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와 수숫대, 갈대 등을 촘촘히 엮어 만든 울을 말한다. 가을걷이 이후 겨우내 갈무리하기 위한 저장 시설이었다.
통가리는 옛 조상들의 겨울나기 중 하나로, 춥디 추운 겨울날의 먹거리를 지켜주던 필수품이었습니다. 오늘날 사계절 내내 음식물을 지켜주는 냉장고가 있지만, 당시에는 가을에 추수한 제법 많은 양의 농산물을 정리해 보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농기구였습니다.
전남에서는 통가리를 발을 이용해 설치한 뒤주라는 뜻의 ‘발두지’로, 강원도에서는 ‘감자울’이라고 불렸습니다. 주로 통가리에 감자를 많이 넣어서 보관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통가리는 대략 지름 1~3m 크기와 1~2m 정도의 높이로 만들었습니다. 겨우내 수시로 통가리 안의 농산물을 꺼내 먹어야 하기에 쪽문을 내거나, 사람이 통가리 안을 넘나들 수 있도록 너무 높지 않게 제작했습니다.
통가리의 크기는 식구 수와 농산물의 생산량, 가옥 구조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일곱 가마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크기가 주를 이뤘습니다.
옛 시절, 고구마와 감자는 쌀을 대신해 겨울철 배고픔을 달래는 주요 양식이자 유일한 농산물이었습니다. 고구마와 감자는 추위에 약합니다. 특히 예부터 고구마는 밭에서 캐자마자 곧바로 온기가 있는 방에 두어야 한다고 전해질 정도로, 조금만 얼어도 쓴맛이 나서 먹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대부분 통가리는 집의 안쪽이나 마루, 방 안의 윗목에 설치했습니다.
통가리는 보온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간혹 통가리를 바깥에 설치할 경우에는 겨울철 추위를 고려한 보온 작업은 필수였습니다. 울 바깥 면으로 이엉을 둘러치고 새끼로 잘 동여매 움처럼 따뜻하게 하는 등 비를 가릴 수 있도록 조처해야 했죠.
보온이 가장 중요한 통가리처럼 우리 관계에도 적당한 온도가 필요합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너무 깊지 않게, 그렇다고 얕지 않은 따스함으로 서로의 온기가 스며들도록 말입니다. 청아한 가을날, 온기를 나누는 날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글 정수희 일러스트 권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