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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메타버스의 비옥한 만남

최근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농업과도 손을 잡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가 하면, 언제 어디서든 실제처럼 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게임, 농업 관련 산업과 정보를 총망라한 농업 메타버스 등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는 것. 농업을 더욱 비옥하게 만드는 메타버스와의 색다른 만남을 함께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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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다

농업과 메타버스의 만남은 2010년 이후 본격화됐다. 농업에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증강농업(Augmented Farming)’이 그 선두주자였다. 2013년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농업 신기술 컨퍼런스에서는 흥미로운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발표됐다. 온실 농장에 설치된 습도 및 온도 센서를 활용해 토마토의 곰팡이 균이 퍼질 수 있는 조건을 파악, 농부에게 알람을 보냄으로써 빠른 대처를 가능케 하는 앱이었다.

미국의 헉슬리사는 지난 2017년 증강현실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 ‘플랜트 비전’을 개발했다. 농장 내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와 RGB 카메라로 농작물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고 원인을 분석, 해결책을 제시하는 농작물 관리 시스템이다. 덕분에 농부는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인간의 오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다채로운 재배 정보를 손쉽게 얻고 농장에 적용,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다.

증강현실 기술을 토대로 토질 검사의 효율성을 향상시킨 솔루션도 있다. 네덜란드의 컴퓨터 공학자가 개발한 ‘팜AR’은 실시간 인공위성 이미지 데이터를 통해 긴급하게 관리가 필요한 농지의 좌표와 최적의 화학비료 사용량을 알려준다. 과거의 위성사진과 현재의 위성사진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그간의 변화를 파악하고 원인을 한층 빠르게 찾아낼 수도 있다.

아예 실제 농장의 모습과 데이터를 고스란히 가상현실에 옮기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도 농업 생산성 향상에 활용되고 있다. 중국 장시성 창난시 한편에는 23.07㏊ 규모의 메타버스·VR 디지털 농업 시범기지가 있는데, 중국은 이곳과 동일한 모습의 가상 농업단지를 구축해 현실에서는 벌일 수 없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농장 및 육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했는데, 현실에서는 몇 년에 걸쳐 걸릴 일들을 디지털 트윈 농장에서는 빠르게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상황들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실효성 높은 기술도 다채롭게 개발이 가능하다.

속속 실현되고 있는 농업 메타버스 혁신

우리나라도 농업과 메타버스를 접붙이기 위한 시도를 두루 펼치고 있다. 2021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홍보 플랫폼 ‘욱 크래프트’를 공개했다. 메타버스 기반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농림축산식품부·농촌마을·스마트팜·생태농장·농업박물관 등 농업과 관련된 공간을 지도로 제작, 마인크래프트 계정을 소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한없이 욱 크래프트에 참여해 다양한 농촌 공간을 체험·탐방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욱 크래프트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MZ세대에게 농식품 정책을 소개하는 소통 창구로 꾸준히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올 1월에는 국내 최초로 농업 메타버스를 주제로 하는 컨퍼런스인 ‘제1회 농업 메타버스 컨퍼런스 2023’이 개최됐다. 농업 메타버스와 관련된 최신 트렌드와 다양한 기술 및 플랫폼이 소개된 가운데, 스마트 자동화 농장과 디지털 트윈 기반의 메타버스 농장이 하나처럼 움직이도록 설계된 플랫폼 ‘메타팜’이 눈길을 끌었다. 메타팜을 이용하는 농민은 실제와 똑같이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각종 제어항목을 조절·점검함으로써 농작업 효율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다방면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구축 중인 농업 메타버스 행성 ‘토리버스’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토리버스 안에서는 작물을 재배·생산·유통할 수 있다. 가상공간이지만 실제 농장과 연계 운영함으로써 작물을 기르고 판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것.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메타아그로스쿨(벤처농업대학) 설립자이자 국립한경대 민승규 교수는 더불어 디지털 트윈 구축·가상 농업 교육 및 체험·농산물 거래소 운영·농축수산물 광고 및 홍보·농업자산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출시 등도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농업 메타버스 기술은 전문 영역이기에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사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자동차의 작동 원리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동차를 잘 운전하고 다니듯, 농업 메타버스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농업의 생산성과 상품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대감을 갖고 농업 메타버스의 발전상을 꾸준히 지켜보자. 그 안에서 농업의 혁신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강진우(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