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가와 초가, 나지막한 토담길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경주 양동마을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통 마을이다. 마을의 규모뿐만 아니라 보존 상태, 그 안에 깃든 전통 양반문화와 유교적 유산, 아름다운 자연환경 등이 가치를 더해 1984년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으며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경주시 북쪽 설창산에 둘러싸여 있으며 마을 앞으로는 안강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는 경주 양동마을은 경주 손씨와 여강 이씨 종가가 500여 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유서 깊은 반촌 마을이다. 이조판서와 우참찬을 지내고 청백리에 녹선된 우재 손중돈 선생과 문묘 종사와 종묘 배향을 동시에 이룬 재상이자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 선생을 비롯해 명공(名公)과 석학을 많이 배출한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은 산에서 뻗어 내린 네 줄기의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54호의 고와가(古瓦家)와 110여 호의 초가로 이루어져 있는데, 낮은 지대에 있는 초가가 높은 지대에 있는 양반 가옥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집들은 대개 조선 중기 영남지방의 일반적인 가옥 형태라 할 수 있는 ‘ㅁ’자 모양을 하고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고택은 주변의 푸른 산과 들, 강과 어우러져 진풍경을 이룬다. 양동마을은 그 때묻지 않은 아름다움과 향토성으로 1992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를 맞이한 곳이기도 하다. 또 마을 전체가 국가민속문화재(1984),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2010)으로 등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형산강 팔경(2016)으로 선정되어 보전되고 있다.
전국 6개소의 전통 마을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양동마을은 마을을 한 번에 다 돌아볼 수 없는 방문객들을 위해 필수코스를 두고 있는데, 그 가운데 보물로 지정된 향단, 관가정, 무첨당이 있다. 양동마을에는 보물과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이 많이 있지만, 향단(香壇)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고택이다.
향단(보물 제412호)은 회재 이언적 선생이 경상도 관찰사로 재직 중 어머니를 모시던 동생 이언괄에게 지어준 살림집으로 一자형 평면구조로 몸채를 사이에 두고 좌측에 안채, 우측에 사랑채를 두고 행랑채도 일자형 몸채와 거의 연접해 있어 거의 한 동(棟)처럼 보이는 집약된 평면을 이루고 있다. 안채 부엌의 아래층은 헛간 모양으로 흙바닥이고, 위층은 마루를 놓았으며 벽체 대신 가는 살대들을 수직으로 촘촘히 세워 일반주택들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반적 격식에서 과감히 탈피한 점이 향단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풍수사상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곡식이 자라는 모습을 보듯이 자손들이 커가는 모습을 본다는 뜻의 관가정(보물 제442호). 이곳은 청백리이자 조선 성종(1469~1494) 때부터 중종(1506~1544)조에 걸친 명신 우재 손중돈(1463~1529) 선생이 손소 공으로부터 분가하여 살던 집이나,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 있다. 격식을 갖추어 간결하게 지은 우수한 주택건축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형산강과 경주를 품어 안은 경관이 일품이다.
무첨당(보물 제411호)은 회재 이언적 선생의 부친인 성균생원 이번(李蕃) 공이 살던 집으로 1460년경에 지은 여강 이씨(驪江 李氏)의 종가로서, 별당의 기능을 중요시한 주택이다. 오른쪽 벽에는 대원군이 집권 전에 이곳을 방문해 썼다는 죽필(竹筆)인 좌해금서(左海琴書)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영남(左海)의 풍류(琴)와 학문(書)’이라는 뜻이다. 별당건물이라 할 수 있는 무첨당은 대개의 별당이 외부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반해 대문 옆에 자리 잡고 있어 큰 사랑채와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사당의 위치는 가옥의 오른편 뒤쪽에 세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의 사당은 왼편 뒤쪽에 세워져 있어 이 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양동마을의 대표적 고택 ‘향단(香壇)’
마을의 가장 남쪽 끝에 자리한 ‘관가정(觀稼亭)’
조선시대 별당형 고택 ‘무첨당(無忝堂)’
송첨종택(중요민속자료 제23호)은 경주 손씨 큰 종가로 이 마을에서 시조가 된 양민공 손소(1433∼1484)가 조선 성종 15년(1484)에 지은 집이다. 양민공의 아들 손중돈 선생과 외손인 이언적(1491∼1553)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사랑 대청에 걸린 편액인 ‘서백당(書百堂)’을 따서 ‘양동 서백당’으로 불렸으나 2017년 2월에 송첨종택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一자형의 행랑채와 ㅁ자형의 몸체가 전후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데, 행랑채는 정면 8칸 측면 1칸으로서 오른쪽 단에 광을 두고 바로 그 옆에 대문간이 자리 잡고 있다. 안채에 해당하는 부분은 2칸의 부엌과 3칸의 안방이 일렬로 남서향으로 자리 잡고, 여기서 ㄱ자로 꺾이어 3칸의 정면과 2칸의 측면, 도합 6칸의 넓은 안대청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그 옆에 2칸의 건넌방이 붙어 있다. 건넌방 앞에는 1칸이 채 못 되는 고방이 있고 그 앞에 1칸의 마루와 1칸의 방이 사랑 대청과 연결된다. 처마는 홑처마로서 한식 기와의 팔작지붕 모양 합각을 만들었으나 사랑채에 와서는 맞배지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안방 위에 다락을 만들고 대청 쪽으로 작은 창을 단 것이 이채로운 점이다.
