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유럽·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폭염 등으로 인해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가파르게 줄었다. 그동안 몇몇 최빈국을 위협했던 식량문제가 전 세계적 식량위기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 Official)’과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는 지난 6월 「굶주림의 핫스폿- FAO·WFP 급성 식량 불안정에 대한 조기경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분쟁과 폭염, 홍수 등 극한의 날씨,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영향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과 연료 가격 급등을 불렀고, 이는 수십 개 국가 수백만 명을 빈곤과 굶주림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각국의 식량불안정 단계를 5단계로 구분하고 에티오피아·나이지리아·남수단·예멘·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 6개국을 재난에 직면한 최고경계지역으로 꼽았다. 이 밖에도 앙골라·레바논·마다가스카르·모잠비크·스리랑카·케냐·우크라이나 등의 국가를 매우 위험단계로 꼽았으며, 이들 국가들에 시급한 인도적 지원을 촉구했다.
전염병과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곡물가격의 급등은 아프리카 국가와 일부 중동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몇몇 국가들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자국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지난해 밀 수출세를 부과했으며, 헝가리는 가격 상승을 이유로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올봄 인도네시아는 팜유의 내수 공급 의무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높였다. 식량자급률이 절반도 채 안 되는 우리나라로서는 다른 나라의 식량안보 기조에 따라 허리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에 불과하다. 식량자급률은 한 나라의 농업생산이 국내 식량의 소비를 어느 정도 충당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생산과 수출 차질은 대체성이 있는 다른 상품 가격까지 상승시킬 우려까지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다양한 변수들이 우리 식량안보를 흔들 것이다. 우리 농업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농업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량농지를 확보하고 밀과 콩 등 주요 곡물의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또 단일 작물 중심 농지에서 다품종 작물 생산이 가능하도록 농지활용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농업 재해를 막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업 생산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농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하는 곳이다. 식량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농어촌공사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업이 천하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뜻으로 ‘밥’은 하늘과 마찬가지다. 또한 그 밥은 땅이 길러낸다. 식량위기 시대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다시금 돌아볼 때다.
글 기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