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주말마다 벌초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벌초하다 뜻하지 않는 부상과 질병을 얻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벌 쏘임, 뱀물림, 가을철 감염병 등을 들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고, 만약의 상황에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사전에 주의사항을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추석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벌초에 나섰다가 말벌에 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곤 한다. 9월은 말벌의 활동이 활발한 시기이기에 제대로 준비하고 주의하지 않는다면 말벌에게 공격당하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나무에 집을 짓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땅속에도 집을 짓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국내에서 서식하는 말벌 중 가장 크기가 크고 강력한 독을 가진 장수말벌은 주로 땅속의 나무뿌리나 구덩이 속 폐쇄 공간에 집을 짓기 때문에 성묘나 산행 시에 주의해야 한다.
말벌은 예초기와 같은 기계를 이용해 벌초할 때 발생하는 진동과 소리에 자극받기 쉽다. 이때 벌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생각해 사람을 공격하는데, 주로 머리를 공격하며, 어두운색을 띈 물체를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벌 독은 가히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말벌 독은 히스타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포스포리파아제, 히알루로니다아제 같은 효소로 이뤄져 있다. 물린 부위가 붓고 가렵고 아픈 건 히스타민, 세로토닌 같은 물질 때문이다. 하지만 말벌에 쏘였을 때 무서운 건 일부 사람들에서 독성분에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아나필락시스’라고 부르는데, 심할 경우 구강 점막이나 입술, 혀가 붓는 혈관부종이 생길 수 있고, 기관지의 경련과 수축을 유발하여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심하면 기도가 막혀 질식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벌초 갈 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말벌은 주로 어두운색을 띈 물체에 강한 공격성을 띄기 때문에 벌초 갈 때엔 어두운색 옷을 피하고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또 긴 막대기를 지참해 산소 주위 땅을 찔러보며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말벌 집을 발견했을 시에는 본인이 직접 제거하려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 방법이다. 평소 알레르기가 있고 벌레 물림에 민감하다면 비상용으로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벌초 시에 상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벌 쏘임 못지않게 많은 사고가 뱀에 물리는 것이다. 뱀에 물리면 놀라서 과도한 행동이 나타나기 쉬운데, 독이 쉽게 퍼질 수 있어 안정이 필요하다. 이때,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에 두도록 해야 한다. 또 물린 부위로부터 5~10cm 위쪽을 끈이나 손수건으로 묶어 더 이상 독이 퍼지지 않게 한다. 너무 꽉 묶으면 상처 부위에 괴사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입으로 독을 빨아내면 입속의 세균을 통해 오히려 감염의 우려가 커지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독사에 물렸다면 조속히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9월 이후 야외활동 시엔 쯔쯔가무시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게 물렸을 때 발생하는데, 백신이 없고, 감염 후에도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풀밭 위에 앉거나 눕는 것을 피하고, 야외활동 후에는 샤워를 하며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해 팔과 다리가 드러나지 않게 한다.
소매와 바지 끝단을 여며 장갑과 장화를 신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 시 털진드기와 모기 기피제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글 이진한(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의사),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