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터미래의 발견

생태 마을의 롤 모델덴마크 뒤서킬레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65km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뒤서킬레.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 공동체 마을로,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목적은 하나, 이 마을의 성공 노하우를 알고 싶어서다.
글 이인철 사진 뒤서킬레
공동 주거 그룹을 만든 덴마크 뒤서킬레
볏짚을 압축해 지은 생태 건축
감자밭만 있던 곳에 공동체를 이루다
뒤서킬레(Dyssekilde)는 덴마크에서 가장 오래된 생태 공동체 중 한 곳이다. 공동체의 시작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이 형성되기 전 이곳은 14ha의 시골 농장으로, 감자밭이었다. 여느 시골처럼 주변이 쇠퇴하며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 지역은 소멸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1989년 어느 날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꿈꾸며 생태 공동체 결성을 준비하던 50여 명이 이 농장을 매입했다. 이들은 생태 공동체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땅을 둘로 나눠 절반은 주택을 짓고, 나머지 절반은 식량 생산, 폐수 처리, 에너지 생산 등에 사용했다.
주택 하나를 지을 때도 원칙을 두었다. 공동 주거 그룹을 만들어 5개의 단지로 조성한 것이다. 단지는 임대 아파트, 자연 순환식 친환경 에너지 주택, 재활용 재료로만 지은 실험 주택 등 저마다 고유한 특색을 갖췄다. 임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모든 사람이 생태 마을에서 조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동체의 비전에 따라 마을 공동 자금으로 지었다. 주택은 생태 마을답게 태양열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렇게 조성된 마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현재 200여 명이 함께 사는 생태 공동체 마을로 성장했다.
주민 공동체 축제
아무리 뜻을 함께해도 의견이 모두 일치하기는 어렵다. 주민 간 소통과 화합 문제는 대부분 생태 공동체 마을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뒤서킬레는 지속 가능한 마을로 유지될 수 있도록 주민 간 소통 시스템을 만들었다. 마을의 주요 의사 결정은 200여 명의 주민이 모두 참석하는 연례 회의에서 다수결로 정한다. 연례 회의는 1년에 네 번 열린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회의에 안건을 상정하는 과정이다. 연례 회의에 올릴 안건은 최소 3주 전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 전 논의할 안건의 토론회를 조직한다. 주민들을 6~8명씩 묶어 소그룹으로 분류하고, 전체 회의에서 안건이 발표되면 이 소그룹에서 올라온 안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마을의 카페
토론을 통한 집단 지성을 모아 의사 결정
연례 회의에서 일괄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경우 주민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까지 모을 수 있도록 소그룹 토론회를 진행한 다음 의사 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다. 연례 회의 외에도 각 단지별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주민 회의를 자주 갖는다. 또 생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25개 그룹이 있다. 주민에게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는 그룹, 마을 소식을 SNS에 올리는 페이스북 그룹도 있다. 그룹의 모든 작업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또 마을에는 여러 주민 공동 시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마을 커뮤니티 센터로 사무실, 게스트 룸, 대형 주방, 체육관, 회의실, 식당, 영화 감상실이 있다. 커뮤니티 센터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공동 식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마을의 중요한 주민 공동 프로그램으로 회원 절반 정도가 참석해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마을을 방문할 경우 커뮤니티 센터에서 1~2일 정도 머물 수 있다. 주민 공동 시설로 5ha 규모의 농장도 있다. 주민들은 이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곡물과 채소를 재배하고 가축을 기른다. 주민 공동체 활동으로는 뒤서킬레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7월에 개최하는 축제가 대표적이다. 매년 수천 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이 축제에는 지역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다양한 무대를 연출하고,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시장도 선다. 주민들이 자연에서 공동체를 이뤄 조화로운 삶을 이어가는 뒤서킬레. 이 마을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 마을의 미래가 엿보인다.
뒤서킬레 기념품 가게
태양열을 활용한 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