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라고 다 같은 산책이 아니다. 여덟 개의 이름을 가진 죽녹원 산책로는 우리를 ‘주제가 있는 산책’으로 안내하고, 오래된 정자와 배롱나무의 조합이 환상적인 명옥헌원림은 우리에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허락한다. 늦은 봄날, 여행 같은 산책, 산책 같은 여행이 되어줄 담양 죽녹원과 명옥헌원림을 찾았다.
시원한 바람이 반가운 계절이다. 바람이 흔드는 댓잎 소리는 더 반가운 계절이다. 대나무숲에서 바람 샤워를 하는 것, 이것이 죽림욕이다. 대나무숲 울창한 죽녹원에서 죽림욕을 하다 보면 바람에 춤추는 건 댓잎만이 아니라 내 마음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춤추는 마음으로 8개의 이름을 가진 8개의 길을 걸어본다. 제1길(운수 대통 길)에서부터 제8길(선비의 길)까지 걷는 사이 대숲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산소와 음이온이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폭포수 쏟아지는 제3길(사랑이 변치 않는 길)에서는 더 왕성한 음이온의 향연이 펼쳐지고, 숲이 주는 상쾌함과 청량감이 절정에 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음이온 발생량은 나무만 있을 때보다 나무와 물이 함께 있을 때 10배나 더 많아진다. 좋은 것을 조금 더 많이 누릴 수 있어 산림욕보다 ‘죽림욕(竹林浴)’이 아닐까.
약 34만㎥의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 죽녹원은 지난 2005년 3월 개원한 대나무숲 공원이자 정원으로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4km의 산책로를 자랑한다. 그 길은 죽녹원전망대로부터 시작되는데, 전망대에서는 담양천을 비롯하여 200살 이상의 고목들로 조성된 담양 관방제림과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원한 전망을 눈에 담는 것으로 시작되는 죽녹원 산책길은 각각의 이름만큼이나 주는 즐거움도 제각각이다. 제1길인 운수 대통 길은 그야말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좋은 기운을 뿜어내고, 제2길 사색의 길은 음이온의 영향인지 우리를 명상할 때와 같은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 죽림폭포가 있는 제3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은 경쾌하고 힘 있는 폭포수를 통해 그간의 스트레스를 다 씻어낸 듯한 개운함을 선사한다. 이밖에 제4에서 제8길에 해당하는 죽마고우 길, 추억의 샛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도 저마다의 테마와 볼거리로 우리의 오감을 만족시킨다.
죽녹원 산책로에는 각각의 재미도 있지만 공통된 즐거움도 있다. 그것은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빽빽한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힐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를 더하자면 ‘죽피를 벗지 않은 죽순’을 발견하는 재미이다. 5, 6월 늦은 봄날의 죽녹원은 갓 돋아나기 시작한 죽순들이 대나무들 사이에서 색깔(연갈색) 하나를 추가한다.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색이고 아름다움이다.
담양은 누정과 원림의 고장, 시가문학의 산실로 불릴 만큼 자연을 벗 삼아 시적 영감을 떠올렸을 정자와 정원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 명옥헌원림(鳴玉軒 苑林, 명승 58호)이다. 명옥헌원림은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 1583~1623)의 아들 오이정(吳以井: 1574∼1615)이 짓고 가꾼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아담한 정자 앞뒤에 네모난 연못이 있고, 연못 주위에는 수령 100년이 넘은 20여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이곳 배롱나무는 여느 배롱나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쭉쭉 뻗어나간 굵직한 가지에서 긴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내공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또 여름에는 진분홍빛 배롱꽃으로 압도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니 이곳 명옥헌의 아름다움이 배롱나무 끝에서 탄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하지만 명옥헌을 명옥헌이게 하는 것은 나무에 있지 않고 물에 있다. 계곡물소리가 마치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소리와 같다하여 명옥헌이 되었기 때문인데, 이를 말해주듯 정자 뒤쪽 연못가 바위에 ‘명옥헌 계축(鳴玉軒 癸丑)’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새겨 넣은 것으로 정자 옆 물 흐르는 소리가 옥이 부딪히는 소리와 같다는 뜻이라 한다.
