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신(新)전원일기

찰땅연근에서 찾은 무한한 경쟁력귀농 16년 차 이지현·이지순 부부

경북 경산은 천도복숭아 주산지로 유명하다.
강수량이 적고, 일조량이 많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마을 어디든 복숭아밭이 지천인데, 이곳에 연근 농사를 짓기 위해 자리 잡은 부부가 있다.
귀농 16년 차, 알찬연근팜 대표 이지현·이지순 부부다.
이들 농장에는 지금 푸른 연잎이 무성하다.
글 임산하 사진 김규남
알찬연근팜
주소 경북 경산시 자인면 원당길 26
문의 010-9998-0989
스스로 돌파구를 찾으며 지나온 귀농 생활
“본래 남편은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에 지친 남편이 귀농 이야기를 먼저 꺼내더라고요.”
아내 이지순 씨가 설명하는 귀농 배경이다. 지순 씨는 남편의 생각에 동의했다. 다만 그녀는 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던 터라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농사를 돕기로 했다. 부부는 구미를 귀농지로 결정했고, 이곳에서 어떤 작물로 농사지을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부부가 선택한 농작물은 연근이었다.
“재배 작물로 연근을 택한 건, 어릴 적 부모님이 잠시 연근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에요.”
한 번이라도 경험했던 작물이 실패율을 줄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농사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도, 기술력도 갖추지 못한 부부에게 농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순 씨도 학원 일을 접고 오롯이 농사에 매진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뒤 부부는 전업농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전업농의 길은 만만치 않았다. 약 6년의 시간 동안 그럴듯한 수익을 내지 못한 부부에게는 변화가 필요했다. 품질 좋은 연근을 재배하기 위해 좋은 땅을 찾아나섰고, 지금의 경북 경산에 정착했다.
알찬연근팜에서 수확한 연근과 가공식품
“진흙땅에서 자란 연근을 ‘찰땅연근’이라고 해요. 천천히 성장하기에 조직이 단단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죠. 당시 실패를 거듭하던 저희는 찰땅연근에 승부를 걸어보기로 했어요.” 모래땅에서 키우는 것보다 수확은 배로 힘들지만, 좀 더 품질 좋은 연근을 재배하는 것이 부부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런데 경산에서도 우여곡절은 계속되었다. 어렵사리 밭과 작업장을 빌렸는데, 임차한 작업장을 갑자기 빼줘야 하는 일도 겪었다. 그러나 부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기보다는 계속 돌파구를 찾아나갔다.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급한 대로 작업장을 지어야 했어요. 파이프를 박고 비닐과 천을 씌워 작업장을 만들었죠. 다시 하라면 못 할 것 같은데, 그때는 뒷걸음질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연자육을 수확하고 있는 남편 이지현 씨
땀 흘려 키운 연근을 수확하는 부부
푸른 연잎이 무성하게 자란 농장 모습
예비 귀농인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이지순 씨
아내 이지순 씨가 애정으로 돌보는 연근 농장
귀농 10년 만에 연근으로 빛을 보다
부부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7년 무렵, 경산으로 터를 옮긴 지 약 3년 만이었다. 직전 연도에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으며 농산물 판매와 상품화 방법 등을 배웠고, 먼저 직거래를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수확한 농산물을 모두 도매로 납품했어요. 문제는 가격을 저희가 책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게다가 연근은 고정된 단가가 있어 아무리 고품질로 생산해도 동일한 시세를 적용하기 때문에 손해가 컸어요. 그런데 직거래 판로를 개척하면서부터는 점점 수익이 생기더군요.”
귀농 후 10년을 버틴 끝에 비로소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랜 노하우로 재배한 알찬 연근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부부는 허투루 사라지는 시간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더했다. 연근을 세척하거나 먹기 좋게 잘라 진공포장 후 판매하기로 한 것. 조리가 간편한 상품 덕에 자연스레 여러 납품처가 생겼다. 직거래는 성공이었다. 이후 포털 사이트 판매에 도전한 부부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비결은 단연 성실함이었다.
“저희는 다른 농가보다 연근을 일찍, 그리고 오래 수확할 수 있도록 밭마다 재배 시기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또 연근을 저장해두지 않고 당일 수확, 당일 발송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가장 신선한 연근을 드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6차 산업 오픈 랩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연주스
귀농인 교육에도 앞장서는 알찬연근팜
알찬연근팜은 여러 가공식품으로도 소비자를 만나는 중이다. 그 시작은 연근차와 연근 가루였다. 요즘은 국내산 연근 추출액 100%로 만든 ‘내 몸이 좋아하는 연근주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20년 ‘6차 산업 오픈 랩(Open Lab)’ 경진 대회에서 최고 상금을 받은 ‘사연주스(사과연근주스)’를 바탕으로 상품성과 경쟁력을 높였어요. 이 제품에 이어 연근주스 시리즈 레시피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성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하니, 오래 준비한 만큼 좋은 성과가 있길 바라고 있어요.”
도전을 멈추지 않는 부부는 바쁘게 움직이는 틈틈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데도 시간을 쏟는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저희가 뼈아프게 경험했듯, 귀농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에요. 농지와 농기계를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게 준비되어도 실패는 예정돼 있죠. 그래서 농사를 배우러 오는 분들을 마다하지 않아요. 인건비를 드리면서 1년 농사를 함께하는 거예요. 그런 다음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저희가 지금 3만3,000m2(약 1만 평) 규모의 농지에서 연근을 재배하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밭도 떼어드립니다. 연고가 없는 곳에서는 밭을 임차하기란 정말 어렵거든요.”
지순 씨는 학원 강사 경력을 살려 기술센터와 경상북도기술원 등에서 귀농 관련 기초 작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단 하나. 어제 만난 귀농인을 내일도 만나는 것이다. 이 마음이 연근을 닮았다면 비약일까.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연근 같은 마음을 품고 있기에 부부의 농장이 더 큰 성공을 이뤄가는 게 아닐까.
이지현·이지순 부부의 귀농·귀촌 TIP
1. 우수한 농지를 찾는 열정
모든 게 처음이었던 부부는 귀농 이후에도 한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우수한 농지를 찾아나섰다. 경북 경산에서 찰땅연근 재배에 마침맞은 농지를 발견한 부부는 이곳으로 과감히 터를 옮겼다.
2. 직거래 판로 개척
도매로만 연근을 판매하던 부부는 연근의 가치를 스스로 책정하며 직거래 판로를 넓혔다. 건강하게 키운 연근이라는 자부심은 자연히 소비자에게도 가닿았다. 또 당일 수확, 당일 발송 원칙을 지키며 신선한 연근을 판매하고 있다.
3. 6차 산업 도전
연근차와 연근 가루로 6차 산업에 도전한 부부는 올해 ‘내 몸이 좋아하는 연근주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랜 연구 끝에 만든 상품으로, 경진 대회에 출품한 사연주스에서 상품성과 경쟁력을 엿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