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로 떠나는 여행은 가야로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만큼 김해는 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깊고 넓게 자리한 곳이다. 싱그러운 봄날, 거니는 곳곳마다 2000년 전 가야가 살아 숨 쉬는 김해 수로왕릉과 가야테마파크를 찾았다.
옛 가야의 발자취를 따라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가락국(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왕 이야기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먼 옛날 왕 없이 9명의 부족장이 다스리고 있던 낙동강 주변의 평야 지역(지금의 김해)에 어느 날 하늘에서 황금알 여섯 개가 내려온다. 그중 가장 먼저 알을 깨고 나온 이가 왕이 되었는데, 그가 김수로왕이다.
김수로왕은 가락국의 시조이기도 하지만 국제결혼의 시조이기도 하다. 서기 42년 가락국의 왕위에 올라,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阿踰陁國) 공주 허황옥을 왕비로 맞이한 까닭이다.
허황옥을 가야의 왕비로 맞이한 수로왕은 낡은 제도를 고치고 새로운 관직을 마련하는 등 더욱 어질게 나라를 다스려 백성들로부터 칭송받으며 허황옥과 백년해로했다고 한다. 2000년 전 우리나라 왕이 이역만리 타국에서 온 인도의 공주와 혼례를 올렸다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그 둘의 결합이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흥미롭다.
수로왕릉은 서기 42년 구지봉에서 탄강하여 가락국을 세운 수로왕의 묘역으로서 사적 제73호로 지정(1963.1.21.)된 문화재다. 높이는 약 5m이며 비문에는 ‘駕洛國首露王陵(가락국수로왕릉)’이라 적혀있다. 《삼국유사》의 가락국기(駕洛國記)에 따르면, 수로왕이 기묘년(199) 3월 23일에 158세의 나이로 승하하시니 장사 지낸 뒤 주위 300보의 땅을 ‘수로왕묘’로 정했다고 한다.
수로왕릉은 납릉(納陵)이라고 하는데, 납릉 정문에는 위쪽 좌우로 두 마리의 흰색 물고기가 그려져 있다. 이를 신령스러운 물고기라고 하여 ‘신어상’이라 부르기도 하고, 두 마리의 물고기가 있어 ‘쌍어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쌍어 문양은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양으로 수로왕비 허황옥이 인도 아유타국에서 왔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뒷받침한다.
수로왕릉은 조선 선조 13년(1580)에 이르러 당시 영남관찰사이자 수로왕의 후손인 허엽에 의해 대대적으로 개축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능의 경내를 보면 수로왕과 왕후 허씨의 위패를 모신 숭선전을 비롯해 축문을 보관하는 안향각, 제수를 만들거나 보관했던 전사청 등 여러 건물과 신도비, 공적비 등의 석조물이 있다. 능 앞의 묘비는 조선 인조 25년(1647)에 세운 것이며 숭선전은 고종 21년(1884)에 임금이 내린 이름이다. 수로왕과 왕후의 위패를 모신 숭선전에서 춘·추로 제향을 올리고 있는데, 이 숭선전 제례는 경남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되어 있다.
수로왕릉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가야테마파크가 있다. 이곳 역시 김수로왕·왕비와 가야의 역사를 담고 있는데, 그 핵심 공간이 가야왕궁이다. 테마파크 내 가야왕궁은 수로왕이 국정을 돌보거나 국가 의식을 행했던 정전(正殿)을 재현한 건축물인 ‘태극전’과 수로왕의 스토리관인 ‘가락정전’, 허왕후 스토리관인 ‘왕후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가야왕궁 메인 건물인 태극전에 들어서면 굽다리 접시, 두 귀 달린 항아리 등 가야시대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R(증강현실) 체험관을 통해 김수로왕의 탄생 설화부터 허황옥과의 혼례까지 모든 이야기를 보다 생생히 만나볼 수 있다.
태극전 뒤편으로 수로왕의 처소인 가락정전이 있다. 가락정전에서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표준영정, 그리고 수로왕의 칼과 복식 등을 볼 수 있고, 가락정전 주변으로 왕이 거닐던 연못과 회랑이 있어 전시 관람 뒤 가볍게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이왕이면 왕이 된 기분으로 말이다.
