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먹거리를 꼼꼼히 따지듯 반려동물의 먹거리도 꼼꼼히 따져 묻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위상이 커졌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고품질의 기능성 사료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관심이 수입산 사료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수입산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국내산 반려동물 사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9년 동물복지연구팀을 신설하고 반려견 건강 개선 기능성 사료 원료 소재 발굴에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반려인들이 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와 펫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 규모는 2016년 8,537억 원에서 2021년 14,374억 원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2021). 펫푸드를 구입하는 반려동물 보호자는 일반 소비자들에 비해 책임감, 신뢰성, 그리고 경험을 중요시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2023년 펫푸드포럼, 미국). 이런 특징으로 인해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사료를 구입하기 전 사료 원료와 기능성 소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조사를 하고, 만약 새로운 좋은 원료가 함유된 사료를 발견하게 된다면 이를 구매하는 경향성이 높다고 한다. 국내 소비자 또한 반려동물에게 급여하기 전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필요로 하지만, 국내 브랜드 제품에 표시된 원료 및 성분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며 국내 펫푸드 회사의 반려동물 영양 생리 자체 연구역량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글로벌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수입 브랜드 사료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프리미엄 펫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국내 반려동물 사료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19년 동물복지연구팀을 신설하고 반려견 건강개선 기능성 사료 원료 소재를 발굴하고 있다. 또한 그 효능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사료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식이 알레르기는 섭취하는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는 어떤 성분에 대한 신체의 과민반응이다. 반려동물도 식이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백질은 몸을 구성하고, 호르몬을 만들고, 면역력을 키워주는 등 다양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이지만, 식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최근 식용곤충 사료들이 식이 알레르기를 가진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로 각광받고 있다. ‘고소애’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갈색거저리가 함유되어 있는 사료를 알레르기가 있는 반려견에게 급여하여 반응 유무를 관찰하였는데, 식이 알레르기에 의한 피부 발적 개선 및 경피 수분 증발도 21.8%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곤충은 식이 알레르기 예방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단백질 함량이 50∼70%로 매우 높으며, 필수 아미노산의 조성이 좋고 불포화지방산이 지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반려동물이 과체중 혹은 비만일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반려동물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체중 관리를 위한 기능성 사료 제품이 다양해지고는 있지만, 이러한 제품들의 대부분이 수입 제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동물복지연구팀에서는 국내산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관련 제품 생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아밀로스 함량이 높은 ‘도담쌀’은 소화가 되지 않는 저항전분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 제품으로 주로 판매되고 있다.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간 건강 지표인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ALT) 수치가 높은 반려견에게 12주간 급여 실험을 실시한 결과 간수치는 29%, 그리고 체중은 6.3% 감소하였다. 또한 가공 방법을 통해 소화가 되지 않는 저항전분의 함량을 증가시킨 옥수수를 넣은 사료를 급여한 실험에서도 체중 7.2% 그리고 신체충실지수 25.7%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국내산 탄수화물 원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면 반려견 비만 예방을 위한 사료 기술에 적극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흑삼은 면역력 증강과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며 홍잠(숙잠)은 지방분해 활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흑삼과 홍잠 복합물은 에너지대사 활성화와 체지방 축적 관련 유전자 발현 감소 및 당뇨와 대사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를 이용하여 반려견 항비만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반려견을 대상으로 고에너지 사료와 함께 흑삼·홍잠 복합물(500mg, 1,000mg)을 급여하는 실험을 실시하였다. 16주 후 증체량과 신체충실지수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흑삼·홍잠 복합물을 급여한 개체들이 급여하지 않은 그룹보다 체중 증가율은 8%P 그리고 신체충실지수는 10%P 낮게 나타나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싹 보리에는 지방세포 분화와 지방 축적 억제에 도움을 주는 사포나린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반려견에게 새싹 보리가 2.75% 포함된 사료를 급여한 결과, 체중 6.45% 감소 효과뿐만 아니라 비만과 관련 있는 렙틴(Leptin) 호르몬과 장내 미생물 또한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노루궁뎅이버섯’은 노루의 엉덩이 털 모양처럼 하얗고 복슬복슬한 생김새를 가진 식용버섯으로 기억력 증진과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반려견에게 먹였을 때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11세 노령견을 대상으로 16주간 노루궁뎅이버섯이 함유된 사료 급여실험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세포의 활성 증진에 도움이 되는 포름산염(Formate), 아스코르브산(Ascorbate), 콜린(Choline) 등의 혈액 내 대사체가 10~70% 증가하였고, 노화 관련 단백질(TGFβ-1)은 70%가량 감소하여 노루궁뎅이버섯이 노령견 건강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국내 노령견은 전체 반려견의 약 41%를 차지하며 그 비율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1, 농림축산식품부). 노령견은 활동성 및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신체기능 저하 현상을 겪게 된다. 자견 및 성견과 다른 노령견 맞춤 건강관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노령견의 영양생리학적 특성을 고려한 전용 사료 개발에 관한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는 노령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펫푸드 관련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곤충 및 국내산 원료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건강개선용 기능성 원료사료 발굴 및 효능 평가 연구를 추진해 왔다. 또한 확보한 반려동물 사료 원료 영양성분에 대한 정보를 DB화하여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국립축산과학원(www.nias.go.kr) 또는 농사로(www.nongsaro.go.kr) 홈페이지 ‘집밥만들기’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글 천주란(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