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farm)파티’란 농장에서 운영되는 파티로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참여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을 넘어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체험을 공유하고, 신선한 지역 먹거리를 알리는 홍보의 장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팜파티를 계획하고 운영하는 직업이 바로 ‘팜파티플래너’이다.
필자는 우리 지역의 먹거리를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로컬푸드 생산 도시농업 활성화 시범사업의 일환이었던 팜파티를 알게 되었고, 겁 없이 팜파티에 뛰어들었다.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작물을 활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가지와 박 요리, 인디언 감자, 아로니아 주스 등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단순히 준비한 요리를 먹는 자리만이 아니라 시민은 로컬푸드를, 나는 팜파티라는 씨앗을 발견하게 된 자리였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고, 지역 먹거리의 안전성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2019년도에는 팜파티를 전문적으로 운영해 보자는 마음에 ‘팜파티플래너 3급’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각종 행사와 교육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어 팜파티를 운영하지 못했다. 3년 후인 2022년 가을에서야 시민들을 대상으로 ‘힐링 팜파티’를 하게 되었다. 이때는 처음 운영했던 팜파티를 응용해 참여자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바로 토종종자인 ‘쥐이빨 옥수수로 팝콘 만들기’ 체험이었다. 옥수수 종자를 직접 만지고(촉각), 튀겨지는 소리와 모습을 보고(시각·청각), 고소한 팝콘의 향기와 맛을 보는(후각·미각) 체험을 통해 성인에게는 옛 향수를, 아이들에겐 농업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였다. 체험뿐만이 아니라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홍보할 수 있는 “천원의 행복”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대파, 생강, 호박오가리, 비타민 고추 등을 시민들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농산물과 관련된 돌발퀴즈를 진행하여 소비자와 농장주의 양방향 소통으로 친밀도와 신뢰도를 형성했다.
토종종자 쥐이빨옥수수를 활용한 ‘2022 힐링 팜파티’의 나비효과는 올해 개청 20주년 일환으로 개최된 〈달빛 팝콘 영화제〉로 까지 이어졌다. 다큐 〈자연농〉 상영에 앞서 팝콘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농장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어 같이 즐기는 팜파티에서 더 확장해 지역축제를 거쳐 토종종자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역할도 한 셈이다.
필자는 팜파티플래너로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급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팜파티플래너 양성 과정을 이수하였다. 그리고 실습수업인 ‘열매달 팜파티’를 운영하여 새로운 토종종자인 갓끈동부와 금화규 등을 활용해서 뷔페를 준비하고 바질 맛술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여 계룡형 팜파티플래너 교육에 참여했다. 팜파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다. 주제를 구체적으로 정해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고민하며 질적인 요소를 강화했다. 큰 주제나 테마가 없다면 단순히 농산물 가공 실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농장에서 운영되는 팜파티는 수도, 화기, 전기 사용에 있어 일반 주방보다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그런 제약을 상쇄할 수 있는 농장주의 가치와 철학이 필요하다.
10월에는 계룡시 보건소 힐링프로그램을 연계한 ‘1.2.0 누리는 팜파티’를 운영하였다. 주제는 어울림이었고, 테마는 토종종자였다. 토종종자를 활용해 참여자들의 화합과 소통을 도모하였다. 오리알 청태콩이란 종자를 활용해 전통 방식인 시루에 콩나물을 길러 자라는 과정을 보여주고 체험하게 하였고, 더 나아가 최근 기후 위기가 대두되는 점을 고려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새로운 작물인 차요테를 이용하여 생채와 볶음 나물로 준비하였다. 생소한 작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120분을 알차게 누리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1.2.0의 또 다른 의미는 대상자들이 60대 이상인 만큼 젊을 적 청춘을 그리워하지 말고, 1(한 번 후회), 2(두 번 후회) 하지 말고, 0(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팜파티 후 참여자들의 소감을 들어본 바, 정말로 파티에 초대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어릴 적 기억이 소환되었고, 토종종자를 통해 많은 사람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음에 행복한 경험이었다고들 했다. 토종종자와 건강한 먹거리를 시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뜻에서 시작된 팜파티가 어둡고 차가운 땅속에서 드디어 싹을 틔운 것 같아 뿌듯하고 보람찼다.
계룡시에 정착한 후 도시농부로서의 나의 꿈은 기존 생산 중심의 농업을 넘어 농촌자원을 활용해 시민들에게 잠깐이나마 힐링을 제공하고 토종종자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대상과 농장 특성에 맞는 팜파티 프로그램을 적용해본 결과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농촌자원을 통한 내면화로 참여자의 감성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앞으로의 계획은 치유농업 프로그램과 연계해 팜파티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팜파티플래너 후배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 팜파티의 꽃을 더 활짝 피우는 것이다.
농촌자원을 통해 사람들에게 쉼을 주고, 농촌은 농촌대로 활력을 얻는 데 앞으로 팜파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나는 계속 팜파티플래너의 길을 갈 것이다.
글 석기문(계룡시 팜파티플래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