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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확행 라이프

농촌 한담, 사실은

농촌의 로망, 텃밭
가꾸는 데 어느 정도의 품이 들까?

농사로 생업을 잇지 않는 귀촌인일지라도, 텃밭을 가꿔 야채 등의 먹거리를 충당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텃밭 가꾸기도 만만치 않을 일. 텃밭 가꾸는 데 드는 품을 가늠하고, 그 보람을 살펴본다.

번거롭고 귀찮은 전원생활
고로 즐겨야 한다

하루 종일 비가 찔끔거린다. 장마가 시작됐다. 가뭄 때문에 말라비틀어지던 마당 화초들이 비 맛을 보더니 대궁이가 튼실해지고 푸른 기운을 더한다. 전원주택에 살면 이때가 가장 바쁘다. 비가 그치기 무섭게 마당이고 텃밭에 잡초가 무성해지기 때문이다. 호미를 들고 마당에 나갔다, 텃밭으로 갔다, 장맛비에 쫓겨 추녀 밑에 숨기를 반복하며 잡초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풀을 뽑고 돌아서도 그 자리에서 다시 풀이 올라온다.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서 풀 뽑으며 산다”고 하면 “왜 그 개고생을 사서 해!” 할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텃밭놀이가 마약이란 것을 그들은 절대 모른다. 번거롭기도, 귀찮기도 하지만 재미를 붙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피곤한 것 다 잊고 즐기게 된다. 경지에 이르러 보지 못한 사람들이야 아무리 얘기해도 ‘개고생’으로만 보이겠지만, 도가 터지면 황홀하다. 티끌 같은 씨앗들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신. 매일 신을 영접하는 기분이다.

분수에 맞게 힘 조절해야
좋은 텃밭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것도 체질에 맞아야 하고 분수를 알아야 한다. 마당 일, 텃밭 농사 때문에 중요한 일을 못 하게 되거나, 무리한 노동이 돼 건강을 해칠 정도가 된다면 문제가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0평도 거뜬할 것 같지만 막상 가꾸어 보면 중간에 힘이 달려 추수도 못 하고 밭에서 썩기도 한다.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의 텃밭 농사는 이런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내 노동력의 한 70% 정도만 투자하겠다는 생각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마당일을 하고 텃밭 농사를 짓는 사람들 중에는 아파트 관리하듯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물이고 화초는 물론 나무 하나 돌 하나까지 일렬종대 차렷 자세를 하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풀 한 포기 나오기 무섭게 호미질을 하고, 낙엽이 떨어지면 이내 쓸어내고, 소나기에 꽃나무 가지라도 휘어져 있으면 바로 쳐 준다. 나무들은 늘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을, 창고에 연장은 당연히 종대 횡대로 줄을 맞춰 각을 잡고 있다. 즐겁다면야 상관없지만, 줄 맞춰 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지 않은가.

게으른 정원사가 가을 민들레꽃을 보고
게으른 농부가 쑥갓꽃을 보는 법

시골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근면 강박증, ‘부지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 사는 사람들의 화단을 보고, 부지런을 떨며 살아야 전원생활을 하는가 보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골이라고 해 무리해 부산떨며 노동만 하면서 살 필요는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삽질해야 잘 살 수 있다고 여기지만 좀 게을러도 된다. 물론 농사지어 먹고 살아야 하고 큰돈을 벌어 볼 생각이라면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해야겠지만, 즐기기 위한 마당이고 먹을 만큼의 텃밭 농사라면 좀 놓아두어도 된다.

마당 잔디 속에서 철 지난 민들레가 보인다. 그대로 두면 이른 봄에나 볼 수 있었던 민들레꽃을 가을에 볼 수도 있다. 계절을 달리해 피는 꽃을 보는 재미가 얼마나 큰가. 텃밭에 심은 쑥갓과 치커리가 제 때 먹을 새 없이 자란다. 쑥갓과 치커리를 묵혀 두면 꽃대가 올라오고 쑥갓은 노랗게, 치커리는 보라색 꽃을 피운다. 화초만큼 예쁘다. 긴장한 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생활에서 즐거운 일탈이고 새로운 경험이다. 그렇게 삶의 여유를 즐긴다. 이것이 바로 전원생활의 여유이지 않을까.

김경래(전원생활 칼럼니스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