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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 홍지성씨의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긴 겨울이 끝나고 다시금 봄이 왔다. 논과 밭, 산 등에 초록빛은 아직이지만, 햇살과 바람은 봄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기 전부터 농촌은 일손이 바빠진다.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이른 봄비가 내린 다음날 아침, 홍지성 씨가 바삐 집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이 봄 햇살처럼 경쾌했다.





귀농 연차 : 3년 차
귀농 지역 : 경기도 화성 배미마을
귀농 이유 : 농사에 대한 비전을 발견했기 때문에! 또 자연, 가족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
재배 작물 : 친환경 벼





[09: 00] #봄비가_내린_후 #배수_관리


어제는 하루 종일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봄비치고는 강수량이 꽤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일찍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니 빗물이 차 있는 땅들이 눈에 띄었다. 장화를 신고 삽을 준비해 나갔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토양 상태가 좋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배수구 정비를 철저히 해 습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물길이 나가는 곳에 쌓인 흙을 삽으로 퍼주니까 고였던 물들이 빠르게 흘러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11: 00] #목장 #젖소_돌보기


장모님이 운영하고 계신 목장에 잠시 들렀다. 예전에는 목장 일을 제법 했는데 요즘은 처남이 장모님을 도와드리고 있어서 가끔 들여다보는 정도다. 젖소들 사료를 챙기고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어린 새끼들에겐 유독 눈이 많이 간다. 농한기가 있는 농사와 달리 낙농은 일 년 내내 젖소를 돌봐야 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새벽에 착유를 하고 사료를 주고 목장을 청소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다.








[13: 00] #비닐하우스_관리 #스프링클러_점검


모내기철이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비닐하우스에서 모판을 화초 키우듯 관리하는 것이다. 장인어른이 생전에 집 근처에 지어놓으신 비닐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워 논에 옮겨 심는데, 오늘은 비닐하우스 점검에 나섰다. 비닐하우스에서 스프링클러로 물을 조절하여 모를 키우는데,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끔 스프링클러가 막혀 애를 먹기도 한다. 스프링클러 하나하나를 점검해 고장나거나 막힌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물론 이렇게 사전에 점검을 해도 막상 물을 줘야 할 때 막혀 고생을 하기도 한다. 어쨌든 올해도 모종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을 바란다.



봄이 훌쩍 다가오니 준비할 것도 많아졌다.논밭의 배수 관리부터 비닐하우스 모종 관리, 모판 관리까지 할 일이 많지만 어쩐지 가슴이 설렌다.





[14: 00] #비닐하우스_짓기


기존에 있던 비닐하우스 옆에 비닐하우스 한 동을 더 짓기 위해 굴착기로 땅을 다져놓고, 어제 내린 비로 손실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비닐하우스 재료를 주문해 놓았는데, 빨리 물품이 도착했으면 좋겠다. 비닐하우스 한 동에 1,200개의 모종이 들어가므로 한 동을 더 짓게 되면 2,400개의 모종을 기를 수 있다. 얼었던 땅이 녹고 서리가 그칠 때에 맞춰 파종을 하면 농사짓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이때 미리 키워 놓은 모종을 옮겨 심으면 생육이 빨라지고 수확량도 많아진다.








[14: 00] #모판_관리


지난해 모내기를 끝내고 난 뒤 정리해두었던 모판을 점검했다. 모판을 깨끗하게 세척해 보관해두면 농사에 도움이 되고 병해충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어, 모내기가 끝난 후에는 꼭 세척을 해서 보관하고 있다. 모판 수량을 확인하고, 보관을 해두는 동안 이상이 없었는지도 살펴보았다. 볍씨를 뿌린 후 초록초록 올라올 모종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16: 00] #아내_돕기 #강아지_간식_만들기


농사 일을 마치고 아내를 돕기 위해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렀다. 귀농을 하자마자 아내는 반려견 네 마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아내의 꿈이었다. 서울에서 살 때는 꿈도 꿔보지 못한 일이었는데, 농촌으로 내려오니 가능한 일이 되었다. 아내는 반려견을 기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올 초부터 강아지 간식을 만들어 파는 사업까지 시작했다.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제법 입소문이 나서 고객이 많이 생겼다. 반려견을 사랑하는 만큼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행복해하는 아내를 보는 것도 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아내가 너무 바빠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갖고자 귀농을 한 건데, 바빠지면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질 테니. 생각해보면 귀농 후 기르고 살피는 일이 삶이 되었다. 작물, 젖소, 반려견까지… 무료할 틈도 없이 오늘도 이렇게 행복한 하루가 지나갔다.





글 : 홍지성
사진 : 정우철