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미래의 발견

지역 특화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 사례스위스 에멘탈 치즈 마을

알프스와 낙농으로 알려진 스위스에 치즈 하나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마을이 있다.
‘에멘탈 치즈’로 유명한 스위스 베른주의 에멘탈이 바로 그곳이다.
이 마을은 어떻게 지역 이름을 세계적 브랜드로 만들었을까?
글 임산하
<톰과 제리> 속 제리가 먹던 치즈
1980~19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라면 TV 만화 시리즈 <톰과 제리>를 기억할 것이다. 이 만화에서 생쥐 제리는 구멍이 숭숭 뚫린 치즈 조각을 즐겨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이 치즈가 바로 에멘탈 치즈다. 유럽 외 대륙에서는 ‘스위스 치즈’로 불릴 만큼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다. 특히 치즈 하나로 지역 경제의 70%가 움직일 만큼 지역 특화 브랜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며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의 세계적 성공 비결은 ‘지역 특화’에 있다.
베른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에멘탈(Emmental)은 스위스의 대표적 낙농업 고장이다. ‘에멘(Emmen)’ 지역과 계곡을 뜻하는 ‘탈(tal)’을 합친 지명으로, 이곳은 알프스를 품고 있어 겨울이 되면 폭설로 자주 고립되곤 했다. 이에 주민들은 겨울에 먹을 보존 식품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치즈였다.
치즈의 역사도 오래됐다. 에멘탈 주민들은 15, 16세기부터 에멘탈에서 가열하고 압착해 치즈를 만들었고, 이 치즈를 시원하고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1년 정도 숙성시켜 품질을 향상시켰다. 한편 에멘탈 치즈 하면 쉽게 떠올리는 구멍은 특정 박테리아가 발생시킨 가스에 의해 우연히 생긴 것인데, 지금은 일부러 구멍이 많이 생기도록 제조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 마을 전경
치즈 생산 과정을 배우는 체험장 외관
에멘탈 치즈 숙성실을 방문한 관람객들
에멘탈 치즈의 역사를 둘러보는 전시장
에멘탈 치즈 전통 제조 방식을 견학하는 관람객들
치즈 역사 박물관이자, 유럽의 농촌 투어 장소
에멘탈 주민들은 치즈의 오랜 역사를 지역의 브랜드로 발전시켰다. 마을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 자치구를 꾸려 전통을 보존하며 치즈를 판매한다. 또 지역 특화 치즈를 관광 콘텐츠로 개발해 치즈 농가 전시장과 체험장을 운영한다. 치즈 농가 전시장은 에멘탈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관람객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에멘탈 치즈의 생산 과정을 둘러볼 수 있도록 1750년, 1900년대, 1950년 그리고 현재로 나눠 장작불 위 또는 현대적인 구리 통에서 에멘탈 치즈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 과정을 누구나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다.

에멘탈 치즈
치즈 농가 체험장에서는 치즈 생산 과정을 배울 수 있는데, 특히 단체 관람객은 전문 치즈 장인의 지도 아래 자신만의 치즈를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 치즈 굴리기, 장애물 경기 등 치즈와 연관된 다양한 체험을 진행한다. 관람객들은 에멘탈 치즈의 역사와 제조 과정 등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치즈를 구매할 수도 있다. 또 에멘탈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마을로 유명하다. 덕분에 전통적인 스위스 시골 모습이 남아 있어 유럽의 대표적 농촌 투어 장소로 1년 내내 많은 인파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역 특산물과 자연경관을 활용한 콘텐츠로 스위스를 넘어 세계적 명소로 자리 잡은 에멘탈 치즈 마을. 이 마을은 농촌의 유·무형 자원과 제조·가공, 체험·관광 등의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을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