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그 희소성 때문이다. 가방부터 신발, 음식까지 한정판이 주는 설렘과 가벼운 흥분은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날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홍천에도 가을이면 찾아오는 한정판 명소가 있다. 1년에 딱 한 달만 발걸음을 할 수 있는 곳, 홍천 은행나무숲이 바로 그곳이다.
홍천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는 ‘군’이다. 서쪽으로는 가평과 양평, 동쪽으로는 강릉과 양양이 맞닿아 있을 정도로 동서로 길게 자리 잡은 이곳은 아름다운 산세와 맑은 물, 가을이면 찾아오는 눈부신 단풍의 향연으로 사시사철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수많은 명소를 품고 있는 홍천을 향해 가는 길은 드라이브만으로도 여행의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것 같은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흐르는 풍경을 감상하며 산과 산 사이의 잘 닦인 길을 굽이굽이 달리는 것,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지나는 길에 스치듯 만난 팔봉산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해발 300m 남짓의 나지막한 봉우리 8개로 이루어진 산은 그림 같은 전경을 자랑하니 피서객과 등산객이 줄을 이어 찾는다는 그 자태가 가히 예사롭지 않다.
오늘의 목적지는 홍천군에 자리한 은행나무숲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물든 무성한 은행나무 성지가 경쟁하듯 SNS에 올라오지만, 홍천 은행나무숲은 여느 은행나무숲과는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바로 1년에 단 한 번, 10월에만 문을 열어 방문객들을 맞이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홍천 은행나무숲은 국가나 지자체의 소유가 아니라 개인 소유의 숲이다. 이 숲의 주인은 1988년 아내를 위해 산 좋고 물 좋은 홍천에 내려와 정착했다고 한다. 남편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근처에 있는 오대산 자락 광물을 품은 광천수 ‘삼봉약수’의 효능을 듣고 나서다. 그는 아내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광활한 대지에 은행나무 묘목을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는데, 그 시간이 무려 35년이었다. 그 세월은 4~5년생 은행나무가 무럭무럭 자라 장성한 나무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나기 시작한 이 은행나무숲은 많은 이의 바람과 열망에 결국 주인이 2010년부터 개방을 시작했다. 은행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요즘 단 한 달만 말이다.
홍천 은행나무숲에 얽힌 애틋한 사연을 마음에 담고 서울에서 2시간 40여 분 남짓 달려 마침내 도착한 홍천 동쪽 끝 산자락. 이미 주변과 도로는 많은 사람과 차량으로 북적거린다.
은행나무숲 초입을 향해 걷다가 작은 다리 위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계방천 계곡의 맑은 물과 주변의 알록달록한 단풍잎에 벌써 시선을 빼앗긴다. 계곡물에 손을 담가보고 싶은 욕심을 누르고 사람들이 올라가는 대로 따라 걷다 보니 귀여운 은행나무잎 조형물과 함께 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은행나무숲길과 달둔길 표지판이 나타난다.
망설임 없이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발걸음을 돌리니 작지만 아름다운 숲길이 나타난다. 쨍한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우는 와중에 초록 잎과 주황색 잎, 저 멀리 보이는 노란 잎까지 화려하게 장식된 길을 가운데로 걷고 있자니 벌써부터 광대가 기쁘게 솟아오른다. 맑은 공기와 피톤치드 가득한 숲 내음만으로도 이 숲의 주인이 왜 이곳에 정착했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노랗게 물든 잎과 아직 녹색 옷을 다 벗지 못한 푸른 잎들이 한데 어우러진 방대한 은행나무숲은 아름다웠다. 1만 3천 평에 달하는 땅에 2천 그루의 나무가 오와 열을 맞춰 5m 간격으로 늘어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 은행나무의 매력에 흠뻑 취한 사람들이 사방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눌러대느라 바쁘다. 가족, 연인, 친구들, 너나 할 것 없이 가을의 정취를 마음속에, 또 사진 속에 담느라 시끌벅적하다. 눈 닿는 곳 어디나 아름다우니 모두의 손짓, 발걸음이 더없이 분주하다.
