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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이 무한 여행

오늘 떠나는 이 도시

바다와 봉우리 곳곳마다
소망이 한데 모여

강원도 양양

바다는 스스로 호흡한다. 숨을 크게 내쉬고 들이쉬기를 여러 번, 양양의 파도는 우렁찬 기합을 던지듯 표효한다. 바위 위로 한 번, 절벽까지 두 번, 파도의 메아리가 겹친다. 겨울의 양양은 봄과 여름, 가을의 계절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다. 서퍼들의 계절을 보내고, 연어가 그리워하는 초가을 남대천을 지나 송이 향 머금은 억새풀마저 지면 드디어 양양의 겨울 바다가 나설 차례다.

계절처럼 다른 온기로

뜨거운 여름, 사람들의 발길이 이곳에만 모인 듯 열정을 내뿜던 바다는 잠시의 쉼을 갖는다. 겨울이 되면 양양을 찾던 대부분 서퍼는 따뜻한 나라로 떠나거나 휴지한다. 서퍼가 잠시 비운 자리, 그곳에는 가족이 모인다. 하조대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손을 꼭 잡은 아이들이 줄지어 등대로 향하고, 아빠에게 안겨 잠든 아가의 모습도 보인다.
조선시대 공신 하륜과 조준이 즐겨찾았다고 해서 두 사람의 성을 따 이름을 지은 하조대. 이곳에는 해안 따라 무수히 박혀 있는 기암절벽이 줄곧 이어진다.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이를 품은 검푸른 동해 바다는 여전히 건재하다고 이야기하는 옛사람들의 시조 같다. 그러나 하조대의 진정한 근원은 척박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수백 년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거친 바닷바람을 견딘 소나무의 시간이 아닐까 짐작한다. 그 시간 안에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겼을 터. 소원지도 마찬가지, 사람들의 짙은 염원이 바람과 함께 펄럭인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 내내 소망이 깃든다.

과거의 짐은 모두 내려놓고

새벽부터 낙산사 앞바다는 갈 길을 재촉하는 어선이 줄을 잇는다. 파도의 결을 따라 길을 만들며 오가는 어선 사이로 태양 빛이 흐른다. 바닷가에 세워진 낙산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음사찰이다. 관음사찰은 관음보살을 모시는 사찰로, 관음보살은 사람들의 기도를 잘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트기 전부터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망을 품은 채 모여든다.
새벽의 바다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낙산사 앞 새벽 바다 내음은 말간 향초처럼 코끝을 아린다. 밤에는 휘몰아치듯 성난 파도를 데려오더니, 새벽에는 강처럼 고요히 흐른다. 밤낮으로 다른 낙산사 앞바다에 지난해의 내 모습이 비쳤다. 휘몰아치듯 감정을 쏟아내다가도 뒤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잔잔해지는.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던 한 때. 그래서인지 유난히 낙산사에 오래 머물렀다. 잦은 화재로 피해를 입었지만 견뎌내며 스스로를 굳건하게 만든 낙산사를 다독이듯, 과거의 내 모습을 어루만지는 듯 파도가 물결을 가른다.

내일은 모두가 동트는 바다이길

어느새 동이 튼다. 수면 위 구름 위로 자그맣게 동그란 해가 떠오른다. 날마다 선 위로 떠오르지만 같은 빛을 띠지 않는 태양은 파도에 휩싸이나 타지 않고 오직 깊고 곧은 호흡으로 오늘의 빛을 밝힌다. 그 빛과 함께 사람들은 너나없이 모두 손을 모은다. 누구를 위한 기도일까. 저마다 자기만의 소망을 가진 채 안녕을 빌 것이다. 가족의 안녕과 주변인을 위한 안녕, 더 넓게는 세상의 안녕, 그리고 스스로에게 전하는 안녕까지. 망설이는 순간 없이 헷갈리는 과정 없이 사랑하고 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오늘도 삶의 그림자를 놓는 바다가 내일의 나이기를 바랐다. 지난해보다 웃음을 스치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수고스러움을 이기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무언가를 바라고 있는 나와 이름 모를 옆 사람들에게도.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에 이곳의 모든 안녕이 닿기를 빌었다.

달빛이 기우는 백두대간의 설산 속에

설악산 오색령의 바깥을 걷는다. 눈 사이사이로 앞서 간 사람의 발자국이 새겨 있다. 발로 만든 역사의 길에 살포시 내 발을 얻는다. 백두대간을 통과하는 능선을 거쳐 대청봉에 오르는 길에는 세찬 칼날 바람과 함께 간다. 아래에서 바라본 대청봉은 하늘과 맞닿으며 평안해 보이기만 했는데, 설산을 넘는 일은 대체로 아름답지만 아찔하다. 작은 발 디딤 하나가 만드는 기적은 실로 놀랍다. 온몸으로 하는 일, 두 다리가 합심해 스스로를 정상까지 이끌고 무사히 내려오는 일. 이것만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내일을 가진다. 설산에 닻빛이 기운다. 양양의 경계에 내일의 우리가 서 있었다.

양양 추천 여행지

서피비치

과거 40여 년간 군사 지역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이곳은 온전한 자연의 모습으로 남았다. 푸른 바다와 다채로운 파도는 서퍼는 물론 입문자도 즐길 수 있는 서핑 포인트를 만들었다. 여름에는 서퍼에게 끊임없이 파도를, 겨울에는 가족과 연인에게 포근한 낭만을 선물한다. 사계절 다른 매력을 풍긴다.

한계령

가을 단풍으로 그윽했던 시간이 지나자 눈 쌓인 설경이다. 억겁의 세월을 비추며 지키는 산맥의 능선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인다. 바람마저 얼어버릴 것 같은 차디찬 온기는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설경에 녹는다. 정상에는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한계령 휴게소가 있다.

낙산사 홍련암

관음성지 낙산사의 부속암자인 홍련암은 절벽 끝에 자리한다.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한 장소로,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기도했던 관음굴은 암자 바닥에 있는 작은 유리창으로 볼 수 있다. 철썩이는 파도의 웅장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2005년 4월, 낙산사는 대형 산불로 대부분 전각이 소실됐으나 홍련암만은 가까스로 피했다.

하조대

암석해안으로 기암절벽과 노송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며 청유했다고 전해져 하조대라고 불렸다. 절벽 위에 소나무는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로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다를 삼킬 듯 거친 파도의 해안 풍경과 소나무 사이사이로 투영하는 은은한 햇살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은수정 사진 한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