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증가하는 10~11월이면 고열 등을 주 증상으로 발병률이 증가하는 질환들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그 대표적인 질환이 쯔쯔가무시증과 유행성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이다.
쯔쯔가무시증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게 물렸을 때 발생한다. 1~3주 잠복기 후, 발열과 오한, 두통을 비롯해 근육통과 복통, 인후염이 나타난다. 복부를 중심으로 3~5mm 크기의 발진이 보이기도 한다. 특징적으로 진드기에게 물린 부위에 피부가 괴사되어 검은 딱지(가피)가 생긴다. 털진드기 유충이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9월~11월)에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발생한다.
초기에 발견할 경우, 큰 문제 없이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단순한 감기, 몸살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심근염, 뇌수막염, 뇌염 등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의료기관(감염내과 등)을 찾는 것이 좋다. 쯔쯔가무시증은 백신이 없고, 감염 후에도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성출혈열(신증후군출혈열)은 들쥐나 집쥐의 폐에 있는 바이러스(한탄바이러스, 서울바이러스 등)가 쥐의 대소변이나 타액 등을 통해 배출되어 공기 중에 건조돼 사람의 호흡기로 전파, 감염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쥐가 많이 서식하는 야외에 누워있거나 작업을 할 때 감염 위험이 높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군인이나 농부 등이 잘 걸리고, 주로 건조한 시기인 10~12월에 많이 발생한다. 평균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초기에는 갑자기 시작되는 발열, 오한,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한탄바이러스 감염 시 발열, 출혈, 신부전이 주로 발생하며, 중증의 경우, 쇼크와 의식 저하, 경련 등이 올 수 있고, 사망률도 10%에 이른다. 반면 서울바이러스 감염은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고, 치명률은 1~2%대로 알려졌다.
렙토스피라증은 가축이나 야생 동물, 쥐 등을 통해 전파된다.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강물, 지하수, 흙에 상처나 피부 점막이 접촉되면서 감염된다. 감염 동물의 소변이나 조직에 직접 접촉해 감염될 수도 있다. 잠복기는 7~12일로, 발열과 두통, 오한, 종아리와 허벅지 등에 오는 심한 근육통, 충혈 등의 증상을 보인다. 피부 점막과 출혈, 간부전, 황달, 신부전, 심근염, 객혈 등의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경증 환자는 2~3주가 지나면 거의 회복되지만, 5~10% 정도는 중증 형태의 웨일씨병으로 진행하며 5~30%가 사망한다. 특히 광과민성을 보이는 결막 충혈이 특징적이고, 이후 잠깐 증상이 호전되는 듯하다가 회복기에는 발열, 두통, 구토, 목 뻣뻣해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병 5일 내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가 있고, 아직 예방 백신은 없다.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 것, 야외 작업 시 기피제 처리한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하고,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를 신을 것, 귀가 후 샤워를 하고 작업복을 세탁할 것.
유행성출혈열들쥐의 배설물이 있는 풀숲에서 야영하지 말 것, 주변에 불필요한 풀숲을 제거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할 것, 가능한 한 피부의 노출을 적게 할 것, 고위험군(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군인이나 농부 등)은 예방접종을 할 것.
렙토스피라병논이나 고인 물에 들어갈 때는 고무장갑과 장화를 꼭 착용할 것, 태풍, 홍수 뒤 벼 세우기 작업 시에는 고무장갑과 장화를 착용할 것,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에서는 목욕이나 수영을 하지 말 것.
글 이진한(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의사),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