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인 아쿠아포닉스(Aquaponics)는 물고기를 양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설물에 포함된 암모니아나 아질산 같은 물질을 질소로 전환하여 작물 수경재배에 이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말한다.
<아쿠아포닉스 사례: 수조부(상), 재배부(하)>
물고기 양식 과정에서 물고기의 호흡이나 배설물에서 암모니아(NH3)가 발생하고, 이것이 물과 만나 암모늄 이온(NH4+)이 만들어진다. 물고기 양식 수조 내 암모니아 농도가 높아지게 되면 양식수가 오염되거나 물고기가 폐사하는데, 이때 수조에 유용 미생물을 증식시키면 암모늄 성분이 분해되고 No3 형태가 되어 이를 화학비료 대신 작물 수경재배에 이용할 수 있어 양식과 작물 재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아쿠아포닉스의 가장 큰 장점은 화학비료 대신에 물고기 배설물을 활용하여 친환경 작물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유용 미생물을 활용하여 양식수를 정화하고 물고기 배설물과 같은 오염물질 축적을 방지할 수 있어 양식수 교체작업이나 작물 재배용수를 별도로 공급할 필요가 없어 농업용수 절약도 가능하다. 또한 작물 재배가 쉽지 않은 척박한 토양이나 사막 등 비경작지에서도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양식시설과 재배시설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관행 토경이나 수경재배에 비해 초기 시설투자비가 증가하는 단점도 있다. 또한 농업용수 내 영양성분의 경우 물고기 크기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배설물만으로 작물 생장에 필요한 질소 성분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다양한 재배 작물 종을 생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고기와 작물 생장을 위한 환경제어에 어려움이 있고 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 기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벨기에,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아쿠아포닉스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스템 설비뿐만 아니라 생산물 판매, 체험 및 기술교육, 양식어종 판매촉진용 쌈채 재배 등 몇몇 농업법인이나 개인 사업자에 의해 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가연구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자원연구소, 경기도원, 충북도원 등에서도 아쿠아포닉스 운용에 의한 물고기 품질, 담수어종 양식에 의한 엽채류 재배, 양식용 사료 실용화 및 안정성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양식과 수경재배 기술의 균형을 찾기 위한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ICT 기술을 접목한 아쿠아포닉스 통합환경 모니터링>
아쿠아포닉스 농법은 양식하는 물고기의 생장 속도나 크기, 배설물의 성분 등에 따라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순환하는 물속의 무기 영양성분 농도가 달라지며 이는 재배작물의 생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화학비료 기반의 관행 수경재배와 달리 아쿠아포닉스 농법에서는 순환수에 녹아 있는 총 이온농도가 1/3로 낮은 조건에서도 작물의 생장이 촉진되기도 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면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여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ique)를 접목한 스마트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 순환수의 화학성 변화, 재배작물 종 다양화에 따른 부족 양분 보충 기술, 양식어종과 재배작물 생장 특성 및 물고기 양식과 재배작물의 최적 생장을 위한 순환수 관리 기술, 아쿠아포닉스 시설 초기 구축을 위한 매뉴얼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통하여 친환경 아쿠아포닉스 농법 상용화를 앞당길 예정이다.
글 허정욱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