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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리포트

심하게(?) 가을 타게 만드는
‘계절성 우울증’

해가 점점 짧아지는 계절인 가을엔 기분이 우울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 일조량이 줄면 수면 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나는 대신 기분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분비가 줄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정신과엔 우울증 환자들의 방문이 잦아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이들 중엔 계절성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입시생이나 취업준비생 또는 가정주부들은 주위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맞물려 생긴 계절성 우울증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한다.

일반 우울증과는 다른 계절성 우울증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불면증을 겪는다. 하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잠이 너무 많이 와서 온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식욕 저하를 동반하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왕성해져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원기가 없으며 쉽게 피로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의욕 상실 증세를 보이는 것은 일반 우울증과 똑같다.
수험생은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성적임에도 어느 대학에도 진학하지 못할 것 같은 부정적 사고를 한다. 취업준비생은 영원히 취직하지 못할 것 같다며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이런 증세가 반복적으로 2년 이상 지속된다면 계절성 우울증 환자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치료가 필요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북쪽으로 갈수록 증가

남쪽 지역보다 일조량이 짧은 북쪽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계절성 우울증이 더 많이 생긴다. 북유럽에서 이 질환은 아주 흔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북쪽에 사는 사람들이 겨울엔 일부러 낮이 긴 남부의 플로리다에 내려가 살면서 울적해지는 기분을 달래기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80%는 여성이다. 특히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자녀가 분가하는 등 환경에 변화가 생겼을 때 우울증이 생기기 쉽다. 경제적인 손실이나 실직, 그리고 남편의 사회적인 성공과 자녀들의 성장 후에 느끼는 상대적인 초라함 등에 의해서도 계절성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과 겨울에 시작된 우울증은 일조량이 늘어나는 봄, 여름에 저절로 회복되기도 한다.

치료와 예방법은 일반 우울증 접근법과 비슷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법은 일반 우울증과 비슷하다. 항우울제 약물치료와 동시에 광치료, 전문의 상담 등을 통해 대부분 완치된다. 광치료에 사용되는 빛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빛의 양보다 5배나 강한 빛으로 일정 기간 규칙적으로 이 빛을 쐬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고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난다. 그 외에 자기장으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경두개 자기자극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손보경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으로 인해 불면증이나 과다수면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건강한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면위생이 잘 지켜져야 한다.”며,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고, 낮잠은 되도록 피하며 낮에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취침 전 가벼운 내용의 독서나 몸을 이완하는 운동을 하고, 과도한 카페인이나 술과 담배는 피하며 침실의 소음과 빛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알아두자.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는 7가지 방법

➊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자.
➋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지내자.
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자.
➍ 가벼운 소설이나 잡지를 읽어보자.
➎ 잠이 안 오면 억지로 잠을 청하지 말고 졸음이 올 때까지 가벼운 활동을 하자.
➏ 오랜 기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을 피하자.
➐ 가능한 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즐거운 생각을 많이 하자.

이진한(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의사),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