렵에 비가 내리는 것은 재앙이었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고, 비바람에 벼가 쓰러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고도 비가 닷새 이상 내리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지냈다. 주로 국가 의례로 거행되었으며, 특히 조선 시대에는 도성의 사대문인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 숙정문에서 주로 행해졌다. 조선 영조 때 편찬한 <춘관지>에 따르면, 기청제를 지냈는데도 비가 그치지 않으면 3차에 걸쳐 다시 사대문에서 거듭 행했다고 하니, 역사적으로 농업을 얼마나 중시했는지 알 수 있다.

이 무렵이 한 해 벼농사의 성패를 좌우하기에 입추 날씨로 풍작을 점치기도 했다. 하늘이 청명하면 곡식이 풍년이라 여겼으며, 비가 조금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했다. 여기에 천둥이 치면 수확은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지진이 나면 다음 해 봄 소와 염소가 죽을 것이라고 간주했다.

날씨만 뒷받침되면 입추 무렵은 한가로이 수확을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했다. 여름내 쓰던 호미와 농기구를 다음 농사를 위해 깨끗이 씻어놓고 잔치를 여는 ‘호미씻이’를 한 것도 이 무렵이다. 선조들은 집집마다 음식과 술을 준비해 개울가나 마을 주변의 그늘진 곳에 모여 고된 노동을 벗어난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호미씻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농경 의례라 전해진다.
입추에 준비하는 농사
김매기가 끝나지만, 가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참깨, 옥수수 등을 수확하고, 일찍 거둬들인 밭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는다. 가을 감자, 가을 메밀 등도 습기를 피해 적기에 파종한다. 태양초를 만들기 위해 고추를 햇빛에 말리는 때도 이 무렵이다.
입추 농사력
식량작물

ㆍ고온 환경으로 인한 노린재류 등 발생
예방을 위한 방제

ㆍ참깨 1모작 적기 수확, 2모작 순지르기
실시

ㆍ가을 감자와 가을 메밀은 고온 다습한
환경을 피해 파종

ㆍ논·밭두렁, 제방, 배수로 등 사전
점검 및 정비

ㆍ옥수수 수확

원예·
특용 작물

ㆍ햇볕 데임 피해 정도에 따라
과수 관리 철저

ㆍ사과 고두병 예방을 위한 칼슘제 살포

ㆍ화훼 아침저녁으로 2회 관수하되,
아침에는 찬물로 관수

ㆍ양봉장 말벌 유인 트랩, 포충망 활용

ㆍ버섯 균 자라는 동안 가스 농도
높아지므로 수시 환기

ㆍ홍고추 적기 수확 및 햇볕에 말리기

ㆍ김장용 배추와 무 파종

축산

ㆍ구제역 백신 접종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 예찰 및 예방 관리

ㆍ차광막, 송풍팬 활용한 온도 낮추기

ㆍ충분한 물과 영양가 높은 사료 급여

ㆍ축사 내 소독과 환기로 청결 유지

ㆍ전력 사용량 증가로 인한 전기 시설 안전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