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커처는 인물의 개성이나 특징을 매력적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캐리커처 작가 화가삼춘은 특유의 심플한 화풍과 남다른 소통법으로 캐리커처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것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함께’의 가치가 깃든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캔버스 안, 흑과 백 두 가지의 색, 그리고 굵은 선만으로 다채로운 얼굴이 탄생한다. 최대한 심플하고 정갈한 그림으로 인물과 반려동물의 개성과 매력을 한껏 드러낸다. 단시간에 완성된 그림 한 장에 사람들은 더 크게 웃고, 더 깊게 감응한다. 캐리커처 작가 화가삼춘이 믿는 그림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어린 시절 저는 뭘 해도 못하는 아이였어요. 습득력, 암기력, 수학적 능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림만큼은 참 재밌는 거예요. 그림을 그리면서 정답과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이 고스란히 남는 걸 보면서 내 경험과 노력이 헛된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노란색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파란색을 덧칠하면 기필코 흔적이 남거든요.”
자신의 손길이 스며드는 작업에 매료되어 그림에 매진하던 날들. 6남매 중 막내로 자란 그는 집에서 쏟는 사랑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어쩌면 가족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닐까, 고민하곤 했다. 그때 만난 것이 바로 캐리커처였다. 우연한 계기로 캐리커처를 그렸는데 누군가가 즉각적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그림을 다시 바라봤다. 불안으로만 다가왔던 그림이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것. 그림 그리는 삼촌이자 꽃이 자리한 공간에서 봄날처럼 따뜻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미를 담아 닉네임 ‘화가삼춘(花家三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화가삼춘은 캐리커처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작은 그림 가게 ‘도토리 캐리커쳐’를 열었다. ‘1분 캐리커쳐’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누구나 캐리커처를 부담 없이 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였다. 고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과 입소문이 퍼졌고, 오픈 런 현상까지 이어졌다.
고객층은 다양하다. 1인과 커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이들도 있고, 가족사진 대신 가족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방문하기도 한다. 재방문율도 높다. 헤어스타일이 바뀔 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족이 생겼을 때 등 인생의 순간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찾는다. 캐리커처가 단순히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자리 잡길 바라는 화가삼춘의 소망이 점차 실현되는 중이다.
“어느 날에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찾아왔어요. 얼굴에 고름이 차서 형태가 변한 상태였는데, 어머니께서 과거 사진을 가지고 오셨죠. 현재 얼굴과 사진을 보면서 최대한 비슷하게 그림을 그렸더니 정말 행복해하시더라고요. 하늘로 떠난 반려동물의 사진을 가져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림 한 장으로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 또한 뭉클하고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화가삼춘은 짧은 시간 안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손님과의 교감과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눈, 코, 입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만이 지닌 분위기와 아우라를 캐치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연상될 때는 곡선을, 담백하고 정갈한 느낌이 묻어나면 직선을 주로 활용한다.
“무엇보다 주인공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합니다. 왜 그림을 남기고 싶은지, 어떤 매력을 살리고 싶은지, 어떤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은지 질문하며 소통하죠. 대상자를 그림에 ‘참여’시키는 과정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화가삼춘은 스스로에게 늘 질문을 하곤 한다.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많아질수록 질문의 개수가 늘어났고, 예술의 참된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중이다. 수익금 일부를 유기견센터나 국가유공자를 위해 기부한다. 재능기부를 통해 시각장애인학교의 아이들 그림을 그리고 이를 점자를 활용한 입체 카드로 만들어 주며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로부터 종이를 고가에 구매한 후, 그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활동도 그 일환이다.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실천하는 데도 진심이다. 함께 일하는 작가들과 함께 발전하는 공동의 성장을 꿈꾼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모토는 ‘사랑’입니다. 사랑을 통해 공동체와 사회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거든요.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며 예술로서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목표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우리 배를 불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남의 배를 좀 더 채우는 것, 남들과 나누는 것에 집중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화가삼춘은 그림의 대중화를 위해 폭넓은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상 곳곳에서 그림을 누리길 바란다. 대형 전시나 설치미술, 체험 등 입체적인 접근법으로 캐리커처의 대중화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달리 ‘명작’인가. 혼자만의 만족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복으로 거듭나는 그림. 화가삼춘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그림이야말로 ‘연대’가 필요한 지금 시대의 명작이 아닐까.
※ 본문은 맞춤법에 따라 캐리커‘처’로, 상호명은 상호명 그대로 캐리커‘쳐’로 표기하였습니다.
글 김주희 사진 김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