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미래의 발견

일본 그린 투어리즘의 시작이자 미래규슈 아지무 마을

‘농박’, 일본에서 ‘농촌 민박’을 부르는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민박 개념과는 다르다.
농박이란 ‘농촌의 민가에 묵으면서 그 지역 고유의 생활 방식을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여행’을 말한다.
농박의 발상지가 바로 규슈에 있는 아지무 마을이다. 이 마을은 농박을 어떻게 성공시켰을까?
글 이인철 사진 아지무 마을
생생한 농촌 체험이 가능한 아지무 마을
포도로 유명한 아지무 마을의 그린 투어리즘
농촌 소멸 위기에서 찾은 해법, 농박
일본 규슈 오이타현 북쪽 산간 지대에 위치한 아지무. 온천과 포도로 유명한 마을로 인구 8,000여 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평범한 이 농촌에 도시 사람을 불러 모으는 특별한 체험이 있다. 바로 숙박과 음식, 체험을 하나로 묶은 농촌 민박이다. 60여 채의 농촌 민박 가정에 매년 1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최근에는 특별한 로컬 체험을 원하는 해외 여행자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이 마을에 ‘농촌 민박’이 탄생한 건 30여 년 전. 당시 아지무는 여느 농촌처럼 고령화,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었다. 마을에는 기존의 농업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1992년 주민 8명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그린 투어리즘 연구회’를 조직했다. 이 연구회는 1996년 주민 30여 명이 참여한 아지무마치 그린 투어리즘 연구회(이하 연구회)로 확대된다. 이후 회원들은 농업 소득 창출에만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생각하며 그린 투어리즘 모델을 구상했는데, 이것이 농업·농촌·산골의 특성을 이용한 농촌 민박이었다.
‘평범한 농촌 가정에서 머물며 주민과 가족처럼 시간을 보내고 쉼과 농촌 체험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연구회가 내건 농촌 민박의 콘셉트다. 특히 농촌 민박에 회원제 방식을 적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했다. 또한 하루 농업·농촌 체험, 초·중·고 학생 농촌 민박 체험, 물과 자연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하는 ‘강변 걷기’, 아지무에 놀러 와, 단골농가 만들기 등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도시인을 아지무로 불러 모았다.
함께 둘러볼 수 있는 마을의 문화재 우사신궁
진정한 쉼을 경험할 수 있는 농촌 민박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한 아지무 NGT(Next Generation Tourism)
그린 투어리즘의 발상지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에도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부터 실시하는 ‘그린앤 그린’ 사업이다. 일본 최고의 마을 만들기 운동으로 주민들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을 깨끗한 마을 만들기의 날로 정해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에 집 주변 쓰레기를 줍는다. 매년 마을의 성과를 기록한 ‘연간 활동보고서’를 발행하고 홈페이지 등으로 마을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책 <그린 투어리즘을 시작하는 열 가지 이유>도 발행했다. 아지무의 그린 투어리즘은 일본 내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하우징 앤 커뮤니티재단 ‘사업활동지원 조성단체’ 지정, 2001년 ‘전국지역 만들기 추진협의회 회장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일본 내 관심이 쏟아지자, 아지무는 2004년 ‘오이타 아지무 그린 투어리즘 실천대학’을 설립해 자신들의 성과를 일본 농촌 전역으로 전파하고 있다.

가정집 가족들과 즐기는 전골 요리
농촌 민박을 지역 문화로 발전시키는 아지무 마을 주민들
아지무는 5년 전 25년 넘게 이어온 농촌 민박에 변화를 시도했다. 아지무 그린 투어리즘 연구회를 ‘아지무 NGT(Next Generation Tourism) 컨소시엄 협의회’(이하 아지무 NGT)로 확대 발전시켰다. ‘새로운 세대에서 새로운 농촌 민박의 형태를 생각하자’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변화다. 아지무 NGT는 농촌 민박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1채의 농가에서 숙박, 음식, 체험의 3개를 모두 담당했다. 그러나 수용 가정의 고령화로 인해 1채의 농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런 농촌 현실을 고려해 숙박은 농가에서, 음식은 기존의 음식점, 농촌 체험은 지역의 체험형 서비스와 제휴하도록 한 것이다. 이 변화에는 농촌 민박이 아지무 마을을 넘어 오이타현 지역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돼 있다.
“한 번 묵으면 먼 친척, 열 번 묵으면 진짜 친척.” 아지무 홈페이지에 소개된 문구다. 농촌 민박을 지역의 문화로, 지역의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아지무의 차세대 그린 투어리즘이 지속 가능한 농촌을 위해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