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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와 SNS 마케팅으로
전국 최대 비닐하우스 무화과 농장이 되다

‘행복한무화과’
서태민, 박정애 부부

요즘 농부들은 단순히 작물을 기르고 생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생산한 농작물의 생육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리얼한 농부의 일상을 콘텐츠 삼아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올린다. 땅 끝 마을, 해남. 그곳에서 무화과 재배 농튜버로 활동하며 온라인 판매를 통해 연 매출 5억 원을 달성한 서태민, 박정애 부부. 이들을 만나 귀농 이야기는 물론 유통과 마케팅 노하우까지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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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2011년 비닐하우스 2동으로 시작한 농사가 25동이 되었다. 비닐하우스 무화과 재배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셈이다. 네이버 푸드윈도에서 산지 직송 명예생산자로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무화과 농사로 귀농은 물론 부농의 꿈까지 이룬 서태민, 박정애 부부. 이들에게 무화과는 과일만이 아니라 행복을 가져다준 보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승승장구가 처음부터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에서 보험사 손해사정인으로 일했던 서태민 대표는 교통사고를 처리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시달렸다. 회사에서는 잘나가는 직원이었지만, 휴대폰과 사람들에 치이는 삶은 도무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연이어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것을 본 뒤, 귀농을 결심했다. 다행히 부모님이 무화과 농사를 짓고 있었고, 부모님과 사이좋았던 아내, 박정애 씨 역시 귀농을 크게 반대하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하우스 2동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수확 8일 만에 태풍으로 피해를 본 거예요. 농사를 망친 거지요. 그래도 이듬해에 다시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하우스 4동을 지어 다시 시작했어요. 그런데 또 수확 20일 만에 태풍으로 하우스 피해를 보게 된 거예요. 그렇게 전 재산을 잃게 됐어요. 그러고 나니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때 이모님이 오셔서 ‘태민아, 하늘이 너를 더 강하게 크라고 이런 시련을 주는가 보다’ 하시는 거예요. 그 말에 힘을 얻어 무화과 유통을 시작했어요. 내 무화과가 없으니까 남의 무화과를 사다가 팔면 되겠다, 하는 심정으로요. 그렇게 유통을 경험하면서 알게 됐어요. 직접 생산까지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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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으로 수익을 창출하다

농협 융자를 얻어 3년째에 다시 무화과 농사를 지은 부부는 온라인 유통 판매도 함께 시작했다. 또 농업기술센터에 다니며 다양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서태민 대표는 그중에서도 SNS 강좌를 들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들의 가장 큰 걱정이 유통, 판매 부분인데, 그 부분을 온라인 마케팅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블로그가 유행이라고 하면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려 농장의 무화과를 홍보했고, 유튜브가 대세가 되면서는 농튜버로 활동하며 브이로그도 올리고, 무화과 잘 기르는 법도 알리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구독자가 늘어나는 만큼 온라인 판매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 무화과를 수확하지 않는 계절에는 무화과 묘목을 파는 일도 겸하게 되었고, 냉동 무화과와 말랭이, 잼까지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서태민 대표는 온라인 판매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나이 드신 농부님들의 경우 온라인 판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터넷과 택배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 이를 잘 활용하고, 기술센터에서 교육을 신청해 받는다면 온라인으로 판매수익을 창출하고 유통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단다. 특히 귀농한 젊은 청년 농부들에게 자신감을 갖고 SNS 홍보와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해보길 권한다. 생산에 대한 연구 못지않게 판매에 대한 연구도 열심히 해야 귀농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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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만 담는다!

무화과가 잘 팔리고 규모가 커지면서 TV에 무화과가 나오기만 하면 온라인 판매 창 상단에 있는 부부의 농장에도 주문이 쏟아졌다. 한창 주문이 쏟아지던 어느 해, 부부는 뼈아픈 경험을 한 뒤 농장의 사훈을 ‘맛있는 것만 담는다’로 정했다.
“한번은 장마가 겹쳐서 햇볕이 안 나니까 무화과 당도가 떨어진 거예요. 그래도 워낙 주문이 많이 들어오니까 그냥 따서 고객님들께 보낸 적이 있었는데, 댓글에 맛이 없다는 글과 함께 욕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부터는 무조건 최상품의 무화과만 담기로 했습니다. 또 보내드린 물건에 하자가 생기면 즉시 사과하고 새로 보내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였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신뢰가 쌓여서 주문이 더 많이 들어옵니다. 또 택배를 보낼 때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를 넣어 보내는데, 그것도 반응이 좋더라고요.”
부부의 무화과 농장은 처음에는 아들들의 이름을 딴 ‘오성과 한음이네’였다. 그런데 어느 날 한 고객이 ‘무화과를 먹는 내내 행복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 주어 감동했다. 부부는 이후 먹는 내내 행복한 무화과를 생산하고 판매해야겠다는 다짐에 상호를 ‘행복한무화과’로 바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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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로 일군 행복, 함께 일할 공동체 만드는 게 목표

‘행복한무화과’의 택배 포장에는 항상 들어가는 문구가 있다. 바로 ‘무화과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라는 문구다. 코로나 시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어떤 위로를 줄까 고민하다가 유대인이 했다는 ‘빵 한 조각만 있다면 웬만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를 차용해 만든 문구다. 부부에게 무화과가 희망이 되었던 것처럼 고객들에게도 힘든 순간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택배 포장 테이프에 이 문구를 새기고 있다.
서태민 대표는 앞으로 작고 예쁜 집들을 인근에 20채 정도 지어 젊은 사람들에게 임대하고픈 바람이 있다. “귀농을 고민하는 이들에겐 주거와 일자리가 가장 큰 고민인데, 그 부분을 제가 해결해 주면서 일자리도 창출하고 무화과 재배 기술도 전수하면서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거지요. 저는 판매에는 자신이 있으니까 생산을 함께할 이들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것이 꿈이기도 합니다.”
무화과를 통해 일군 행복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픈 서태민, 박정애 부부. 이들의 꿈이 이뤄져 지금보다 더 ‘행복한’ 무화과 농장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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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민 농부가 말하는 예비 귀농인에게 필요한 Tip
  1. 땅값이 저렴한 곳을 골라 초기 비용을 줄여라. (집은 구입보다 임대를 추천한다.)
  2. 작물이 잘 자라는 곳도 좋지만, 멘토가 있는 곳으로 가라. (혼자서는 힘들다.)
  3.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라.

문진영 사진 홍승진 영상 장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