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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없이 무한 여행

이 도시, 한 입 Old & New

깊은 세월과 새로운 멋이 다른 듯 함께

수원시 행궁동 맛집

수원시 행궁동은 수십 년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노포와 새롭게 입소문 타기 시작한 어린 가게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독특한 상권을 형성한다. 다른 듯 같이, 그러면서도 또 고유하게. 각자의 특별함으로 함께 공존하고 있는 행궁동 맛집을 찾아갔다.

Old

옛날 맛 고스란히 간직한 손칼국수, 대왕칼국수

감칠맛 가득한 뜨끈한 국물에 직접 반죽해 썰어낸 국수를 끓이고, 석석 썰어낸 대파와 김 가루 한 숟갈을 무심히 턱 올려낸다. 50년 넘은 노포 대왕칼국수의 겨울 단일 메뉴, 칼국수다.

  • 칼국수 보통·중특 5000원
  • 곱빼기·특상 7000원
  • 경기 수원시 팔달구 창룡대로7번길 11
단골손님 가득한 50년 노포

이 집 메뉴판에는 딱 두 가지 음식만 적혀있다. 칼국수와 콩국수. 그나마도 콩국수는 여름에만 한다. 겨울에는 칼국수 딱 하나. 사실 그 아래로 보통, 중특, 특상, 곱빼기 같은 말이 더 달려있긴 한데, 식당을 찾은 사람 대부분은 그저 “칼국수 하나요!”를 외친다. 워낙 양을 푸짐히 주는 집이라 어지간히 배고픈 게 아니라면 곱빼기는 시킬 엄두도 못 내기 때문이다. 중특과 특상은 각각 보통과 곱빼기에 달걀을 하나씩 더 풀어 넣는다.
“사장님, 칼국수 하나요.” 문 열고 들어오던 손님 하나가 식당 문턱을 넘기도 전에 부엌을 향해 주문부터 한다. 메뉴판은 볼 생각도 없고, 뭘 시킬까 고민도 않는다. 단골이다. 어차피 메뉴는 하나고, 빨리 주문할수록 유리하다는 걸 아는 사람. 북적이는 점심시간, 식당 이곳저곳 자리 잡고 앉은 사람 대부분이 오랜 세월 꾸준히 식당을 찾아온 인근 주민과 상인들이다.
방금 누군가 먹고 간 자리에 그새 새로운 손님이 앉았다. 앞 사람이 먹던 그릇이 남아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익숙하게 치우고 알아서 그릇을 주방으로 가져다준다.
“돈 여기 넣고 갈게요. 잘 먹고 갑니다.” 식사를 마친 손님이 익숙한 듯 돈통에 5000원짜리 한 장을 넣고 나간다. “예, 감사합니다.” 바쁜 주방 너머, 얼굴도 내보이지 못한 인사가 익숙하게 들려온다. 식당의 세월만큼 함께 쌓인 손님들의 세월이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세월만큼 깊고, 기억만큼 친숙한 맛

대왕칼국수의 칼국수는 그 옛날 어머니가, 할머니가 끓여주던 칼국수 맛을 떠올리게 한다. 소박하고 깊은 멸치 육수에 손으로 밀고 반죽한 뒤 칼로 툭툭 썰어내던 울퉁불퉁한 밀가루면. 오래된 식당의 뜨끈한 방바닥에 앉아, 세월만큼 깊고 기억만큼 친숙한 국물을 한 술 떠먹으면 입에서 절로 만족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러니 찬도 많이 필요 없지. 칼국수 한 그릇에 깍두기와 배추김치. 완벽한 한 상이다.
“여기 국물 좀 더 주세요.” 옆 테이블 손님이 사장님께 국물을 더 부탁한다. 그러고 보니 식당 여기저기, 유독 국물 더 달라는 주문이 많다. 뜨끈하고 감칠맛 가득한 멸치 육수에 다들 숟가락이 너무 바삐 움직였나 보다. 사장님은 익숙한 듯 국물 한 그릇씩을 턱턱 가져다준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푸짐한데, 인심도 좋다.
스물아홉에 식탁 두 개 놓고 가게를 열었다던 사장님은 어느새 여든둘이 되어 등이 다 굽었다. 50년이 넘도록 가게를 지켜온 사장님의 손맛은 여전히 변함이 없고, 그사이 작은 칼국수 가게는 세월만큼 깊은 국물을 끓여내는 노포가 됐다.

New

공간을 파는 카페, 공간상점

수원화성 장안문과 화서문 사이, 옛 연못 자리 앞. 세련된 공간과 아기자기한 메뉴로 매일 손님이 줄을 잇는 카페가 있다. 오픈한 지 3년여 만에 행리단길 대표 카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공간상점이다.

  • 달고나라떼 6500원
  • 아포가토 6500원
  •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41번길 26
쌉쌀 달달한 시그니처 메뉴 ‘달고나라떼’와 ‘아포가토’

도톰한 머그컵 위로 살짝 올라온 우유 거품과 도도록하게 쌓인 달고나 조각. 공간상점의 시그니처 메뉴 ‘달고나라떼’다. 생긴 것만 보면 마냥 달 것 같은데, 슬쩍 한입 마셔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달콤한 설탕 과자 사이, 슬쩍 쌉쌀한 맛이 잠시 입안에 머물렀다 사라진다. 부드러운 거품 사이로 거친 달고나 표면을 오독오독 씹다 보면 달 듯 쓰고, 거친 듯 부드러운 그 맛이 입안 가득 기껍다.
또 다른 시그니처 메뉴는 아포가토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로 아포가토를 올리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 당당히 메뉴 상단에 자리한 이름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잘게 부순 달고나 조각 위로 바닐라 아이스크림 두 스쿱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강아지 모양 쿠키를 하나 꽂았다. 이제 갓 뽑은 에스프레소를 붓기만 하면 완벽하다. 그렇게 커피와 달고나 조각이 묻은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 스푼 뜨면 쓰면서 달고, 뜨거우면서 차가운, 명확히 다른 맛이 서로를 드러내며 조화를 이룬다.
공간상점은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 메뉴로도 유명하다. 특히 딸기를 활용한 케이크가 많다. 초코 시폰 사이사이 신선한 딸기와 크림을 올린 ‘딸기초코케이크’는 적당히 달고 부드러워서 달콤한 음료와도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즐기는 티타임

카페 운영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여러 요인 중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공간의 매력이다. 공간이 주는 이미지와 분위기에 따라 카페 손님들의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공간상점은 이미 합격점을 받았다 할 수 있다. 아름답고 깔끔한 인테리어는 이 카페의 잘 알려진 매력 중 하나다. 공간상점은 테이블, 화분, 선반 등을 섬세히 배치해서 공간에 이미지를 입혔고, 빛의 사용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창가에는 하얀 커튼을 달아 카페 가득 따뜻한 빛을 채웠고, 다양한 조명을 활용해서 공간의 분위기를 강조했다. 덕분에 정성껏 내온 음료와 디저트의 매력이 더 부각될 수 있었다.
“여기 너무 예쁘다, 이쪽에 앉을까?”, “이거 먹기 전에 사진 찍자!” 카페에 들어선 손님들이 연신 감탄을 내뱉는다. 공간이 아름다워서, 받은 디저트와 음료가 정성스러워서, 그리고 이 둘이 참 잘 어울려서.

정희화 사진 봉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