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와 힐링의 공간 ‘우리들의 정원’이 리뉴얼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알록달록 푸르른 화원과 맛있는 차 한 잔, 다양한 체험활동과 더 넓어진 정원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힐링을 선사한다. 농업의 4차 혁명을 꿈꾸는 우리들의 정원에 함께 놀러 가보자.
푸르른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 수천 년의 역사가 깃든 세계문화유산 미륵사지가 위치한 전라북도 익산을 찾았다. 한여름 뙤약볕을 피해 몸과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이색공간 ‘우리들의 정원’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우리들의 정원은 화원과 원예 체험, 카페, 정원이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들의 정원은 화원에서 시작했어요. 남편이 결혼 전부터 계속 운영해 온 화원이었어요. 미륵농원으로 유명했죠. 결혼하면서 제가 공간을 꾸미고 설계를 해서 2017년 봄에 ‘우리들의 정원’을 열게 되었어요.”
우리들의 정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파란안개꽃’ 카페가 방문객을 반긴다. 잠자리로 둘러싸인 파란색 카페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질 좋은 원두로 내린 향긋한 커피와 유기농 꽃차를 즐길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이다. 매일 굽는 파리크루아상 붕어빵으로 간단한 요기도 가능하다. 아름다운 생화 장식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감상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이다.
카페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나오면 바로 옆에 있는 실내농원을 구경할 수 있다. 700여 종의 화초와 관엽수가 600여 평의 하우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베고니아, 스투키, 금전수, 행운목, 제라늄, 다알리아 등 낯익은 화초부터 만천홍, 비덴스, 마리안느 등 다소 생소한 이름의 화분까지 알록달록 푸르른 식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0여 년 가까이 운영하며 도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농원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꽃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면 이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너른 정원으로 간다. 3천 평의 부지 중 2/3 이상을 정원으로 꾸민 부부는 아이들은 뛰놀고 어른들은 쉬어갈 수 있도록 곳곳에 그늘막과 의자를 놓았다. 푸르른 나무를 보고 흙을 밟을 수 있는 산책로와 원예 체험·나비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장도 조성되어 있어 볼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육아에 지친 부모님들이 많이 오세요.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놀고 체험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부모님들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꽃을 보며 힐링할 수 있으니까요. 저도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부모의 마음을 잘 알잖아요. 우리들의 정원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부의 만남은 꽃에서 시작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이경의 대표가 꽃꽂이 전시회에 갔다가 정종한 대표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혼 후 삼남매 다둥이 부부가 되면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 우리들의 정원을 계획하게 되었다. 정원부터 체험장까지 직접 모든 곳을 디자인 한 이경의 대표는 공간 구성을 위해 전북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열의를 불태웠다. 농장만으로도 먹고살 만한데 왜 일을 벌이냐며 처음에 반대하던 정종한 대표도 결국 아내의 이런 열의에 뜻을 함께했다.
최근 이경의 대표가 주력하는 것은 원예 체험을 활용한 원예치료다. 체험장에는 일반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참여하거나 어린이집·초등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하기도 하지만, 특히 장애우들이 많이 찾아온다. 3~4년째 꾸준히 원예치료를 이어오는 아이들도 많다. 아이들은 다양한 원예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심리치료를 하고 스트레스 지수도 낮춘다.
“원예치료사로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요. 처음에는 기존에 나와 있는 교과서를 따라 수업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계속해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리뉴얼해서 만들고 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원예치료사들이 교육받으러 찾아오기도 해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나눠주고 있어요.”
농장 일을 하며 정원을 가꾸고 카페를 운영하며 체험 수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보람도 많다. 특히 오랫동안 원예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심리검사에서 좋아지는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보람이 이경의 대표에게 원동력이 되는 것일까? 그녀는 짬이 나도 쉬는 법이 없다. 지금도 1년에 두 개 정도의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원예치료와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수경재배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아쿠아포닉스 생태와 테라리움·비바리움과 연계한 생태계 순환 과정을 활용하여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초등학교 과학이나 생물 교과목과 접목해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에요.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1차 산업이었다면 원예치료와 교육으로 확장하는 것이 4차 산업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원예치료사를 양성하고 싶은 꿈도 있습니다.”
2017년 문을 열었던 우리들의 정원은 약 3년 만에 코로나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이경의 대표가 준비하던 원예 체험은 진행할 수 없었고, 정원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졌던 것이다. 부부는 농원을 운영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휴식기 동안, 하우스 안에서 열악하게 진행하던 원예 체험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두 개의 체험장을 짓고 배수관과 수관을 다시 매립하는 등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의 우리들의 정원을 완성했다. 더불어 앞으로 10년 플랜을 짜고 재기의 발판을 다졌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는 플리마켓&팜파티! 6월 17일 진행되는 ‘플리마켓&팜파티’는 올해 세 번째 맞는 행사로, 코로나 이후 올스톱했던 우리들의 정원의 시작을 알리는 대규모 행사다. 원예 체험은 물론 합창단과 가수의 공연, 플리마켓, 경품 추첨 등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400명 정원의 파티에 티켓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대단하다. 정종한·이경의 대표도 그날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
“이번이 3회 차 플리마켓&팜파티에요. 코로나 이후로는 처음인데요,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실지 몰랐어요. 지역주민들은 물론 멀리 다른 지역에서 찾아주시는 분들도 많은데요, 많은 사람이 쉬고 즐기다 가는 행복한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들의 정원의 지금 모습은 완성이 아니다. 부부는 앞으로 3년 안에 농원을 스마트팜으로 개조하고 10년 안에 캠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종한 대표는 농업마이스터대학을 졸업하고 또다시 필요한 공부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들의 정원이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루기 위해 부부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진화하는 우리들의 정원이 부부의 바람처럼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쉼터로 남길 바란다.
글 양지예 사진 봉재석 영상 전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