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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울진지사 이상범 차장의

추억 송송, 이야기 한 스푼



경북에는 울진바지게시장 말고도 오래된 전통시장이 더러 있다. 포항시 북구의 흥해읍에 위치한 흥해시장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온 장으로 역사가 깊다. 수소문 결과, 이곳에서 나고 자란 영덕울진지사 이상범 차장에게는 이곳 牛시장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지금은 모든 것이 현대식으로 정비되어 경험조차 할 수 없게 된 牛시장의 이야기를 이번 장터 에세이에서 한 스푼 떠 드려본다.



송아지를 떠나보낸 어미소의 눈물

어릴 적 우리 집은 소를 키웠다. 흥해시장에는 牛시장이 있어서, 매년 우리 아버지는 흥해시장에 나가 송아지를 팔았다. 송아지는 너무 어려서 코뚜레를 하지 않는데, 그러면 소를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다. 그래서 아버지는 어미소를 함께 데리고 다녔고 할 일이 없던 나도 자주 아버지를 따라 시장 나들이를 다녀왔다.

시장은 언제나 소 우는 소리와 가격을 흥정하는 아저씨들로 떠들썩했다. 소장수와 가격 흥정이 잘 되면 아버지는 송아지를 떼어놓고 어미소만 데리고 오셨다. 물론 송아지만 떼어놓고 돌아서면 난리가 난다. 송아지는 어미소에게 가려고 발버둥을 피우고, 어미소는 발길을 떼지 않으려고 버틴다. 한두 번도 아닌 연례행사지만 어미소는 매번 슬피 운다.


“우~ 우~”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슬프게 우는 어미소를 끌고 가기 위해 아버지는 어미소를 큰 소리로 꾸짖곤 하셨다. 나는 눈물을 흘리는 어미소를 보며, 자식 걱정에 눈물을 흘리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산목록 1호, 어미소를 잃어버렸다

송아지를 팔고 온 날이면 어미소는 집에 와서도 계속 울었다. 국민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오면 어미소를 데리고 풀을 먹이러 산과 들로 나가는 것이 내 일과였다. 하지만 새끼를 팔고 온 날이면 어미소는 풀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들판에 서서 새끼를 팔고 온 흥해시장을 바라보며 연신 울어댄다.


“야, 너 이렇게 안 먹으면 굶어 죽는다!”

나는 괜스레 소에게 한마디 하고는 코뚜레를 잡고 억지로 풀을 먹였다. 그러면 어미소는 마지못해 풀을 먹다가 울다가를 반복했는데,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보면 나도 지쳐서 풀을 엮어 소를 매어놓곤 했다. 어느 날, 울다가 먹다가 하는 소를 묶어두고 풀밭에 누워 시장에서 팔려간 송아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상범아!”

나를 부르는 소리에 일어나 보니 소치기 친구들이었다. 난 친구들과 함께 멱도 감도 한참을 놀다가 돌아왔다. 그런데 소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소가 없어졌어! 분명 여기에 묶어 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미소는 풀을 통째로 뽑아서 흥해시장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어쩌지, 우리 집 재산목록 1호인데…”

난 엉엉 울면서 소를 찾아다녔고, 소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해가 지도록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움머~”

이게 웬일인가. 외양간에서 어미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고등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던 형이 흥해시장으로 마구 달려가는 우리 소를 보고는 잡아서 온 것이었다.







오랜 전통의 흥해5일장

흥해5일장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온 장으로 역사가 깊다. 신라시대 ‘미질부’라는 지역이었는데, 경북에서는 가장 큰 도시였다. 이 미질부에서 하나 밖에 없는 장터이니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1960년대부터는 흥해시장이라는 명칭으로 상설 재래시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5일장이 있으며, 포항시 외곽지역에서 가장 큰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큰 장은 2일과 7일이고 4일과 9일은 작은 장이다.

흥해는 들이 넓고 기름져 쌀이 유명하지만 맛 좋은 미꾸라지도 많이 난다. 흥해시장에서는 미꾸라지를 넣어서 끓인 추어탕을 파는데, 이것이 방송을 타고 전국에 알려졌다. 시래기를 넣고 심심하게 끓여서 국수와 같이 내놓는데,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계속 찾게 된다. 흥해식 물회도 유명한데, 여름철 입맛이 없을 때 먹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역 농수산물의 참맛을 볼 수 있는 나의 고향 흥해시장. 호미곶, 영일대 같은 볼거리도 많아 한 번 방문한다면 여러분의 기억 속에도 즐거운 추억 하나가 생길 것이다.



글 : 영덕울진지사 이상범 차장
일러스트 : 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