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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서기

도시와 농촌 그 어딘가의 「사 : 이」에서

The End,
그럼에도 삶은 이어진다

2022년도 달력이 한 장만이 남았다. 매년 같은 월일을 순서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의 삶에 또 한 번 경이로운 순간이 찾아온다. 2022라는 숫자의 시효가 다하고 어제와 오늘이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 2023이라는 새 숫자와 함께 삶에 또 하나의 나이테가 생겨나는 순간이다.

2022년에 저문 별들, 그중 하나 웹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5

유독 2022년에 큰 별들이 저물었다. 방송인 허참,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유앤미블루 멤버이자 음악감독 방준석, 소설가 이외수, 영화인 강수연, 그리고 송해 선생님까지… 해외에서도 그런 경향이 눈에 띈다. 아베 신조,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사망했으며 올리비아 뉴튼 존 또한 유명을 달리했다. 엘리자베스 2세 또한 그중 하나였다. 지난해 남편 필립 공의 사망에 뒤이어 전 세계인이 어느 정도 예감했던 순간이 2022년에 일어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느끼는 송해 선생님의 소천과도 비슷한 맥락의 추모 분위기가 글로벌한 규모로 조성되었다.
넷플릭스에서 시즌6까지 총 50부작으로 예정된 오리지널 시리즈 <더 크라운>의 시즌5가 지난 11월 공개되었다. 2016년 시즌1을 시작으로 이어져 온 이 드라마는 엘리자베스 2세의 전기를 드라마화 한 것. 실제 여왕의 재위 시절 일어난 정치적, 개인적 사건들을 조명한다. 시즌 두 개씩 단위로 주연들이 바뀌며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금번 공개된 시즌5에서는 1991년부터 19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 교통사고 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6까지 도합 여왕의 재위 70년사를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영국의 근현대사 자체인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지막 생일날 빌어보는 소원, 첫사랑 찾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코로나19의 여파로 2022년에 개봉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와 헷갈리기 쉬울 것 같은 이 영화는 류승룡, 염정아 주연의 한국 영화다. 특징은 한국 최초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점이다.
말 안 듣는 아들과 딸, 무심한 남편 진봉(류승룡)과 사는 주부 세연(염정아)은 어느 날 자신이 위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10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그중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그녀는 남편에게 당당히 요구한다.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학창 시절 교회 오빠였던 정우(옹성우)를 찾는 여정에 남편을 동반하며 과거의 진실과 마주해 간다. 이 영화에는 ‘조조할인’, ‘알 수 없는 인생’, ‘애수’ 등 이문세의 명곡들을 포함 총 14곡의 주옥같은 한국 가요들이 배우들의 노래와 춤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죽음을 앞둔 세연은 첫사랑을 찾아 땅끝 마을 해남까지 가게 되고, 또 거기에서도 배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보길도까지 가는데… 땅끝이라 해서 정말 끝이 아니라 또 무수히 많은 섬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우리네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끝에 다다르기 전, 순간순간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여정을 꿈꾸는 당신에게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올해 끝나가는 것 중 반가운 건 약화된 코로나19의 기세. 차츰 되찾고 있는 바깥에서의 일상 중 가장 반가운 건 해외로의 자유로운 여행 재개가 아닐런지.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진 가까운 해외여행 브이로그가 유튜브 피드에 계속해서 올라오는 점 또한 그간 우리가 얼마나 여행에 목말랐던가 실감케 한다. 아직은 여의치 않아 여행 계획이 없다면 이 영화를 통해 여행의 욕구를 잠깐이라도 억눌러보자. 여행 욕구를 일으키는 무수한 영화 중 엄선한 단 한 편은 바로 벤 스틸러 주연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며 하릴없이 공상에 빠져드는 주인공 월터(벤 스틸러)는 폐간 위기의 잡지 <LIFE>의 네거티브 필름 현상 담당자다.
어느 날 그가 맡은 잡지 표지용 사진 필름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월터는 투철한 직업 정신의 발로로 전 세계를 유람하는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지구 반대편으로 여행하기, 헬기에서 바다 한 가운데로 뛰어내리기, 폭발 직전의 화산 섬에서 스케이트 보딩하기 등 기상천외한 모험을 시작한 월터의 삶은 예측불허한 방향으로 흐른다. ‘삶은 여행’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이 영화를 보며 우리도 삶의 진정한 정수를 찾아 떠나는 각자만의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임수민(대중문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