명옥헌 주변을 두루 산책한 뒤 명옥헌 마루에 걸터앉아 쉬노라니 ‘三顧(삼고, 세 번 돌아봄)’라고 써진 편액이 눈에 들어온다. 능양군(인조)이 반정 직전에 세상을 돌며 뜻을 함께할 사람을 찾던 중 만난 선비가 오희도였으며, 인조가 오희도를 세 번 찾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글이라 한다. 명옥헌의 오른편에는 ‘인조대왕 계마행(仁祖大王 繫馬杏)’이라 불리는 은행나무가 있는데, 인조가 오희도를 찾아 이곳에 왔을 때 타고 온 말을 매어둔 곳이라 해서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처럼 왕이 머물렀다 간 흔적까지 찾고 보니 역사의 바깥이 아니라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명옥헌원림은 한국 전통 정원의 백미라 할 정도로 역사성과 자연미와 건축미가 잘 압축된 곳이다. 그 유명한 배롱꽃을 보기엔 아직은 좀 이른 때이지만, 배롱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다운 명옥헌으로 여행 같은 산책, 산책 같은 여행을 떠나보자.
약 34만㎡의 울창한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는 죽녹원은 2005년 3월에 개원했으며,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4㎞의 산책로는 운수 대통 길, 죽마고우 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 죽녹원 입구에서 나무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 죽녹원 안으로 진입하면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대숲 바람이 지친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넣어 준다.
조선 중기 오희도(吳希道: 1583~1623)가 자연을 벗 삼아 살던 곳으로 그의 아들 오이정(吳以井: 1574∼1615)이 명옥헌을 짓고, 그 앞뒤에는 네모난 연못을 파고 주위에 꽃나무를 심어 아름답게 가꾼 정원이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보전도 잘 되어 있어 전라남도 으뜸숲 12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
조선 중기에 건축된 한국 전통의 별서정원으로 ‘다듬지 않은 자연과 어우러진다’는 조선시대 특유의 조경 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다. 본래 은둔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지만, 워낙 풍경이 좋은 곳이라 수많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문학과 학문연구의 산실이 되었다. 2008년 5월 2일부로 명승 제40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사문학의 전승·보전과 현대적 계승·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돼 지난 2000년 11월 문을 열었다. 전시품으로는 가사문학 자료를 비롯하여 송순의 면앙집(傘仰集)과 정철의 송강집(松江集) 및 친필 유묵 등 귀중한 유물이 있다. 문학관 인근에는 호남 시단의 중요한 무대가 된 식영정·환벽당·소쇄원·송강정·면앙정 등이 자리하고 있다.
수려재에 들어서면 발효 숙성 효소를 사용한 떡갈비, 돼지갈비 맛집답게 ‘효소’라고 써진 옹기들이 줄지어 있다. 그 옹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수려재는 갈비 맛도 훌륭하지만, 그 전에 나오는 코다리 튀김, 감자크로켓, 토마토 샐러드 등의 전식요리 맛도 만족스럽다. 음식 맛이 두루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 점심때는 꽤 긴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대기 없이 이용하고 싶다면 이른 점심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방문하길 권한다.
김순옥댓잎찹쌀도너츠는 〈SBS 생활의 달인〉,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등 각종 방송에 소개된 바 있는 도넛 맛집이다. 이곳 도넛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담양의 특산물인 댓잎 가루를 첨가해 빠르게 튀겨내어 바삭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라는 것!
도넛을 종류별로 다 맛보고 싶다면 댓잎꽈배기, 통팥앙금못난이, 완두앙금길쭉이, 백앙금깨찰, 고구마앙금깨찰 도넛이 골고루 들어있는 도너츠(도넛) 종합세트를 추천한다. 여기에 댓잎설탕이 딸려 나오는데 꽈배기를 먹을 때 취향껏 뿌려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