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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면의 블렌딩

농업 트렌드 이슈

농업에 쓰이는 AI 기술

AI는 사람이 할 일을 대신 처리해 주는 자동화 프로그램이다. 옛날엔 손으로 하던 계산을 이젠 계산기가 맡아 처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남에게 맡기고 싶은 지루한 작업을 대신 처리해 주는 프로그램이랄까.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난 십 년간 성능도 좋아졌다. 스스로 이미지나 소리를 인식하고,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어림짐작해 보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최근에는 챗GPT 같은, 이미지나 글을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생성 AI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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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기술을 농업에 적용할 수는 없을까?

실은 이미 많이 쓰고 있다. 주로 농지의 해충, 잡초, 식물 질병 등을 감지해 수확량과 농작물 품질을 향상하는 쪽으로 사용된다. 토양에 꽂은 센서를 통해 질소량이나 수분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를 인식하는 AI를 이용하면 작물의 잎이나 모양을 사진 찍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다. 로봇이나 드론, 농기구에 카메라를 달고 움직이면서 농경지 사진을 찍거나, 아예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이용해 작황을 파악하기도 한다.

여기에 과거 몇 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기후 데이터 등을 취합해 분석하면, 올해 작황 상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작물 시세를 추적하는 기능도 요긴하게 쓰인다. 매년 변하는 상황에 따라 어떤 종자를 선택해 어떤 작물을 키울지를 추천하거나, 현재 상황에서 이윤이 얼마나 날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이런 기술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농사짓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농가의 ⅓ 이상이 쓰고 있다고 알려진 ‘팜로그(Farm Logs)’사의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센서와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이용해 농업에 필요한 기후, 농지 및 작물 상태 같은 여러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해 분석한다. FBN(Farmers Business Network)에서 제공하는 FBN 분석이란 프로그램은 농장 운영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솔루션이다. 최상의 수확량을 낼 수 있는 종자와 농약, 비료 선택을 도와주고, 농가의 경영을 돕는다.

아예 인공지능에 관리를 맡기는 스마트팜 기업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실내 수직 농장을 내세우는 회사다. 미 바우리(Bowery)사는 수직 농장을 위한 전용 OS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농장의 작물 현황과 환경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로봇을 이용해 작물 재배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프로스페라 테크놀로지(Prospera Technologies)도 AI가 농장을 관리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모든 기술을 이용해, 사람 손이 필요 없는 실내 농업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리 농업과 인공지능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AI를 이용한 로봇, 자동으로 움직이는 농기계다. 미 존디어사가 농사를 스스로 지을 수 있는 무인 자율 트랙터를 선보인 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늘었다. 미 모나크 트랙터(Monarch Tractor)에서는 작물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딸기나 포도, 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는 로봇도 이미 개발됐다. 아직 많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많이 보급된다면 금방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 모두 제대로 이용하면 농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다. 다만 이쯤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겠다. 좋긴 한데, 과연 우리 농업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것이다. 실제로 많은 AI 기술은 북미나 유럽 같은 대농장, 이미 발달한 실내 농장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처럼 농가당 경지 면적 규모가 작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에선 차라리 농작업 대행 서비스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꾸로, 그렇기에 더 빠른 스마트화가 필요하다. 드론을 이용해 방제 효과를 높였던 것처럼, 양봉을 자동화하거나, 트랙터가 알아서 논밭을 갈아주거나 수확해 주고, 예상 작물 시세를 산출해 수입을 예상할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이 농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2021년 3월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영농을 실현을 위한 '디지털 농업 촉진 기본계획'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AI를 이용한 스마트팜과 정밀농업은 바꿀 수 없는 대세다. 세계적으로 투자도 늘고 있다. 농업에 쓰이는 정보통신 기술 산업을 뜻하는 애그리테크(Agri-Tech)에 대한 투자는 2019년부터 활발해졌고, 2021년부터는 빅테크 기업을 통한 투자도 늘었다. 여기에 기후 위기와 더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세계적으로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결국 우리 농업 현실에 맞게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빨리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농장 마케팅을 지원하는 ‘팜에이전트’, 농업 크라우딩 서비스 ‘농사펀드’ 같은 서비스나 스마트팜 솔루션을 만드는 ‘아이오크롭스’처럼 한국에도 농업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에서 개발된 기술도 되도록 빨리 상용화할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귤밭에서 귤 따는 일을 도우면서, 누가 빨리 귤 따는 로봇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디지털 농업을 통해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강진우(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