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매달린 곶감들이 황금빛으로 농익어간다. 전통 목조로 지은 건조장에서 햇빛과 바람, 별빛과 달빛을 받으며 맛있게 익어간다. ‘누리는 농부’의 무유황 곶감이다. 1년 동안 땀과 정성으로 농사지은 무유황 곶감을 생산하는 김종현·정은주 부부를 만나 보았다.
흙과 산이 좋아서 찾은 지리산골 함양 오매실마을. 이곳은 김종현·정은주 부부가 13년째 일궈온 삶의 터전이다. 부부는 귀농 전 농사와는 거리가 먼 대구 토박이였다. 같은 직장 동료로 4년 연애 끝에 결혼한 부부는 직장 생활 10년이 되던 해 사직서를 내고 경상남도 함양군으로 귀촌했다. 그때가 2008년, 첫아이가 다섯 살이었다.
“함양은 산골짜기에 생태마을이라 공기도 환경도 너무 좋았지만 농사를 짓기에 농지가 턱없이 부족해서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던 중 만난 곶감 전문가가 ‘여기는 감을 그냥 걸어만 놔도 절로 되겠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곶감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죠.”
그러나 곶감 전문가의 말처럼 감만 깎아 널어놓는다고 곶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귀농 첫해 곶감 농사를 시작하며 날씨와 환경 등으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고 위기도 겪었다. 그런 난관을 묵묵히 견디고 13년이 흐른 지금, 그간의 경험은 노하우가 되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재산이 되었다.
진눈깨비가 내리는 해발 500m 고지에 부부가 운영하는 ‘누리는 농부’ 목조 덕장에는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간다. 누리는 농부는 지리산 깊은 골의 맑은 물과 공기 속에서 자란 건강한 고종시 품종으로 곶감을 만든다. 고종시는 당도가 뛰어나고 씨가 거의 없어 과육이 풍부해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누리는 농부 곶감이 유난히 맛있고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이다. 부부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재배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역할이라 믿는다. “내가 만든 먹거리들을 내 아이에게도 먹일 수 있느냐”고 질문하며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전통 목조로 지은 건조장에서 햇빛과 바람, 별빛과 달빛으로 자연 건조하여 정직하게 만들었습니다.’ 김종현·정은주 부부가 1년 동안 땀과 정성으로 농사지은 무유황 곶감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면서 곶감 상자 안에 고이 접어 보내는 글귀다. 이들 부부는 직접 감 농사를 짓고부터는 관행농감을 생산해 무유황 곶감을 만들고 있다. 누리는 농부 곶감은 유황훈증처리를 하지 않고 청정 지리산과 덕유산의 골바람으로 자연 건조해 맛과 당도가 월등히 뛰어나다. 일반적으로 곶감의 색깔을 잘 내기 위해 유황으로 훈증처리를 하는데, 이는 천식 환자나 노약자에겐 주의가 필요하다.
“어르신들, 아이들 모두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곶감을 생산하고 싶었어요. 농부와 먹는 소비자가 상생을 누리는 것이 우리 부부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농부의 책임이죠.”
유황훈증을 하지 않아 인위적인 것 하나 없이 오롯이 지리산의 기운으로 우직하게 돌본 곶감이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한다. 무유황 곶감을 생산하는 것은 일손도 많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로 쉽지 않지만, 열심히 농사지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겠다는 생각으로 부부는 무유황 곶감을 고수하고 있다.
“감을 따고 한참 곶감을 깎을 때면 친인척 등 여러 일손까지 빌려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요. 특히 곶감 작업은 찬 바람이 불면 시작해 춥고 고달픈 작업이죠. 그런데 덕장에 걸린 곶감을 보고 있으면 너무 뿌듯하고 풍경만으로도 아름다워요. 계속해서 이어가게 하는 힘 같아요.”
김종현·정은주 부부가 생산하는 무유황 곶감은 1년에 10동이다. 낱개로 치면 10만 개. 감나무는 500그루를 키운다. 절반 정도는 다른 사람의 감나무 과수원을 임대해 감을 생산한다. “욕심보다는 정성과 진심을 담은 곶감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정받는 농부가 되겠다”고 말하는 부부. 이들이 생산한 무유황 곶감은 홈페이지와 스토어팜을 통해 판매된다. 무유황 곶감이라 일반 곶감에 비해 다소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고객 대부분이 재구매로 이어질 만큼 품질은 이미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귀농 13년 차 김종현·정은주 부부는 귀농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스스로 농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만 행복과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귀농은 창업인 동시에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이기에 농업기술을 빨리 배우고 자연과 상생해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는 농부란 자연과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며 살아가는 농부를 뜻해요. 감을 재배하는 과정부터 감을 따고, 깎고, 널고, 말리는 시간 그 자체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과정이 아닐까요. 그 결과물이 바로 누리는 농부의 무유황 곶감이고요.”
누가 보지 않는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 모든 과정에 품격과 가치를 추구하는 김종현·정은주 부부. 농부의 가치를 이어가는 이들 부부의 삶도 곶감처럼 달콤하게 익어가는 중이다.
글 이봄 사진 이정도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