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부의 일 년이 금세 지나갔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맞으며 ‘텃밭채’ 이소연 씨는 땅이 주는 소중함과 농부의 가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졌다. 누가 뭐래도 농부의 삶이 매일 더 값지고 소중하다고 말하는 이소연 씨를 만나기 위해 덕이농장을 찾았다.
온라인 쇼핑몰 ‘텃밭채’의 대표이자 3,500평 규모를 지닌 덕이농장의 농장주인 이소연 씨는 오늘도 주문이 들어온 작물을 택배 작업하느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이번 가을은 일명 항암배추와 황금배추를 수확하느라 너무 바빴어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아버지, 어머니, 저 이렇게 직원이 3명뿐이라 일손이 많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저희 작물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있어 너무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농부의 부지런함이 바로 품질 좋은 농산물 생산과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소연 씨는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소연 씨까지 세 식구가 각자의 일로, 때론 공동의 일로 분업하고 협업한다.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이다.
봄에는 열무와 상추를, 여름에는 젤리토마토와 사과토마토를 재배하고 가을에는 적색무와 과일무를, 겨울에는 항암배추(베타카로틴 배추)와 황금배추를 재배하다 보면 그의 일 년은 금세 지나간다. 겨울이면 농한기라고 여유로운 것이 아니라 월동 작물인 루콜라, 바질, 쑥갓, 시금치 농사를 짓고 수확하느라 바쁘다. 하루하루가 빈틈없이 채워진다. 그의 일 년 농사의 스케줄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이유다. 그런데도 이소연 씨는 농사가 그저 즐겁다며 해맑게 웃는다. 그는 마지못해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한다.
“직장 상사인 부모님이 귀농 선배로 있어 든든해요. 20년 전에 귀농해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며 농사는 제 삶의 일부였어요. 농부란 직업을 선택하는 데 큰 고민이 없었던 것도 그 이유일 거예요. 이제 저도 6년 차 농부로 농사에 조금은 자신이 생겼어요.”
김장철이 되면 텃밭채 농장은 더 바빠진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텃밭채의 ‘항암배추’와 ‘황금배추’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항암배추의 정식 이름은 베타카로틴 배추로 항산화 효과, 면역기능 향상, 노화 방지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듬뿍 들어 있어 고객들에게 꾸준히 인기가 많다.
특히 텃밭채 농작물은 색이 알록달록하고, 식감이 기존의 농작물과는 차별성이 있어 음식과 약초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지금은 때가 되면 회원들이 먼저 농작물 작황 상태를 물어보고 주문할 정도이다.
“텃밭채 항암배추는 일반배추보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단맛이 뛰어나 고소함을 느낄 수 있어요. 여기에 황금배추는 라이코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세포의 대사에서 생기는 활성화산소와 결합해 이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비타민 E의 100배 정도의 항산화력을 가지고 있는 고기능 배추로 올해도 주문량이 많았어요.”
항암배추와 황금배추에 이어 텃밭채는 12월이면 적색무와 과일무 수확으로 바쁘단다. 특히 과일무는 일반 무와 달리 당도가 높고 속살이 붉어 ‘수박무’라고도 불린다. 밭에 들어간 소연 씨가 잘 익은 과일무를 쑥 뽑더니 칼로 잘라 속을 보여줬다. 듣던 대로 단면이 빨간색이었다. 농부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자기 자식과 같은 작물에 대한 자랑이 끊임없이 나온다. 소연 씨도 일 년 동안 키운 작물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에 생기가 돈다. 천생 농부답다.
올해 소연 씨는 토마토 농사로 크게 이윤을 남기지 못했다. 반려동물이 아파 병원을 자주 다녀야 했고, 그러다 보니 토마토에 균병이 왔다. 한번 퍼진 균병은 순식간에 퍼져 그냥 뽑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식물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꾸준히 신호를 주지만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대로 농사를 망치고 말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식물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매일 자연에 한 수 배우는 시간이죠.”
소연 씨는 토마토로는 크게 이윤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대신 그 자리를 루콜라와 쑥갓을 키워 이윤을 남겼다. 자연과 현실에 부딪히며 오히려 더 단단해진 소연 씨. 직장 생활에서 3, 6, 9년 차에 슬럼프가 온다는 말처럼 소연 씨도 3년 차가 되던 해 호되게 슬럼프를 치렀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남들처럼 다시 취업할까’ 고민이 되어 알바도 하고 여기저기 이력서도 넣었다. 그런데도 다시 농업의 길로 돌아왔다. 농부만큼 좋은 직업이 없기 때문이다.
매일 조금씩 더 성장하는 소연 씨는 2023년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작물의 수를 줄여 소품종 대량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텃밭채를 홍보하고 싶다 했다.
“올해 8~10가지 작물을 심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수를 줄여 인기 있는 작물에 집중하려고요. 내년에는 젤리토마토, 사과토마토, 지브라토마토와 과일무, 황금배추에 집중할 테니 저희 텃밭에서 키운 농작물을 기대해 주세요.”
검색창에 ‘텃밭채’를 치면 유튜브 채널이 나온다. 이소연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MZ세대로 자신의 길을 확장해 나가며 차세대 농부의 길을 걷고 있는 청년 농부 이소연 씨. 새싹처럼 푸른 6년 차 농부 이소연의 삶에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게 된다.
“2022년을 돌아보면 뭘 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데도 어려운 순간을 잘 이겨냈고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농부를 선택한 삶을 후회하지 않도록 내년에도 마음에 정한 일을 미루지 말고 계획한 일을 꼭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자. 무엇보다 즐기면서 즐겁게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자.”
글 이선영 사진 이정도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