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9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천경자와 동시대 여성 작가를 재조명하는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이화자, 좁은 문 가는 길(2024)
이숙자, 캠퍼스 훈련생(1982)
천경자, 조부상(1943)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자신의 작품을 ‘한국화’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자유로이 개성을 펼쳐 보인 화가 천경자.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천경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는 천경자를 화가의 길로 인도한 조선미술전람회 입선작 ‘조부상’(1943)과 화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생태’(1951)를 포함해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하는 ‘옷감 집 나들이’(1950년대 초), ‘꽃과 병사와 포성’(1972) 등 총 86점의 작품이 걸려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 ‘생태’는 수십 마리 뱀이 뒤엉켜 있는데, 산수나 인물 위주의 한국화 화단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 소재였다. 당시 여성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모두가 놀라며 천경자를 주목했다.
광복 이후 한국 화단은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한국화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천경자는 “원칙적으로 한국화를 반대한다”라고 밝히며, “이는 쇄국적이고 협소한 굴레에 매어 달리는 격밖에 안 되는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천경자의 작품은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여성 작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동양화를 전공한 여성 작가들은 시대적 난관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지속하며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양식에서 벗어나 각자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은 천경자뿐 아니라 류민자, 이숙자, 오낭자, 이화자 등 여성 작가 22명의 작품도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군사독재, 민주화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격변의 시대를 살아내고, 다양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이바지한 여성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함께 탐험할 기회다.
INFO
전시 기간
11월 17일까지
관람료
무료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문의
02-2124-8868
이달의 Pick
<사운드 인사이드>
2020년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군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가 한국에 상륙했다. <사운드 인사이드>는 예일 대학교 문예창작 교수 ‘벨라’와 똑똑하면서도 미스터리한 학생 ‘크리스토퍼’를 통해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고독과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등으로 특유의 서정성을 보여준 작가 박천휴가 연출 및 각색에 참여하고, 실력파 배우 문소리와 서재희가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 이현우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공연 기간
10월 27일까지
관람료
R석 70,000원(성인 기준)
장소
충무아트센터
문의
070-4190-1289
<기록, Map of You>
국립청주박물관이 수장고에서 ‘기록’과 관련된 소장품 140여 점을 꺼내 전시한다. 인류 최초의 기록 중 하나로 알려진 구석기시대 ‘눈금이 새겨진 돌’부터 조선 시대 세종대왕의 태실과 관련된 의궤·태항아리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이 전시는 기록을 남긴 ‘사람’과 그들이 남긴 ‘이야기’에 주목해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구성하고, 관람객이 전시품에 담긴 이야기를 내재화할 수 있도록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기록, Map of You’라는 전시 제목처럼 여러 기록물이 각자 이야기를 찾는 데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전시 기간
11월 3일까지
관람료
무료
장소
국립청주박물관
문의
043-229-6300
<프리다>
2022년 초연 당시 뜨거운 환호를 받은 국내 창작 뮤지컬 <프리다>. <프리다>는 세계적 화가이자 멕시코 혁명가인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생애를 액자 형식으로 풀어낸 뮤지컬이다. 가상의 토크쇼 ‘라스트 나잇 쇼’에 초청된 프리다를 통해 삶의 고통스러운 변곡점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은 그녀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록과 팝, 발라드 등 다채로운 장르의 넘버와 컬러풀한 색채로 가득한 무대도 매력적이다. 이번 반석아트홀에서 열리는 <프리다>에는 초연부터 함께한 김소향 배우가 열연을 펼친다.
공연일
9월 28일
관람료
R석 80,000원(성인 기준)
장소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아트홀
문의
1588-5234
<추상과 관객>
<추상과 관객>은 관객의 개념을 확장한 전시다.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전시에 참여해 작품의 의미를 생산하도록 돕는다. ‘감상’, ‘토론’, ‘실천’으로 구분된 3개의 공간에서 여러 추상적 요소를 탐구하고, ‘보기’, ‘읽기’, ‘듣기’, ‘쓰기’, ‘그리기’ 등으로 추상의 세계를 풍요롭게 탐구할 수 있다. 경남을 대표하는 추상회화의 거장 전혁림, 이성자, 이준의 작품과 함께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전현선, 오유경, 조재영 작가의 작품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전시 기간
10월 6일까지
관람료
1,000원(성인 기준)
장소
경남도립미술관
문의
055-254-4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