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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리포트

송년회만 조심하면
일생이 건강하다?!

술은 송년 분위기를 띄우고, 대화의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술은 양면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다. 술은 국가가 공인한 ‘중독물질’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술로 인해 간염, 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 지방간, 치명적인 간암 등 많은 질환이 소리 없이 찾아와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술이 부르는 대표적 질환 ‘알코올성 간질환’

알코올성 간질환은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유발되는 일련의 간의 병적 변화를 말한다.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으로 대변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임상 증상과 검사 소견의 이상이 경미하고 임상 경과가 그리 나쁘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알코올의 과다 섭취로 인한 위염과 췌장염을 동반할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의 단계가 되면 무증상에서부터 간부전에 의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상을 보여준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약 40%는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는데,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경우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경변증보다 예후가 불량해 말기 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50%가 알코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은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한다 하더라도 남성보다 간 장애 발생률이 높고, 간경변증으로 더 진행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영양 상태가 불량한 사람일수록 알코올에 의해 간 장애가 발생하기 쉬우며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경우 간 장애 개선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연말연시, 금주 어렵다면 술은 최소한으로

알코올성 간 질환의 치료는 금주이며, 금주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금주만으로도 비교적 신속하게 치유된다. 하지만 술자리 잦은 연말이 아니던가. 때가 때이니만큼 금주가 어렵다면 알코올 섭취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도 알아두자.
먼저 술자리 전에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야채나 과일 등을 먹어 두자. 그래야 미리 포만감을 느껴 술과 고열량 안주의 섭취를 줄임으로써 지방간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간 건강이 걱정된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나 마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천천히 마시고 간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의 양만 마시자. 전문가들은 ‘덜 위험한 음주량’으로 하루에 막걸리 2홉(360cc), 소주 2잔(100cc), 맥주 3잔(600cc), 포도주 2잔(240cc), 양주 2잔(60cc)을 말한다. 이보다 더 마시면 과음에 해당하며 이런 경우 지방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술은 1, 2잔도 마시지 않는 게 상책이며 술을 한 번 마셨다면 그다음 날은 간이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술을 마시게 되면 간에서는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간 독성물질에 의해 간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맥주에 소주나 위스키를 섞은 폭탄주는 삼킬 때 거부감이 덜해 빠른 속도로 많이 마시게 된다. 맥주의 탄산가스는 위장관에서의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높여 혈중알코올농도를 빠르게 증가시키므로 폭탄주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술은 마시더라도, 알코올성 간질환 조심하는 법

1. 금주가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나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천천히, 조금만 마시자.

2. 술을 마셨다면 반드시 그다음 날은 술을 마시지 않음으로써 간이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3.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자.

이진한(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의사), 서울대 의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