종가다운 규모와 격식을 갖추고 있으며 사랑채 뒤편 정원의 경치 역시 뛰어난데, 건물을 지은 수법과 배치 방법들이 독특하여 조선 전기의 옛 살림집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마을의 주산인 설창산을 배경으로 수백 년 된 옛집들이 굽이굽이 들어서 있는 양동마을. 이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중요 보물과 문화재 등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양동마을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아름다운 우리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휴가철을 맞아 어딘가로 떠나고픈 8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진한 역사의 향기가 전해지는 경주 양동마을에서 잠시 더위를 잊고 역사와 전통의 향기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양동마을 안내 표지석
비 갠 뒤의 양동마을 전경
글 이행림 사진 봉재석 영상 장시우 참고자료 출처 경주 양동마을 홈페이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의 별궁이 자리했던 궁궐터로 신라의 태자가 머물렀던 곳이다. 동궁 및 월지 유적은 1980년에 정화공사를 거쳐 신라 궁궐의 원지(苑池)로 복원되었고, 3채의 누각도 발굴 조사 때 출토된 목조 건물 부재와 신라시대의 다른 유적들을 참조하여 복원되었다. 그 밖의 건물터는 주춧돌만 정연하게 확인하여 원래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도록 정비하였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역사유적지구 내에 위치한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의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1945년 국립박물관으로 출발하여 1975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으로 이루어진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이 있으며 정원에는 성덕대왕신종과 고선사터 삼층석탑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신라시대의 고분군으로 2011년 7월 28일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대릉원이란 이름은 “미추왕(味鄒王)을 대릉(大陵:竹長陵)에 장사지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딴 것이다. 옛 신라의 왕, 왕비, 귀족층의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고분이 밀집해 있다. 경주시 시가지에 있어 접근하기 좋고, 신라왕릉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고분도 있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거의 필수로 찾는 곳이다.
경주 황리단길은 황남동 포석로 일대의 ‘황남 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로, 전통 한옥 스타일의 카페나 식당, 사진관, 게스트하우스, 기념품점 등이 대거 입점해 있다. 황리단길은 1960~70년대의 낡은 건물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의 첨성대, 대릉원과 같은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어 경주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경주 황리단길에는 ‘경주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유명 식당들이 모여 있다. 황리단길 내 황남초등학교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옥색 대문집 ‘소옥’도 그중 하나다. 소옥의 메뉴는 갈비찜과 감태주먹밥, 배추전 정도가 전부로 단출한 대신 그 각각의 맛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준다. 맛뿐만 아니라 SNS에 올리기 좋도록 음식들의 플레이팅 또한 돋보여 대기가 필수임에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신라제면은 신선한 바지락과 낙지를 이용한 칼국수 맛집으로 바지락칼국수도 맛있지만, 그보다는 낙지볶음칼국수(신라칼낙지)와 감자전의 인기가 더 좋다. 감자전은 감자칩처럼 감자를 얇게 슬라이스 해 만들어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감자전과는 좀 다른데, 바삭하면서도 쫀득하고 부드러운 그 맛이 매콤달콤한 낙지볶음칼국수와 환상의 콤비를 이뤄 방문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