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네이버 블로그 바로가기 한국농어촌공사 유튜브 바로기기 한국농어촌공사 페이스북 바로가기 한국농어촌공사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머리를 비우고

행복어 사전

얼루기

산간지방에서 수확한 곡물을 말리는 데 쓰는 농기구로 주로 벼, 보리, 밀, 조, 콩 팥 등 마르지 않는 생곡을 탈곡하기 위해 사용했다. 얼루기는 달리 얼룩, 어리, 교간(喬杆), 항(笐)으로도 불렸다.

농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농작물 재배의 마지막, 바로 수확입니다. 수확 이후는 더 중요하죠. 마르지 않은 생곡(生穀) 상태의 농작물은 바로 타작하면 알곡이 깨지기에 펼쳐 말려야 합니다.
많은 양의 수확 곡식을 한꺼번에 말리긴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옛 농부들은 야외의 간이 건조시설인 얼루기를 사용했습니다.

얼루기는 서까래와 유사한 굵기에 6자 정도 길이의 나무를, 아래는 넓고 위는 좁게 만든 원뿔 혹은 사각뿔 형태입니다. 중간에 새끼나 칡 끈을 얽어매 나무들을 연결하는 테를 둘러 더욱 튼튼하게 유지합니다. 눅눅해진 생곡을 바짝 말리기 위해서는 얼루기의 가운데를 비워야 합니다. 바람이 잘 통하기 위해서죠. 비가 오면 겉이 조금 젖지만, 비가 그치면 다시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자연 건조됩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쉴 틈 없이 달려왔지만 자신도 모르게 젖은 생곡이 생길 수 있어요. 생애 위로 먼지가 쌓이듯 내려앉아 마음에 얼룩이 지기도 합니다. 마음은 투명한 거울입니다. 마음의 얼룩을 잘 닦아 바람에 말릴 나만의 얼루기가 필요합니다.

얼루기는 곡식이 충분히 건조되면 헐어서 해체합니다. 오래도록 유지하기가 어려워 해마다 새로 만들어 사용했죠. 8월의 한여름,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비가 오면 젖지만, 그치면 재생(再生)하는 대지처럼 우리 마음의 얼룩도 바람에 날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여유가 생기길 바라봅니다.

정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