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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국립공원 지킴이 ‘파크다이브(PARKDIVE)’

다이버 김윤선

국립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설악산이나 지리산이 아닐까? 흔히 알고 있는 국립공원은 산악형에 해당하지만,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해양국립공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해양국립공원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앞장서는 ‘파크다이브’ 김윤선 씨. 무작정 바다가 좋아 들어간 그 곳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을 건져내는 그의 활동에 대해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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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다이브’ 들어보셨어요?

우리나라 해양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야생생물을 보호하고, 주변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문 다이버 경력을 지닌 해양환경 지킴이 파크다이브다.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같은 국립공원은 과거와 달리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물속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죠. 정부에서 나서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워낙 광범위하다 보니 실태파악도 마치지 못한 상태입니다.”

올해로 26년 차 다이버 경력자인 김윤선 씨는 전업 다이버가 아닌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이하 국시모)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이다. 그는 지난 1997년, 물이 좋아서 시작한 다이버 활동을 계기로 2002년에는 세계적인 다이빙 단체인 PADI 가입을 거쳐 전문강사와 트레이너로 활동하게 되었다. 이런 그에게 2019년 국시모로부터 수중 생태계 자료 수집 활동에 대한 요청이 들어왔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망설이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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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로

수중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 육지나 산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없기에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최근 국립공원공단 연구원과 국시모가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인 홍도 주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많은 쓰레기들이 발견됐다. 천연기념물 335호인 홍도는 출입이 통제된 섬이지만 인근해역에서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의식있는 낚시꾼들이 많아져 친환경 봉돌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환경에 치명적인 납 성분 봉돌도 아직은 많이 편입니다. 물속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다워요. 자체 정화능력도 뛰어나고. 하지만 생활쓰레기는 물론이고 폐 통발 등 해양생태계를 망치는 요소가 많은데 몇 명의 파크다이브의 힘으론 역부족이죠. 정부가 적극 나서서 활동하고 알려야 하며 시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합니다.”

무구한 수중 생태계는 인간의 무관심에도 자체 정화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지만 인간의 거듭되는 훼손으로 기능을 상실해 버린 듯하다. 김윤선 씨는 “불과 몇 년 만에 예전에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던 자리돔을 이제는 거문도에서 더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며 해양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몇 년 전에는 멸종위기 생물인 나팔고둥이 횟집에서 횟감으로 팔렸던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다. 나팔고둥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거의 유일한 천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근 지역주민들이 뿔소라, 참소라, 골뱅이 등 식용고둥류를 통발로 어획하는 과정에서 나팔고둥도 함께 잡아서 유통하다가 발견된 것이다.

“다이버 회원 자녀가 수족관에 있는 나팔고둥이 국가보호종임을 알고 관계기관에 신고 후 방사하기도 했다”며 “나팔고둥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되어 현재는 많은 이가 알고 있는데 이렇게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접할 때 다이버로서 보람을 느끼며 이 일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나팔고둥 외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해양보호생물인 남방방게, 흰발농게 등의 포획과 채취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멸종위기 야생생물 또는 해양보호생물을 허가없이 포획·채취하거나 가공·유통·보관한 경우 최대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국시모를 통해 파크다이브 활동을 시작한 지 4년째인 김윤선 씨는 활동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이 지역 어민들과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이라고 하소연했다.

“초창기에는 저희 파크다이브가 물속에 들어갔다 오니까 식용으로 하는 횟감을 잡아간다고 생각하는 지역 어민들의 반감이 컸습니다. 하지만 파크다이브의 지속적인 활동과 생태 휴식제 시행 등으로 거문도 지역민들과는 오히려 유대감이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파크다이브가 결성된 지는 4년에 불과하지만 최근까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 낚시 오염실태를 알려 정부가 갯바위 생태 휴식제를 도입하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 또 멸종위기 야생생물 나팔고둥의 관리실태를 지적해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의 보호 대책이 개선되는 데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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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고 알려야 할 우리의 의무

파크다이브는 해양 환경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비롯해 해양 오염 이슈에 대해 다수의 언론과 협력해 그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요즘은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많은 인원이 모이기도 한다.

“파크다이브들이 해양환경 조사 등의 활동을 하고자 할 때 국시모 회원들의 도움이 정말 큽니다.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경비 등의 문제도 만만치 않은데 이를 회원들의 모금으로 이뤄내는 거죠. 회원들이 주는 힘을 받으니 물속에서도 더 열심히 활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활동을 하다 보니 해양환경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도 명백해진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맛집도 나만 알고 싶은 것처럼 다이버들 사이에서는 해양국립공원인 ‘백도’가 그렇다.

“백도의 바닷속 풍경은 정말 황홀경 그 자체로, 저도 다이버지만 여긴 다이버들에게도 공개하면 안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보전가치가 높습니다.”

백도는 국제적으로도 보호지역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16년 국내 최초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카테고리 la(학술적 엄정보호구역)로 인증됐다. 김윤선 씨는 “파크다이브가 지난 4년간 백도 바닷속을 모니터링 한 결과 유착나무돌산호와 긴가지해송 등 다수의 보호종과 푸른바다거북과 같은 희귀 해양생물들도 자주 목격되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아름다운 수중환경을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데, 수수방관하고 보호대책도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시모 회원으로 활동하는 만큼 수중뿐 아니라 산도 찾으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시모 역시도 올해는 보다 많은 지역이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김윤선 씨도 왕성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건강을 다지고, 전문적인 해양지식 습득을 위해 파크다이브 세미나도 활발히 개최할 예정이다.

“해양 생물에 관해서는 배움이 절실합니다. 특히 파크다이브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전문지식을 알고 있어야 해양생물의 가치도 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건강이 허락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까지 활동을 지속하겠습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자연이 깨끗해지지는 않겠지만 한 명의 선한 영향력이 많은 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오로지 자신의 신념을 따라 물에 뛰어들었던 파크다이브. 이들의 행보가 물속 환경처럼 찬란히 빛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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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나 사진 제공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