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면의 블렌딩

농어촌 체크인

지속 가능한 육식을 위한 여정,
더 나은 대체육을 찾아서

"식용육류를 얻는 데 축산업은 곡물 생산에 비해 훨씬 많은 물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성장으로 세계 육류 수요가 2031년까지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바, 지금의 축산업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다른 농수산업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육류와 유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한다면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뭔가 대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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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체육, 콩과 밀

사실 우리는 이미 예전부터 육류를 대신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바로 두부다. 목축보다는 농경에 중점을 두느라 늘 식용육류가 넉넉하지 않았던 동양권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콩을 고기 대신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했다. 두부의 기원은 명확히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 한나라 시기 고기의 대체품으로 발명되어 송대에 이르러 북방 유목민과 관계가 악화되며 육류 수입이 줄어들자 확산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대의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두부보다 고기 대용으로 더 널리 사용된 것은 밀고기다. 말 그대로 ‘밀로 만든 고기’라는 뜻으로, 밀가루 반죽을 치대 글루텐 조직을 충분히 형성하고 이를 물로 씻어내 만든다. 밀고기는 끈적하고 말캉한 밀반죽 덩어리로, 이를 조리하면 쫄깃한 식감 덕분에 육류 대용품으로 손색이 없다.
오늘날 판매되는 식물성 대체육은 두부와 밀고기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현재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대체육 기업인 ‘비욘드미트’의 햄버거 패티 제품도 완두콩과 코코넛 기름, 카놀라유를 배합해 고기를 모방한다. 경쟁자인 ‘임파서블푸드’도 콩 단백질을 주원료로 사용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전근대 시대의 식물성 대체육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영양이나 식감만 보충하는데 그치지 않고, 향까지 모방해 고기 특유의 맛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두부는 맛이 고기와는 전혀 다르다. 밀고기는 식감은 비슷할지 몰라도 양념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고기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별다른 맛이 없다. 흔히 말하는 ‘육즙’이 없기 때문이다.
비욘드미트는 완두콩으로 만든 햄버거 패티에 고기 향을 내는 용액을 별도로 첨가하여 육향을 모방한다. 이에 비해 임파서블푸드는 ‘레그헤모글로빈’을 이용해 선홍색 육즙을 구현한다. 레그헤모글로빈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색소단백질로, 동물의 적혈구에 포함된 헤모글로빈과 화학적으로 매우 비슷해서 동물 특유의 피 냄새가 난다.
임파서블푸드는 콩의 유전자와 조합한 효모를 이용해서 레그헤모글로빈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하고, ‘선홍색 육즙’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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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Meat

비욘드미트 햄버거 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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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ossible Foods

임파서블푸드 햄버거 패티

콩과 밀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나뭇잎과 곰팡이에서 얻는 단백질

콩을 이용한 대체육이 시장에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콩 기반 대체육에 회의적인 쪽에서는 콩 대체육에 이미 수십 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이어졌으나 여전히 사용하는 토지나 에너지 대비 생산량이 적은 편이고 비용도 높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문제다. 복잡한 공정으로 인해 식물성 대체육은 실제 육가공 제품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소를 비롯한 반추동물의 젖과 고기가 기후적 문제로 농경이 곤란한 지역의 식생활을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이에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콩을 제외한 다른 식물이나 해조류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LPC(잎 단백질 농축액)이다. LPC는 나무의 잎에서 추출한 단백질 덩어리를 말한다. 식물에도 단백질이 풍부하니 이를 추출해서 사용하면 좋겠다는 수준의 아이디어인 만큼 이미 18세기 후반부터 LPC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다만 산업적 규모의 대규모 추출은 2차 대전 이후 ‘녹색혁명’ 시기에 들어서였다. LPC를 건조하면 9~11%의 질소, 20~25%의 지질, 5~10%의 전분과 다양한 단백질이 포함된 상태의 가루가 남는데, 시금치나 차와 비슷한 쓴맛이 난다. LPC는 아직 소비시장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긴급 구호용 대체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소비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한 LPC와는 달리, 곰팡이에서 유래한 단백질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바로 1985년 영국의 ‘말로우푸드’에서 출시된 ‘쿼른(Quorn)’으로, 영국 대체육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2006년에는 북미 시장에, 2012년에는 독일 시장에 진출하는 등 급성장을 이어갔다. 쿼른은 ‘푸사리움 베네나툼(Fusarium venenatum)’이라는 곰팡이에서 추출한 ‘마이코프로틴’에 달걀에서 추출한 단백질인 알부민을 첨가하고 압착해서 만든다. 다만 균류를 주원료로 한 만큼 섬유질 함량이 유독 높아 아기나 어린이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소비자의 인식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말로우푸드는 거부감을 우려해서 쿼른의 원료가 버섯이라고 홍보했지만, 사실 푸사리움 베네나툼은 버섯과는 전혀 다른 종류인 ‘미세균류’에 속한다. 영국에서는 이 때문에 원재료명 표기를 두고 한바탕 분쟁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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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low Foods

쿼른(Quorn)

탄소도 줄이고 식량도 얻고, 일석이조의 박테리아 단백질

곰팡이보다는 균류가 거부감을 줄이면서도 육류를 대체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빵에 사용하는 건조 효모나 각종 발효식품, 유산균 제제를 통해 ‘미생물을 먹는다’는 개념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생물을 대체육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핀란드 기업인 ‘솔라푸드’가 개발한 ‘솔레인(Solein)’은 언뜻 보면 강황이나 샤프란 가루처럼 보인다. 냄새는 향신료보다 달걀 요리에 더 가깝지만 그 외에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다. 성분으로만 보면 정제된 상태의 콩 단백질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맛과 같은 식품으로서의 특징은 쿼른과도 비슷하고, 고기를 모방하려면 첨가제가 필요한 것은 여전하다.
솔레인이 특별한 점은 그 출처다. ‘공기’로부터 만들어 낸 단백질 가루이기 때문이다. 솔라푸드를 창립한 핀란드기술연구센터(VTT)와 라핀란타-라티공대(LUT)의 과학자들은 1960년대의 우주식품 연구에서 영감을 얻었다. 산소 대신 수소를 대사에 사용하는 미생물에게 이산화탄소를 공급해 배양하고, 이를 건조하여 식량으로 이용한다는 아이디어다.
핀란드의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번식하는 박테리아를 찾아내서 솔레인을 만들었다. 솔레인은 생산 시 기존의 축산업이나 식물성 대체육보다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대기 중 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도 직접 기여하기에, 기후변화와 식량문제 해결에 동시에 해결하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하는 데 따른 또 다른 장점이라면 생산 단가다. 미생물 배양 탱크의 생산 조건을 맞추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일이지만, 일단 적합한 조건만 찾으면 배양 단가는 크게 낮아진다. 식품업계에서는 솔레인의 가격이 kg당 5유로 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는데, 이는 대두단백질 대비 두 배가 넘는 가격이지만 완두콩단백질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식물성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골칫거리인 항영양소나 독성성분을 걸러내느라 고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솔레인은 2023년 싱가포르에서 식품 허가를 받은 데 이어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시장을 형성하며 나름의 영역을 구축한 대체육이지만, 본격적으로 고기를 대체하려면 해결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시장 초기인 만큼 성분의 안전성도 충분히 검증해야 하고, 실제 고기보다 떨어지는 맛과 식감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축산업과의 경쟁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다. 기후변화와 식량 수급이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지금, 대체육이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이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축산업의 전환과 연착륙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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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r Foods

솔레인(Solein)

김택원(동아에스앤씨 수석연구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