뉘엿뉘엿 해가 조금씩 사위어가는 오후가 되자 또 하나의 장관이 펼쳐진다. 은행나무 사이사이로 빛 내림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마치 그림을 그린 듯, 나무와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이 아름다운 사선을 그리며 수북한 은행잎이 쌓인 땅에 떨어지니 그 어떤 화가가 그린 풍경화가 이보다 더 아름다울까.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한가롭게 은행나무숲을 거닐다 보니 새삼 은행나무가 더 잘 보인다. 가만히 올려다보고 자세히 살펴보니 죽은 나뭇가지 하나 없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투영된 숲이어서일까? 숲 주인이 정성스럽게 가꾸고 돌본 티가 물씬 난다. 숲 중간에 만난 트리하우스 역시 이곳 주인이 아내를 위해 직접 지어 올린 것이라니 말 그대로 동화의 완성이다. 하루 날을 잡아 마을 청년들과 함께 나무를 흔들어 와르르 떨어지는 은행을 추수하기도 한다니 볼 수는 없지만, 그 또한 장관일 듯싶다.
숲을 둘러보고 나오면 우리가 홍천 은행나무숲을 방문할 또 하나의 이유가 펼쳐진다. 바로 숲 입구와 주차장에 길게 늘어선 천막 부스이다. 마을청년회에서 차린 이 부스는 10월 한 달만 운영하는 것으로 홍천 지역의 농산물과 특산품, 먹거리까지 판매한다.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강원도 대표 음식도 즐길 수 있다.
당일치기 가을 여행지로 안성맞춤인 홍천 은행나무숲. 구석구석 사랑이 가득 담긴 황금빛 숲에서 힐링과 쉼, 평생 추억으로 남길 사진, 맛있는 먹거리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을쏘냐! 내년 가을에도 나의 여행지는 홍천 은행나무숲이 될 것 같다.
글 이경희 사진 봉재석 영상 장시우
홍천 은행나무숲은 한 개인이 30년 동안 가꾼 숲이다. 1985년부터 25년 동안 단 한 번도 개방하지 않다가 2010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을 위해 1년 중 10월에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노랗게 물든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장관을 연출해 홍천을 대표하는 가을 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해발 328m의 나지막한 산으로 여덟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어서 팔봉산이라 하며, 봄·가을은 등산객들이, 여름철은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산이 낮아서 가족 단위 산행에 적합하고, 백사장이 있어 야영하기에 좋으며, 관광지 내 풋살경기장이 있어 체육행사도 할 수 있다.
자연 속에 숨겨진 오지의 백암산(1,099m) 서남쪽 기슭에 숨어 있으며 개령폭포라고도 불린다. 주위에 많은 종류의 산나물과 약초, 야생화가 자생하고 있어 산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가령폭포는 어사리덕 작은 산골샘에서 솟은 청정수가 400리 홍천강으로 발원하는 비레올 계곡의 무명담소와 함께 시원함을 선사한다.
무궁화를 보존하고 남궁억 선생의 무궁화 사랑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한서남궁억광장을 비롯하여 중앙광장의 무궁화조형물, 무궁화 품종원, 무궁화 미로원 등 무궁화를 소재로 한 테마원 뿐만 아니라 16개의 주제원을 비롯하여 숲속 산책길인 무궁누리길, 어린이놀이터, 온실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주변이 온통 텃밭인데 주인이 이곳에서 직접 기른 채소와 나물들로 식탁을 채우는 식당으로 유명하다. 20첩 반상으로 나오는 곤드레 영양돌솥밥 혹은 시래기 영양돌솥밥을 시켜보자. 넉넉하게 부쳐낸 김치전, 유일하게 구입해 온다는 생선구이, 그 외 취나물, 고춧잎, 가지, 나물로 담근 장아찌 등 20가지 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상차림의 백미는 영양돌솥밥이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질 좋은 쌀밥에 곤드레 혹은 시래기나물과 버섯, 감자가 가득 얹어져 나오는 돌솥밥은 그야말로 맛과 영양덩어리. 집된장으로 끓여낸 된장국도 구수하고 깊은 맛을 자랑한다.
가는 길이 만만치 않지만, 일단 도착하면 힘든 여정은 모두 잊게 만드는 힐링 카페다. 높은 천정과 띄엄띄엄 놓인 테이블이 주는 여유와 개방감, 대형 통창을 통해 보이는 산과 강의 경치가 끝내준다. 이곳은 드립커피 전문점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매우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려주는데, 디카페인을 포함해 세 가지 원두를 맛볼 수 있다. 차와 주스류도 준비되어 있고, 베이커리로는 휘낭시에가 있다. 휘낭시에의 맛도 좋다.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모든 장소가 포토존이라 SNS 놀이에도 최적화되어 있는 곳. 주차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