가락정전 다음으로는 자연스럽게 왕후전으로 발길이 이어진다. 허황옥 스토리관인 왕후전에서는 허왕후가 인도에서 가야까지 이동한 경로와 국내 최초로 불교가 도입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고,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빛으로 꾸며놓은 거울의 방을 걸어볼 수도 있다. 거울의 방은 낮에는 해풍을 따라가고 밤에는 별빛을 헤아리며 가야로 항해하던 허왕후의 신행 코스를 느껴볼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역사를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느낀다는 것! 그것은 실로 소중한 경험이다. 싱그러운 5월, 거니는 곳곳마다 2000년 전 가야가 살아 숨 쉬는 가야테마파크로 오감 만족 역사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가락국의 시조인 수로왕(재위 42~199)의 무덤으로, 납릉(納陵)이라고 부른다. 무덤의 높이는 5m의 원형 봉토무덤인데, 주위 18,000여 평이 왕릉공원으로 되어 있다. 경내에는 수로왕, 수로왕비의 신위를 모신 숭선전을 비롯한 여러 건물과 신도비, 공적비 등의 석조물이 있다. 안정감 있는 배치, 군더더기 없이 단아한 건물이 인상적이다.
수로왕과 허왕후의 만남을 테마로 조성된 39,600㎡ 규모의 생태공원으로 정원의 연못에 옛 가야시대 습지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가시연꽃과 노랑어리연꽃 등을 식재했다. 수로왕릉, 대성동고분군과 맞닿아 있는 것은 물론, 바로 옆에 김해민속박물관과 김해한옥체험관이 있어 가야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김해의 랜드마크이자 경남의 대표적 관광지로 가야의 역사를 놀이, 체험, 전시를 통해 보고, 듣고, 만지며 배울 수 있는 오감 만족형 테마파크다. 테마파크는 크게 공연 및 전시, 체험, 놀이 및 휴식, 편의시설, 캠핑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야국의 역사도 알고 가족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싶을 때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가야의 왕자가 진례 토성 위에 별을 관측하기 위한 ‘비비단’이라는 첨성대를 쌓았다는 역사적인 사실을 계승하여 2001년 2월 1일에 문을 연 영남지역 최초의 시민 천문대이다. 김해의 중심인 분성산 정상(371m)에 자리 잡고 있으며 천문대의 모습은 알에서 태어난 가락국의 시조 김수로왕의 알을 형상화해 타원형으로 되어있다.
경남 김해시 대동면에 있는 ‘대동할매국수’는 1959년 주동금 할머니가 창업했다. 당시 대동면 5일 장터에서 처음 국수를 팔기 시작해 1980년 5일 장터가 없어지면서 가게를 차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동할매국수 육수는 남해 멸치 5~6가지를 잘 삶아 우려낸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국수에 들어가는 멸치육수가 곰국처럼 진하다. 넉넉한 고명이 올라가는 것도 이 집만의 특징인데, 고명으로는 부추 나물·단무지채·김 가루·깨소금이 올라간다. 고명도, 육수도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에 대동할매국수에서의 국수 한 그릇은 한 끼 식사로 전혀 부족함이 없다.
대전에 성심당이 있고, 전주에 풍년제과가 있다면 김해에는 ‘김덕규과자점’이 있다. 김덕규과자점이 대표상품으로 꼽고 있는 빵은 김해를 형상화한 가야빵을 비롯해 가야전병과 오감오미, 마드렌느, 레몬케이크, 마늘크림빵, 앙버터바게트, 코코넛밀크번 등이다. 그밖에 자연발효종을 사용한 건강빵 종류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김해를 방문해 김해를 대표하는 빵 맛이 보고 싶다면 김덕규과자점에 들러보자.
김해 삼정동에서 시작하여 올해로 창업 30주년을 맞는 김덕규과자점은 현재 김해 3개 지점, 부산 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글 이행림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