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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면의 블렌딩

삶의 곁에 사람

견생역전? 인생역전!
어엿한 5년 차 가족입니다

그림책 작가 이유미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반려(伴侶)하는 시대다. 누군가의 가족은 국적과 인종, 심지어는 개체가 다르며 가족을 이루는 방식 또한 다양하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에 가족이란 어떤 의미일까. 강아지 ‘부우’와 가족이 된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책 <하트코 부우>를 펴낸 이유미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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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만난 겨울

2018년 겨울날, 강아지 한 마리가 구청 숙직실로 들어왔다. 오랜 추위에 힘들었는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큰 눈망울을 부지런히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목에는 노끈이 감긴 채였다. 개는 곧 보호소에 위탁되어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에 소개되었다. 주인도, 입양 희망자도 나타나지 않자 보호소에서는 절차에 따라 안락사를 예정했다. 안타까운 시간만이 흘러가던 그때, 예정일을 이틀 앞두고 입양하겠다는 이가 나타났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키우고 싶지는 않았던 이유미 작가였다.

“사랑만으로 생명을 들일 수는 없잖아요. 생명에 따르는 책임을 알았기 때문에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차마 키울 엄두를 내지 못했어요. 길을 걷다 털 친구들을 마주치면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바라보는 것이 애정의 전부였죠.”

사랑에 앞서 책임을 생각하던 그가 입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포인핸드에 올라온 사진이 자꾸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안락사가 예정된 상황이었기에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이불을 뒤척이며 밤을 지새운 그는 날이 밝자마자 보호소로 달려갔고, 강아지를 품에 안았다.

“가족같이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조금은 걱정 어린 마음으로 품에 안아든 순간, 말캉하고 따뜻한 감촉이 저를 안심시켰어요. 모든 불안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용기가 생겼고, 우리가 운명임을 직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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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함께하는 우리의 이름, 가족

처음 집에 온 날, 강아지는 겁먹은 듯이 구석에서 몸을 잔뜩 웅크렸다. 따뜻한 음식도 마다하고, 포근한 담요 위에서 가까스로 긴장을 놓고 잠이 들었다. 혀를 길게 늘어뜨린 채 곯아떨어진 강아지에게 이유미 작가는 복된 나날을 기도하며 부유할 부(富)에 복 우(祐) 자를 써 ‘부우’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부우를 입양한 뒤로 그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분리 불안 증세가 있던 부우를 혼자 두지 않았고, 매일 3~4회 규칙적으로 실외 배변을 하던 부우를 위해 개인적인 외출도 최소화했다. 친구들을 자주 보지 못해 장난 섞인 원망을 듣기도 했지만, 부우를 위해서 기꺼이 그렇게 했다. 온 신경을 부우에게 쏟기를 몇 달째, 부우도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불편하게 잠을 청하던 입양 초기와 달리,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곤히 잠을 잤다. 고장 난 꼬리 프로펠러 대신에 하늘 높이 치솟은 입꼬리와 명랑한 몸짓으로 화답했다.

부우는 귓병과 피부병이 호전되었지만, 척추측만증이 악화되어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는 아픔도 겪었다. 이유미 작가에게는 하늘이 무너진 날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부우는 평소 좋아하던 수영과 공놀이 등으로 재활하며 건강을 회복했다. 그렇지만 그는 단호히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이사했다. 부우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이렇게 지극정성일 수 있을까. 그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가족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켜 주는 안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우를 만나고 저는 심신이 많이 안정되었어요. 부우를 안거나 부우와 눈을 맞추는 순간마다 마음이 평온해지거든요. 실제로 개를 10분만 안고 있어도 편안해진다고 해요. 게다가 부우는 귀엽고 사랑이 많은 아이라, 존재만으로 제게 기쁨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부우에게 든든한 안전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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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작가에서 그림책 작가로 발을 넓히다

부우와 가족이 된 지 5주년을 앞두고, 이유미 작가는 작년 크리스마스에 첫 번째 그림책 <하트코 부우>를 출간했다. 부우와 함께한 시간을 엮은 작은 사진책 <주인을 찾습니다>를 책 속에 삽입하고, 즐겁게 수영하며 디스크 재활 치료를 받는 부우의 모습을 증강현실(AR) 앱 ‘아티바이브’로 보여 주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살아 있는’ 그림책을 완성했다.

<하트코 부우>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 커뮤니티 ‘텀블벅’에서 후원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달성률 679%를 기록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일이었다. 글과 그림, 사진과 영상 모두 손수 작업했기에 더욱 뜻깊었을 터. 사진 작가로 20여 년간 활발히 활동해 온 그에게 그림은 어렸을 때부터 오래 간직한 취미였다.

“부우와의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니 그림, 사진, 영상이 고루 쌓였어요. 독자들이 부우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처럼 느끼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보았습니다. 그림책 <하트코 부우>는 새 가족을 만난 강아지의 심경 변화를 부우의 시선으로 그렸어요. 생명의 무게를 전달하고 싶어 작은 사진책 <주인을 찾습니다>에는 강아지를 키우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담았습니다. 표지 영상으로는 부우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이유미 작가는 생애 첫 그림책을 출간한 것이 신기한 한편, 무용하지만 즐거운 일을 하면서 목표와 의미가 생겼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기회가 되는 모든 일을 즐겁게 하고 싶다며 웃는 그에게서 삶에 대한 낭만과 기쁨이 묻어났다.

동물을 키울 자신이 없었던 사람이 용기를 내자 추위에 떨던 강아지는 다시 마음을 열었다. 강아지는 ‘부우’라는 이름을 얻었고, 사진 작가는 그림책 작가로 발을 넓혔다. 그러니 <하트코 부우>는 가족을 선물 받은 부우의 견생역전이자, 도전을 선물 받은 이유미 작가의 인생역전을 담은 책이 아닐까. 이들은 어엿한 가족으로 계속해서 찬란한 일상을 그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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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사진 이유미·지을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