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공을 들여 대나무를 쪼개 가느다란 댓살을 다듬고 엮어 대나무 바구니와 채반을 만든다. 또 작은 텃밭을 일궈 그때그때 먹을 채소와 과일을 키운다. 매일 틈틈이, 꾸준히, 천천히 자연 재료로 살림을 만드는 작업자 구름 씨의 일상 풍경이다.
본명은 김보람. 그러나 ‘구름’이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하다. 스무 살 무렵부터 시작해 16년 가까이 구름이라고 불리다 보니 이제 그 이름이 그 자신이 되었다. 구름이라는 이름에는 나무와 대나무를 이용해 살림을 만드는 작업자이자, 자연의 풍경을 담은 그림을 그려 달력을 만들고, 이웃과 연대하며, 환경을 생각하는 정체성이 녹아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구름 씨의 작업실이자 생활 공간에는 댓살이 가득하다.
“그동안은 주로 나무 작업을 해 왔어요. 서울에서는 버려진 가구를 수거해 해체해서 새로운 가구를 만드는 작업을 했고요. 양평으로 이주하고 난 뒤에는 가지치기 당한 나무를 모아 수저나 생활용품에 필요한 것들을 깎아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환경에 따라 재료는 달라졌지만 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해 왔죠.”
그렇게 작업자로 살아온 지 10년.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재료로 늘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한다는 구름 씨는 최근에는 대나무를 접하고 난 뒤 주로 모든 시간을 대나무 바구니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
“작업자마다 자신과 잘 맞는 물성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작업자는 흙이 맞아 도예를 하기도 하는데 작업을 할수록 대나무의 물성이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나무는 나무의 성질처럼 단단하고 견고하지만 풀의 유연함과 잘 엮이는 성질도 갖고 있어요. 그런 물성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구름 씨의 유튜브에는 대나무 공예 과정이 나온다. 영상에는 오로지 대나무를 쪼개고 다듬고 엮는 소리만이 존재한다. 구름 씨는 대나무를 가공하다 보면 대나무와 대칼, 그리고 손과 몸만이 작업에 필요하고 그 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한다. 큰 대나무를 쪼개는 과정,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하지만 이런 행위를 반복할수록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게 된다고. 그 시간은 안정감을 주었다. 구름 씨는 이런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유튜브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하며 몰입하는 상태가 좋아요. 대나무는 깎는 게 아니라 쪼개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그러면서 힘 빼는 기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진짜 힘을 잘 쓰려면 오히려 힘을 잘 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힘 빼기는 모든 생활에 적용되는 것도 같고요. 힘을 조절하는 법을 익히며 작업이 명상처럼 다가왔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해 만들어진 바구니는 월말에 모아 ‘월간 바구니’란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려 판매를 했다. 놀랍게도 올리자마자 초 단위로 판매가 되었다.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작년 3월부터 월간 바구니를 시작했는데 손을 크게 다쳐 몇 달 작업을 못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월간 바구니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는 마르쉐에 나가 판매를 시작했고 8월 말에는 서울에서 판매전을 계획 중이에요.”
구름 씨의 하루를 보면 그의 대나무 바구니처럼 촘촘하게 엮어져 있다. 무엇 하나 더하고 뺄 게 없다. 2015년 양평으로 이주한 뒤로 매일 아침 6시면 일어나 반려견 훈남이와 4km를 달린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텃밭에서 일을 한 뒤 아침을 ‘잘’ 차려 먹고, 일주일에 3일 대안학교와 단체에 목공수업을 가는 일정 외에는 대부분 대나무 작업을 한다.
“대나무 작업이랑 텃밭 생활 둘 다 오랜 여정이 걸리는 일이지만 꾸준히, 틈틈이 하다 보면 어느새 바구니도 만들어지고 토마토도 익어가더라고요. 텃밭을 가꾸고, 밥을 차려 먹을 때면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나를 위해 애쓰는 그 시간이 소중해요.”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빨리할 수 없고 모든 공정이 다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하루를 쪼개고 나눠 나름 촘촘히 보내고 있는 구름 씨는 지금의 풍경에 익숙해져 양평에 머물고 있지만 요즘은 어디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꾸준히 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작업할 수 있는 환경만 된다면 어디라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다시는 서울에서 살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서울이라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렇지만 텃밭은 있으면 좋겠어요. 텃밭에서 풀매고 흙 만지는 것도 좋지만 작은 씨앗이 열매를 맺고 그걸 수확해서 먹는 과정이 좋거든요.”
지금처럼 잘 먹기 위해 애쓰고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고 훈남이와 여행도 많이 다니며 바구니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구름 씨.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애쓰고 싶다는 구름 씨의 촘촘하고 단단한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온몸에 힘을 빼 매일을 유지하는 그의 일상에 더하고 뺄 게 없다지만 그의 삶을 단단히 엮어주는 힘만은 더 보태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스타그램: @bam.gureum
유튜브: www.youtube.com/c/bamgureum
글 이봄 사진 홍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