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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시골 구석구석 발길 머무는 곳

겨울 맛이
빛나는 시간

포항 오천시장

시리도록 푸른 빛의 겨울 바다에 마음이 설렌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는 입맛을 돋운다. 이맘때면 차가운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더욱 깊어지는 포항의 대표적인 특산품 과메기는 특히 놓치기 아까운 겨울의 맛이다. 겨울 별미를 찾아 포항 오천오일장으로 향했다.

포항의 최대 규모 오일장

신라시대부터 전해져 오는 연오랑·세오녀 설화의 배경이자 천년고찰 오어사가 위치한 포항시 오천읍은 급속도로 발전한 산업화로 인해 옛것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닷새마다 열리는 오천오일장을 가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발부터 모자, 건어물, 농기계, 수산물 등 전혀 부족함을 못 느낄 정도로 많은 품목이 즐비한 오일장에는 현대 문화에서 느낄 수 없는 정겨움이 그대로 묻어나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
오천오일장의 북적이는 열기는 겨울로 들어선 날씨를 상쇄한다. 직접 농사지어서 짜 온 들기름, 집에서 담가서 가지고 온 된장, 주황빛으로 때깔 좋은 늙은 호박고지, 무말랭이, 메주까지… 할머니들의 노동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들은 견고하지 않고 깔끔하지도 않게 플라스틱 그릇에 대충 담아 내놨지만, 시장을 찾은 사람의 지갑을 열게 한다. 저마다 가지고 나온 생필품과 농사지은 농산물들이 장터를 가득 채우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로 인사와 덕담을 나누는 소리가 오간다.
시장은 1930년대 형성돼 오천읍을 비롯한 인근의 장기면, 동해면 지역 주민들의 상거래 장소로 이름을 떨쳤다. 이후 1954년 영일군(포항시 출범 전 지명) 지정 공설시장으로 지정됐으며, 포항제철 설립 후 주민들의 증가와 함께 시장이 더욱 번성해지면서 타지역 상인들까지 모여들어 전통시장으로서는 규모가 큰 시장이 됐다. 매월 5, 10, 15, 20, 25, 30일 닷새마다 열리는 오천 장날은 여타 장날과 다르며, 철저히 신구 조합으로 전통시장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겨울철 별미 하면 포항 ‘과메기’

“맛있게 익어가는 과메기가 왔구나. 왔어/여보게! 친구야 모든 시름 내려놓고/배추(펴고) 김(펴고) 고추(넣고) 마늘(넣고)/쪽파(넣고) 미역에 초장 찍어/소주면 어떻고 막걸리면 어떠랴.”
‘과메기연가’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는 찬 바람이 부는 한겨울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잔 술에 먹던 과메기를 표현한 곡으로 포항시민들이 직접 작사·작곡하였다. 그만큼 포항하면 ‘과메기’를 빼놓을 수 없다. 겨울이면 포구 곳곳은 과메기를 말리는 풍경으로 요란하다. 주로 꽁치가 재료로 쓰인다. 오천오일장도 겨울을 맞아 길 따라 늘어선 가게 진열대마다 과메기가 빼곡하다. 식당에는 과메기를 맛보는 이들로 시끌벅적하다.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 하며 비린 맛 없이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에 겨울만 되면 자꾸 생각나는 과메기를 사러 온 사람들로 오일장이 들썩인다.
오천오일장은 겨울 별미 과메기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40년 넘은 할매손칼국수 집을 비롯해 시장 곳곳에 들어서 있는 칼국수 집은 저마다의 비법으로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시장에 들른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맛보고 가야 할 정도다. 인근 운제산 등산객들도 빼놓지 않고 들러 시장기를 채우고 간다. 추어탕도 별미로 해장에도 그만이다. 여기에 가마솥에서 갓 튀겨낸 장터 통닭은 오천오일장의 인기 메뉴다. 고소한 기름내는 절로 사람들 발길과 입맛을 끌어당긴다.

추운 겨울도 이기는 오일장의 인심

“새댁 보소, 이거 아침 일찍 노지에서 뽑아온 시금친데 싸게 드릴게. 사 가이소.”
장터에 시금치 단을 풀어 헤치고 싱싱함을 보여주는 할머니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한 단에 5천 원, 일반 마트보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부피는 두 배 정도다. 마트와는 달리 착한 가격에 싱싱함과 덤, 그리고 에누리를 더하니 시장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에 촌에는 소일거리도 없고, 집에 있으면 뭐 하는교. 손자 용돈이라도 줄라꼬 나왔니더.”
아침 일찍 인근 장기면에서 버스를 타고 시래기와 시금치 등을 팔러 나온 어르신이 추운 겨울을 그렇게 이기고 있었다.
오천오일장은 좌판을 펼쳐 놓은 촌로(村老), 점포를 낸 상인 모두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의 활력소다. 이곳에는 친절한 점원도 없다. 물건을 담을 카트도 물론 없다. 편리한 대형 주차장은 더욱더 없다. 하지만 정과 재미가 넘치는 오천오일장은 있는 것이 더 많다. 소박한 인심과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하고, 상인들과 서로 언성을 높이지만 자세히 보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하나라도 더 팔고 더 얻기 위해 흥정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풍성한 물건만큼 풍성한 인심을 안겨주는 오천오일장. 물건만 사고파는 것이 아닌 그 속에 담긴 정겨움이 장바구니를 더욱 든든하게 만든다. 추운 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덤이다. 자꾸만 오일장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한반도 최동단지역으로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은 트레킹길로 24.4㎞에 달하는 국내 최대의 해안둘레길이다. 1코스는 연오랑세오녀길, 2코스는 선바우길, 3코스는 구룡소길, 4코스는 호미길로 다양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그중 2코스 선바우길은 해안 절벽 밑 바다 위로 데크를 깔아 산책하며 자연이 빚은 다양한 지질을 감상할 수 있어 가장 사랑받고 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이 조선으로 와서 살았던 곳으로 가옥 몇 채가 남은 곳을 ‘일본인 가옥거리’로 조성했다. 그중 1920년대 지은 2층 일본식 목조가옥을 포항시가 매입·수리해 구룡포 근대역사관을 열었다. 정원을 비롯해 100여 년 전 당시의 생활이 잘 남아 있어 역사적 자료가 되고 있다.

이봄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